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생각 평양생각] 설악산 단풍구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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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주말 저는 친구들과 함께 강원도 설악산으로 단풍구경을 다녀왔습니다. 토요일 오후 1시경 친구들과 함께 자가용 승용차를 타고 강원도 속초를 향해 떠났습니다. 서울을 벗어나자마자 하늘에서는 갑자기 소낙비가 쏟아져 내렸습니다. 우리는 2시간이 넘게 걸려 목적지인 속초 부두에 도착했습니다. 강원도에는 비가 내리지 않았지만 바닷가라 강한 바람이 불었습니다. 설악산 단풍구경은 일단 일요일 아침에 하기로 하고 우선 숙소에 간단한 짐을 풀어놓고는 바닷가 등대로 나갔습니다.

역시 동해 바닷물은 맑고 푸르렀습니다. 수평선 멀리에는 한창 고기를 잡고 있는 배들도 있었지만 사람들을 태운 유람선 한 척이 쉴 새 없이 돌고 있었는데 그 배 위에 탄 사람들은 노래와 춤을 추면서 넓은 바닷물 위에서 행복하고 즐거운 시간들을 보내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주변에 있는 어시장에는 서울에서 온 사람들로 붐비고 있었습니다.

저는 그들 속에 끼어 북어 한 봉지와 10마리가 들어 있는 낙지 한 봉지, 가자미 말린 것과 코다리 한 묶음을 흥정해 다른 사람들보다 조금 싸게 구입했습니다. 이제 제법 서울사람이 다 된 듯도 합니다. 우리는 식당으로 들어가 모둠회와 오징어순대를 시켰습니다. 여기에 빠지면 안 되는 소주 한 잔씩 곁들여 매운탕에 저녁 식사를 맛있게 했습니다.

2차로는 노래방에 갔습니다. 한 두 시간쯤 시간이 지나 밖으로 나오면서 우리는 깜짝 놀라지 않을 수가 없었습니다. 늦은 저녁인데도 서울에서 내려온 사람들이 식당과 어물전에 가득 찼고 작은 바닷가 길은 꽉 막혀 있었습니다. 조개구이와 전어구이를 먹는 사람들 중에는 연인도 있었지만 대부분이 가족 단위였습니다.

웃고 떠들면서 맛있는 동해 바다 별미를 먹는 그들을 바라보며 저는 잠깐 고향 생각을 했습니다. 나도 언제쯤 평양에 있는 사랑하는 언니와 동생들 그리고 조카들과 저들처럼 맛있는 음식을 먹으며 행복한 시간을 보낼 수 있을까, 그날이 과연 올까, 하고 말입니다. 그런데 이 생각은 저뿐만이 아닌 함께 간 친구들 모두 하고 있었습니다.

우리는 다음날 일정을 위해 일찍 숙소로 들어갔지만 지난 추억이 많은 나로서는 도저히 잠을 잘 수가 없었습니다. 저는 두툼한 옷을 걸치고 밖으로 나갔습니다. 낮에 내린 비로 밤 공기는 쌀쌀했습니다. 새벽 2시가 되어서야 저는 잠자리에 누웠습니다. 남보다 일찍 잠에서 일어난 저는 다시 바닷가로 나갔습니다. 아침 8시가 되어 우리는 해장을 하기 위해 북엇국에 밥을 먹고는 설악산으로 출발했습니다.

설악산 국립공원 주차장에 도착했습니다. 우리로서는 일찍 출발한다고 했지만 마침 일요일이라 벌써 많은 차량으로 주차장이 가득 차 있었습니다. 1시간 남짓 기다렸지만 우리가 주차할 공간은 없었습니다. 한창 단풍이 절정이라 등산객들을 실은 버스들과 자가용 승용차들로 꽉 차 경찰관들뿐 아니라 많은 모범 택시기사들이 동원돼 주차를 도왔습니다.

이렇게 많은 남한 사람들이 찾는 설악산은 높이 1,708m이고 설산, 설봉산, 설화산 등 여러 이름으로 불렸고 대한민국에서는 1,950m 높이의 한라산과 1,915m의 지리산에 이어 세 번째로 높은 산입니다. 설악산에는 남한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북한계 고산식물인 눈 잣나무와 눈 수목이 있고 사향노루와 산양 곰 하늘 다람쥐 수달 여우 등 희귀종을 포함해 39종의 포유류와 62종의 조류, 파충류들이 서식하고 있다고 합니다.

겨우 주차가 되어 등산객들과 함께 올라갔지만 정상까지 가지 못하고 약수터에 가서 약수를 마시고는 도중에 내려 왔지만 설악산은 듣던 대로 가을 단풍이 멋진데다 웅장하고 수려한 산이었습니다. 우리는 서울로 올라오는 길에 3.8 휴게소를 지나 북한강 옆에 자리 잡고 있는 막국수 감자옹심이 간판을 붙인 주막집으로 들어갔습니다.

늦은 시간이지만 감자전에 막국수를 먹으며 고향의 맛을 즐겼습니다. 비록 설악산 정상에는 올라 가보지 못했지만 잊을 수 없는 가을 단풍 구경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