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생각 평양생각] 종합사격장을 다녀와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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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지난 주말 친구들과 함께 경기도 화성에 있는 종합사격장을 다녀왔습니다. 주말이라 북한군 출신 탈북자모임인 '북한인민해방전선'의 지휘관 및 참모일꾼 모임이 있었습니다. 모임이 끝난 뒤 우리는 놀이삼아 사격장에 다녀오기로 했습니다. 자가용 승용차를 타고 경기도 화성으로 달렸습니다. 서해 고속도로를 달려 한 시간이 조금 지나 목적지에 도착한 우리는 사격장을 1km 앞에 두고 점심식사를 하기 위해 요리 집으로 들어갔습니다. 달팽이 전문 요리 집이었습니다.

때마침 한 친구가 깜짝 선물로 일본에 갔다가 구입했다면서 좋은 양주 한 병을 꺼내 한 잔씩 돌렸습니다. 음식점의 식단표에는 달팽이가 얼마나 몸에 좋은지 적혀 있었습니다. 그리고 한국의 대표 방송국인 KBS, SBS, MBC에 출연했다는 사진들도 붙어 있었습니다. 원래 달팽이는 고단백 음식이라 양주 안주로는 딱 맞는다고 우스갯소리와 농담도 섞어 가면서 우리는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식사했습니다. 정말 즐거운 점심 식사였습니다.

점심을 마친 친구들은 시골이라 공기가 좋으니 기분이 난다면서 식당 뒷마당에 떨어진 밤알들을 줍는가 하면 가을 풍경에 취해 최신 손전화로 사진을 찍는 친구들도 있었고, 사격장이 처음이라 매우 궁금해 하는 친구들도 있었습니다. 저 역시 이곳 한국에 살면서 사격장에 가본 적이 없어 무척이나 궁금했습니다.

밥을 먹고 쉬다보니 한 시간이 지났습니다. 우리는 그제야 각자 자가용승용차를 타고 사격장으로 출발했습니다. 그리 멀지 않은 거리라 잠깐 사이에 도착했습니다. 차 문을 열고 발을 땅에 내려딛는 순간 귀를 쩌렁쩌렁 울리는 총소리에 깜짝 놀랐습니다. 사경장이라고 해도 저는 그저 작은 연덩어리(납덩어리)로 만들어 날아가는 새 정도를 잡는 총인 줄로 알았는데 총소리가 마치 실탄 소리 마냥 낯익은 소리였습니다.

저는 친구들에게 정말 실탄 소리 같지 않냐고 묻자 다들 그렇다고 했습니다. 25발의 탄알을 손에 받아 쥐는 순간 마음은 조금 설레기 시작했습니다. 제가 군복을 벗은 지 30년이란 세월이 흘렀는데 과연 진짜 목표를 맞힐 수 있을까 하는 의구심이 나기 시작했습니다. 모두가 북한에서 군 복무를 한 친구들이었고 어떤 친구들은 이미 사격 경험을 가진 친구들이라 자신감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여자는 저와 단 두 명뿐이었는데 다른 한 친구는 이제 30대였고 여군복무를 하다가 군복을 벗은 지 얼마 되지 않아 이곳 한국에 온 친구였습니다. 드디어 순서가 되어 사격장에 나갔습니다. 교관이 가르쳐주는 대로 2회 정도 사격 방법을 익힌 뒤 드디어 실탄을 장탄한 저는 '아' 하는 구령과 함께 격발기를 당겼습니다. 처음에는 총가목의 심한 유동에 저도 모르게 깜짝 놀랐습니다.

그래도 처음에 한 10발은 괜찮게 명중했지만 자신감이 조금 생기자 교관의 설명에는 아랑 곳 않고 제 맘대로 목표를 따라 조준해 사격했습니다. 목표물은 작은 빨간 풍선이었는데 땅에서 순간적으로 '쓩' 하고 하늘로 솟는데 매우 빨랐습니다. 겨우 한두 발 밖에 맞힐 수가 없게 되자 제가 안쓰러워 보였던지 교관이 다시 지도를 해주었습니다.

사격에 조금 익숙해진 우리는 권총사격을 하기로 했습니다. 다음 주 모임에 점심 사기 내기를 걸고 여자 2명, 남자 3명 모두 5명이 경기를 했습니다. 누가 첫 번째로 사격을 할 것인가 순서를 정하고 있는데 교관이 저를 첫 번째로 꼽아 주었습니다. 저는 대담하게 권총 사격장으로 들어갔습니다.

교관이 가르쳐준 대로 권총을 두 손으로 잡았습니다. 열십자로 된 목표를 조준해 설레는 마음으로 격발기를 당겼습니다. 옆에 있는 컴퓨터를 보니 그만 첫 발은 넓은 바다로 물 먹으로 가고 공판이었습니다. 그러나 경험을 살려 두 번째 사격 조준방법을 달리 취했습니다. 그랬더니 9발 모두 목표물 안에 들어갔습니다. 내가 생각해도 괜찮아보였습니다.

10점안에 3발, 9점안에 4발, 8점안에 1발, 6점 안에 1발, 총 점수는 80점이었습니다. 다른 친구들은 96점, 91점, 82점, 꼴찌는 57점. 저는 4등이었습니다. 제 자신뿐만 아니라 다른 친구들도 저를 보고 모두 대단하다고 했습니다. 그들보다 나이가 훨씬 많기도 하지만 군에서 제대된 지 한참 됐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기념으로 각기 자기가 사격한 권총 사격 목표를 가지고 왔습니다. 승용차를 타고 서울로 오는 동안, 저는 차창 밖을 내다보면서 이런 생각을 했습니다. '나이는 어쩔 수가 없구나, 그래도 군복무 시절 만능 병사였고 자동보총이면 자동보총, 권총이면 권총, 14, 5미리 사신 고사총 사격 모두 백발백중이었는데...' 하는 생각과 함께 아쉬움이 남았습니다.

이런 제 속마음을 듣던 친구들은 그만큼 세월이 흘렀지만 그래도 사격 솜씨가 아직 남아 있고 또 총을 다루던 사람들은 원리를 알고 있기에 다음 사격에는 꼭 백점을 맞힐 가능성이 얼마든지 있다고 응원해줬습니다. 그러나 승부 욕심은 끝이 없나 봅니다. 다시 한 번 승부를 겨루기 위해 조만간 사격장을 찾을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