아침 일찍 제일 먼저 잠자리에서 일어난 저는 세수를 하고 운동화를 신고 북한 인권 시민 연합 사무국장님과 함께 아침 운동을 나섰습니다. 6시 조금 지났지만 해는 벌써 중천에 떠 있었고 햇살은 눈부셨습니다. 제주도에서의 아침이었습니다. 그런데 제주도를 다녀온 지금도 제 생각에 아직 풀리지 않는 숙제가 남아 있습니다. 제주도에서도 송악산이 있는 곳은 아주 남쪽 바다입니다. 아침 해는 동쪽에서 뜨는 것이 정상인데 분명 우리가 있는 남해 바다에서 뜨는 모습을 보았거든요? 참 이상하죠.
어쨌든 아침 운동을 나선 길에는 지난 태풍이 지나간 지 얼마 되지 않은 지라 아직 흔적이 남아 있었습니다. 커다란 고깃배 한 척이 강한 태풍에 떠밀려 뭍에 쓰러져 있었는데 중국어선이라고 합니다. 고깃배는 크게 두 동강이 났는데 절반은 어디로 떠밀려갔는지 보이지 않고 허리가 부러진 절반의 배만 남아 있었습니다.
우리는 제주의 경치를 즐기며 걸을 수 있도록 만든 길인 올레길을 따라 걸으며 제주도의 새로운 절경을 보게 됐습니다. 송악산은 우리나라의 최남단에 위치한 산이라고 하기에는 낮은, 보통 우리 동네 작은 산봉우리 같은 느낌이었지만 정상에 오르면 펼쳐지는 광경은 정말 웅장하면서도 아름다웠습니다.
저 멀리 태평양이 한눈에 들어오는 듯했고 망망대해의 끝이 보이지 않았습니다. 또한 송악산은 드라마 '올인'과 '대장금'을 촬영한 곳이기도 했습니다. 벌판에 홀로 우뚝 서 있는 산방산은 외로이 홀로 장엄한 모습으로 우뚝 서 있었는데 마치 어머니의 젖가슴과도 같았습니다. 산방산은 산속에 병처럼 굴이 있다하여 붙여진 이름이라고 합니다.
해발 395m인 산방산의 암벽에는 지네발란, 풍란 등 희귀식물들이 자라고 있어 천연 기념물로 지정되어 보호받고 있다고 합니다. 바다 한가운데는 무인도인 형제 섬이 있었는데 크고 작은 섬이 마치 형제처럼 마주하고 있었습니다. 전망대에서 바라보는 내내 그저 제 입에서는 감탄만이 절로 나올 뿐이었습니다.
송악산 아래에는 여러 개의 동굴이 있는데 일본군이 군사용으로 쓰던 진지 굴이었고 이를 위해 제주도 주민들을 강제 노역시켰다고 합니다. 또한 일본군은 각종 해안기지와 비행장, 작전 수행을 위한 도로 건설 등 군사 시설에 나서는 한편 섬사람들에게 식량 지원을 요구 했다고 합니다. 송악산의 해안 절경의 아름다움과는 상관없이 중국을 침략하기 위한 전진 기지로 본토 사수를 위한 요새 지역으로 삼았던 아픈 상처가 송악산의 아름답고 웅장한 그 뒤에 고스란히 상처의 흔적으로 아직 남아있었습니다.
송악산 전망대에서 멀리 바라보이는 두 개의 섬이 있는데 하나는 가파도이고 하나는 우리나라 최첨단이라고 마라도가 보였습니다. 가파도는 송악산에서 5.4Km 남쪽에 떨어져 있는 섬으로 모슬포와 마라도의 중간쯤에 위치하고 있습니다. 마라도는 우리 대한민국의 최남단에 위치하고 있으며 한반도의 끝이자 시작점이기도 합니다.
원래 이 섬은 산림이 울창했는데 화전민 한 명이 달밤에 퉁소를 불다가 뱀들이 몰려오자 불을 질러 숲을 다 태웠다고 합니다. 지금은 잔디가 섬 전체를 덮고 있다고 합니다. 비록 저는 가보지 못했으나 1시간 30분 정도면 섬 전체를 돌아볼 수 있다고 합니다. 이 외에도 송악산에서 바라보이는 녹남봉, 가시악, 모슬봉이 있었습니다.
저는 제주도에 도착하는 순간부터 그랬지만 손에서 손전화기의 카메라를 놓지 못하고 연속으로 찰칵 찰칵 마치 사진사처럼 사진을 찍었습니다. 그러면서 우리는 송악산 정상으로 올랐습니다. 정상에 올라보니 정상 한 가운데가 깊은 구덩이로 돼 있었습니다.
화산이 분출된 분화구라고 합니다. 정상에서 내려오면서 저는 주먹만한 돌 한 개를 들었습니다. 다시 숙소로 돌아와 아침 겸 점심 식사를 하고는 모슬포 항을 관광했고 다시 오설록이라는 이름의 녹차 밭으로 갔습니다. 녹차 밭 속에 파묻혀 기념사진도 찍고 녹차도 한잔 마셨습니다. 그리고는 녹차로 만든 아이스크림과 케이크도 맛보고 녹차 성분으로 만든 천연 샴푸도 기념으로 구입했습니다.
이렇게 우리는 1박 2일간 제주 공항을 시작으로 제주도를 360도로 모두 돌아보았습니다. 한 번 또 가보고 싶은 곳이 바로 제주인 것 같습니다. 즐거운 이번 여행에 한 가지 아쉬운 것이 있다면 시간 관계로 한라산에 가보지 못한 것입니다. 다음 기회에는 내 가족들과 함께 가려고 차를 빌리는 곳 전화번호를 비롯해 관광지와 별미음식점들의 전화번호를 적어 왔습니다.
밤 9시 비행기를 타고 서울로 오는 내내 웅장하고 멋진 대한민국의 밤 야경을 내려다보면서 이런 생각을 해 보았습니다. 가족들과 한라산에 가보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지만 언제면 백두산 정상인 천지에 가볼 수 있을까, 통일이 되는 그날 형제들과 함께 자가용 승용차를 타고 백두산에서 한라산까지 마음껏 달려 보는 상상을 해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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