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에 저는 평택 해군 2함대를 다녀왔습니다. 버스를 타고 서울을 벗어나 약 한 시간 정도를 서해 고속도로를 타고 달리면 서해 바다를 끼고 있는 평택시가 나옵니다. 평택 해군기지와 제가 살았던 안중은 아주 가까운 거리라 제가 자주 가보곤 하던 곳이었지만 해군 2함대 안보 현장 견학은 이번이 처음이었습니다.
부대 정문에서 우리는 해설 장교님과 함께 부대 안으로 들어갔습니다. 10월의 마지막 날이라 단풍잎은 아름다웠고 갖가지 색깔의 단풍나무와 서해 바다가 어울려 더더욱 웅장하고 아름다웠습니다. 맨 처음 서해 수호관으로 들어갔습니다. 한눈에 들어오는 글이 있었습니다. '전우가 사수한 NLL 우리가 지킨다. 가슴에 찡하니 와 닿는 글이면서도 가슴이 뭉클합니다.
그렇습니다. NLL은 우리 젊은 군 장병들이 목숨 바쳐 지키고 있습니다. 1999년 6월 15일에 있은 제1연평해전과 2002년 6월 29일에 있었던 제2연평해전 그리고 2009년 11월 10일 대청해전, 2010년 3월26일 천안함 피격사건과 11월 26일 연평도 포격사건을 통해 우리의 수많은 젊은 군 장병들이 목숨을 바쳐 지켰습니다.
제2연평 해전에서 북한 함정의 총포탄을 맞고 침몰했던 참수리 357호도 모조품이 아니라 직접 실물로 보았습니다. 많은 세월이 흘렀지만 총탄 자극은 조금은 녹슬었지만 그대로 있었습니다. 그 총탄 하나하나가 당시 얼마나 처절했는가를 말해 주고 있는 듯 했습니다.
다음으로 우리는 2010년 3월 26일 백령도 인근에서 근무 중에 북한 어뢰에 피격당해 침몰된 천안함이 인양되어 전시된 곳으로 갔습니다. 1200톤 급의 천안함은 초계정으로 서해에서의 근무 중에 북한 어뢰 폭침으로 침몰되어 승무원 104명 중 56명이 구조되고 40명이 사망하고 6명의 실종자는 아직도 찾지 못하고 있다는 끔찍하고 가슴 아픈 얘기를 들으면서 마음이 짠했습니다.
그의 가족들은 얼마나 마음이 아팠을까. 함께 근무하던 전우들의 마음 역시 얼마나 아픈 상처가 있을까 하는 생각과 함께 그들은 앞이 보이지 않는 차디찬 찬 물 속에서 얼마나 고통을 느끼다가 숨졌을까 하는 생각을 다시 한 번 해보았습니다. 천안함 피격 당시 우리 국민들이 슬픔에 잠겨있었던 그 당시를 떠올려 보았습니다.
천안함에서 떨어져 나간 연통부분이 파손되어 분리되어 있는 모습과 어뢰에 피격되어 처참하게 두 동강이로 절단되고 찢겨지고 녹슬어 있는 모습 그대로 보노라니 마음이 아팠습니다. 희생된 우리 장병들의 목소리가 생생하게 파도 소리와 함께 들려옵니다.
2010년 3월 26일 밤 9시 22분 백령도 인근에서 야간 해상 근무 중이던 초계함 1200톤급 천안함이 폭발 소리와 함께 차디찬 바다에 침몰됐습니다. 하루 임무를 수행하고 사랑하는 가족들에게 전화로 소식도 전하고 또 하루 임무를 영예롭게 수행하고 친구들과 함께 잠시 잠깐 자유로운 휴식을 취하고 있다가 갑작스러운 공격을 당해 차디찬 물속으로 우리 군 장병들이 침몰됐습니다.
오랜 세월이 흘렀지만 지금 생각만 해보아도 캄캄한 물속에서 얼마나 두려웠을까, 얼마나 추웠을까, 하는 생각을 해보면 정말 그 무슨 말로 다 표현 할 수가 없습니다. 하지만 그들이 있었기에 오늘의 우리 대한민국이 있지 않나 하는 생각을 해 봅니다.
천안함 피격 사건으로 인해 우리 국민들이 슬픔과 울분을 토하며 통곡을 했는데 가족과 자식을 잃은 그 슬픔이 채 가셔지기도 전에 연평도 포격 사건이 있었습니다. 2010년 11월 23일 NLL에서 우리 해군 사격훈련을 구실 삼아 해안포와 방사 포 160발로 우리 연평도에 무차별 공격을 했습니다.
갑자기 평화로운 연평도 작은 섬에 수십 발의 포탄이 떨어져 마을은 불바다로 변했고 마을 사람들은 방공호로 대피하지 않으면 안 되었습니다. 백주에 날강도라고 우리 군인 장병들의 생명을 앗아가고 우리 국민들의 생명을 앗아가고도 북한당국은 모든 책임을 우리 대한민국에게 떠넘기는 아주 뻔뻔한 행동을 했습니다.
그 모든 슬픔과 아픔이 채 가시기도 전에 올해는 또 지뢰매설로 또 한 번 우리 대한민국에 씻을 수 없는 큰 죄를 저질렀습니다. 북한은 정전 이후 하늘과 바다 육지로 우리 대한민국의 영토와 국민들의 생명을 호시탐탐 노리고 있으며 군인들의 목숨을 앗아가고도 아무런 가책을 느끼지 않고 있습니다.
서해 수호관을 참관하면서 해설원의 얘기를 듣는 내내 가슴이 아팠습니다. 그들이 목숨과 바꿔 가면서 지켜주고 사수해준 진정한 내 조국을 위해 우리 군 장병들을 위한 안보교육을 더 잘해야겠다는 결의도 해보았습니다. 이제 얼마 안 있으면 연평도 포격 사건 5주기가 됩니다. 이제 더 이상 우리 국민들이 아픔과 슬픔을 겪는 일이 있어서는 안 될 것입니다. 서울에서 김춘애였습니다.
0:00 / 0: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