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생각 평양생각] 판문점에 다녀와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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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얼마 전에 학교 교사들과 함께 판문점에 다녀왔습니다. 우리가 탄 버스는 자유로를 1시간 정도 달려 통일 관문이라고 크게 쓰여 있는 통일교에서 인원 검열을 하고 다시 달렸습니다. 도로 표지판에는 판문점까지의 거리와 개성까지의 거리가 적혀 있었습니다. 판문점은 제가 한국에 와서 처음부터 한번은 가보고 싶었던 곳입니다.

판문점의 공동 경비 구역 JSA 경비대 초소에 버스가 도착하자 군인 장병 한 명이 우리가 탄 버스에 올라와 명단에 적혀 있는 이름을 대조하고 간단한 서약서를 작성하였는데 저는 그 장병의 모습에서 눈을 떼지 못했습니다. 키는 170cm가 훨씬 넘은 듯 했는데 영화배우들이 왔다 울고 갈 만큼 매우 멋있고 잘 생기기도 했지만 목소리가 우렁찼습니다. 더구나 이곳에서 군복무를 하는 장병들에게는 특별한 규정이 있다고 합니다. 우선 외국어 3개 국어를 해야 되고 무조건 대학을 졸업했거나 대학에 다니던 사람들 가운데 태권도 유단자이며 키도 170cm가 넘어야 한다고 합니다.

그런 장병의 안내를 받아 교육관에 들어갔습니다. 저는 교육관에서 들은 장병의 설명에 너무도 충격적인 사실을 알게 됐습니다. 바로 1976년 8월 18일 도끼만행 사건이었습니다. 북한 속담에 있는 '도적이 도적이야 한다.'는 말의 의미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했습니다. 1976년 8월18일 도끼 사건 당시 저는 북한에서 군복무를 했었고 그로부터 30년이란 세월이 흐른 오늘 까마득히 잊고 있었습니다.

1976년 8월 18일 당시에는 우리 대한민국 영토에 북한군 4개 초소가 들어와 있었다고 합니다. 특히 돌아오지 않는 다리 사이에 우리 측 3초소와 4초소가 있었는데 4초소 양옆에는 북한군 초소가 위치하고 있었기 때문에 항상 3초소에서 4초소를 감시해줘야 했는데 그 중간에 큰 미루나무가 있어 잘 보이지 않았다고 합니다.

남측에서는 해마다 미루나무의 가지치기를 해왔고 또 이미 사전에 북한 측에 통보도 했기에 아무런 문제없이 노무자 5명이 나뭇가지를 잘랐고 몇 명의 군인들이 감독을 하고 있었는데 20분도 안 되어 북한 경비병 30명이 불시에 기습해 악랄하게 미군 장교 2명을 살해하고 한국군 포함 UN군 경비병에게 중경상을 입히고 UN군 차량 3대를 부수었다고 합니다.

UN군 측은 이 살인 만행의 현장 사진을 증거로 제시하며 북측의 사과와 책임자 처벌을 요구했으나 북한 측은 미군이 사전에 미리 준비한 만행이라고 딴전을 피면서 발뺌을 했다고 합니다. 북한의 파렴치한 행동에 미국은 항공모함을 급파시키는 것과 함께 한미 연합군에 전투경계 명령을 내려 일련의 조치를 취했고, 이에 김일성은 UN군에 사과문을 전달하고 이를 미국이 받아들여 전쟁 직전으로까지 확산되었던 도끼 사건은 전쟁의 위기를 면했다고 합니다.

이 같은 설명을 통해 명백한 진실을 보면서 30년 전, 그때 그 시절이 생생히 떠올랐습니다. 1976년 8월 19일 오후 북한은 군인과 교도대 노농적위대 붉은 청년근위대에게 전투 명령이 하달됐고 전 인민 모두가 준전시 상태에 들어갔습니다.

제가 속해 있던 부대 역시 준전시 상태인 만큼 항상 언제든 실탄을 사용할 수 있게 만장탄한 상태였을 뿐만 아니라 군인 가족들까지도 모두 병영 안에 들어와 생활했습니다. 총포탄 소리가 안 날 따름이지 그야말로 전쟁과도 같았습니다. 상급의 명령을 거부하거나 훈련에서 사소한 문제라도 제기되는 경우 무조건 군사 재판감이었고 제가 있던 황해도 신계군에는 4군단 모든 땅크들이 들어와 낮에는 산속에 대기하고, 밤에는 남으로 진격하는 훈련을 진행했습니다.

밤에는 사방에서 신호탄이 오르고 주민들은 공포에 떨었습니다. 강연 자료에는 당시 어딘가에 숨어서 무선을 날리던 간첩을 잡았고 어느 지방의 간부가 간첩으로 밝혀졌다는 등 유언비어들에 대해 선전한 내용도 있었습니다. 34년 전에 있었던 판문점 도끼만행 사건은 철저하게 북한 당국이 계획한 만행임에도 불구하고 북한은 미국의 계획적인 도발 사건이라고 사실을 왜곡했으며 세월이 흐르고 세대가 바뀌어도 침략자의 본성은 절대로 변하지 않는다고 주민들에게 선전 교육을 하고 있습니다.

이처럼 북한 당국은 주민들의 눈과 귀를 막고 전 세계가 다 아는 사실도 왜곡하여 반미 선전에 활용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작은 손바닥으로 해를 가릴 수 없듯이 역사의 진실은 언제든 꼭 밝혀지게 될 것입니다. 북한이 먼저 계획적인 도발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미국과 한국이 먼저 도발한 것처럼 군인들과 주민들을 전쟁 준비에 내몰았습니다.

천안함 폭침 사건과 연평도 포격사건 역시 전쟁도 아닌 평화로운 시기에 죄 없는 우리 대한민국 군인 장병들과 국민들을 무고하게 죽였습니다. 대한민국에서는 평화통일을 준비하는 동안, 북한은 계획적인 도발을 계속하고 있다는 현실이 안타까울 따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