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적성 감악산 출렁다리를 다녀왔습니다. 감악산 출렁다리는 제가 살고 있는 동네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있습니다. 자가용 승용차로 40분이면 도착하는 거리에 있거든요. 친구들과 함께 목적지에 도착한 것은 오전 11시쯤이었습니다. 이미 모든 주차장은 만차였습니다. 맨 아래 임시 주차장에 차를 주차하다 보니 약 10리는 걸은 듯하네요.
흰 구름 높이 떠 있는 예쁜 가을 하늘을 바라보는 내 마음은 마냥 즐거웠습니다. 조금은 덥고 땀이 났지만 말입니다. 목적지인 출렁다리에 도착하기도 전에 벌써 얼굴에는 땀범벅이 되고 숨이 차오르기도 했습니다. 한 발자국이라도 떨어질세라 사람들의 뒤를 따라 부지런히 걸었습니다. 드디어 감악산 둘레길에 도착하고 보니 많은 사람들이 줄을 서서 오르는 모습이 보였습니다.
엄마 아빠의 손목을 잡고 오르는 초등학교 학생들도 있었고 아빠의 목마에 올라 앉아 좋아라, 손뼉을 치는 어린 남자애도 있었습니다. 엄마의 등에 업혀 이마에 땀방울이 맺혀 있는 채 쌕쌕 자고 있는 아기도 있었고 짧은 스커트치마를 입은 처녀도 있는가 하면 전문적인 등산복 차림도 있었고 저처럼 수수한 외출복을 입은 사람도 있었습니다.
각이한 옷차림을 보면서 아마도 저처럼 출렁다리는 등산이 아니라 그냥 공원으로 생각하고 관광을 하듯이 출발해 온 사람들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땀을 흘리며 올라가던 저는 사람들이 200m 가량의 줄을 선 모습을 보고 깜짝 놀라기도 했습니다. 출렁다리가 눈에 들어 왔습니다. 감악산 출렁다리는 길이 150m 폭이 1.5m의 국내 산악에 설치한 현수교 중 가장 긴 보도 교량이라고 합니다. 자연 속에 인공미를 최대한 조화시켜 빼어난 경관이 연출 될 수 있도록 디자인됐고 안전하게 건설 되었다고 합니다.
출렁다리는 시작점에서 시작해 맞은 편 끝점까지 많은 사람들로 끊임없이 이어져 있었는데 마치 움직이는 꽃물결이 따로 없었습니다. 출렁다리위에서 내려다보이는 계곡과 폭포의 모습은 그야말로 웅장하고 산세가 화려했습니다. 다리 아래로 빠르게 달리는 차들을 보는 순간 눈을 뜰 수 없이 멀미가 났습니다.
친구들이 사진을 찍는다는 소리에 나도 모르게 감았던 눈을 떴습니다. 출렁다리는 말 그대로 춤을 추듯이 흔들거리고 다리 흔들림 리듬에 맞추어 엉덩이를 실룩 실룩 춤을 추듯이 두려움 없이 당당하게 걸어가는 꼬마가 눈에 들어 왔습니다. 순간 민망스러운 생각이 들었습니다. 다른 사람들은 다리 건너편 커피숍에서 커피도 한잔 하고 절에 들러 산채비빔밥도 먹고 오지만 함께 다리에 오르지 못한 친구 때문에 서운함을 뒤로 하고 다시 원점으로 건너 왔거든요.
다른 친구들은 감정을 표현하고 즐거웠다고 한주간의 스트레스를 확 풀었다고 얘기를 합니다. 저는 그냥 무서움과 두려움에 떨고 멀미났던 기억이 대부분이었지만 한 가지만은 기억에 꼭 남았습니다. 아름다운 산세와 절경과 즐거움을 만끽한 것은 잊을 수 없었습니다.
둘레길에서 내려와 주차장을 향해 오는 내내 다리에 맥이 풀려 있는 저를 보고 친구들은 중대장 기질이 어디로 사라졌는가 하며 놀려대기도 합니다. 우리는 차를 타고 약 15분가량 달려 적성산업단지에 자리를 잡고 있는 파주 숯불갈비 냉면집을 찾았습니다. 조금 늦은 점심시간이었지만 우리는 소갈비 양념 구이와 냉면을 시켰습니다.
저에게는 짜릿한 경험을 하고 먹는 음식이라 별맛이었습니다. 식사를 하고 따끈한 커피 한 잔을 앞에 두고 아담하게 꾸려져 있고 또 건설 중인 적성산업단지를 바라보며 지척에 있는 고향 생각을 해 보았습니다. 자유가 없는 내 고향에서는 학교 시절 2중 천리마 학급이 되었다고 묘향산 야영을 다녀 온 얘기를 했습니다.
묘향산 야영시절 물갈이로 배탈이 났던 얘기, 그리고 즐거웠던 얘기를 한창 늘여 놓으며 다른 친구들의 얼굴 모습을 보는 순간 조금은 미안한 생각이 들었습니다. 함북도 시골에서 나서 자란 친구들은 야영의 즐거움은커녕 중학교도 겨우 졸업을 했다고 하네요. 친구들과 함께 짜릿한 경험을 하고 먹는 음식도 별맛이었지만 너무도 즐거운 추억이었습니다. 서울에서 김춘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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