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제법 초겨울이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아침저녁으로 춥다는 말이 저절로 나옵니다. 소복이 쌓인 낙엽을 보노라면, 또는 발을 옮길 때마다 사각사각 소리를 들으면 괜스레 마음이 쓸쓸해집니다. 가는 세월 잡을 수 없고 돌아가는 시계바늘을 거꾸로 돌려놓을 수 없는 것이 아쉽기만 합니다.
하기에 해마다 가을이오면 누군가는 한번쯤 여행을 떠날 생각을 가져 보게 됩니다. 저 역시 시원한 바다로 한 번 떠나 보자는 생각으로 지난 주말 가족들과 함께 서해바다 아산만을 다녀왔습니다. 이맘때 아산만 하면 또 생각나는 것이 있죠. 새우소금구이와 조개 구이랍니다. 지난 일요일 안중성당에서 아침 미사를 마치고 큰딸 집에 도착하고 보니 벌써 가족들은 모두 모여 있었습니다.
한번 모이면 웬만한 대가족 부럽지 않네요. 남편과 저는 큰딸 차에 바꿔 타고 출발했습니다. 안중에서 아산만까지는 약 30분 거리입니다만 어찌나 차도로가 막히는지 50분정도 걸려서야 도착 했습니다. 미리 예약해 놓은 음식점으로 들어갔습니다. 해마다 이맘때쯤 되면 한 번씩 찾아가는 음식점이라 사장님은 반갑게 맞아 주었습니다.
꼬맹이들이 그새 몰라보게 많이 자랐다고 합니다만 손자 녀석들은 큰 어항에서 움직이는 새우를 보고 좋아라 합니다. 손자 녀석은 어제 손을 넣었는지 새우 한 마리를 꺼내 들었습니다. 이미 점심시간 이어서인지 벌써 자리가 없을 정도로 음식점안에 많은 사람들로 꽉 차 있었지만 이미 만들어 놓은 자리로 우리 가족은 빙 둘러 앉았습니다.
탱글탱글 잘 익은 조개구이와 빨갛게 익은 새우구이를 보는 순간 마음 한 구석 남모르게 남아있던 쓸쓸함이 어느새 싹 사라 졌습니다. 후식으로 나오는 조개칼국수 맛은 더더욱 별미였습니다. 2시간 정도 식사를 마친 우리 가족은 어느새 서해바다 구경에 빠졌습니다. 넓은 바다를 보는 순간 가슴에 막혔던 응어리가 탁 터져 나가는 듯이 시원했습니다.
누가 어른이고 누가 애들인지 분간하기 어려울 정도로 어른들은 애들과 함께 동심 세계로 돌아가 너무 좋아하네요. 낚시로 고기를 잡는 사람들도 있었습니다. 우리 가족은 다시 아산만을 출발해 평택호에 들려 오리보트를 탔습니다. 작은 사위가 손자들과 함께 오리 보트를 타고 즐거운 시간을 보냈습니다.
순간 지나간 고향 생각이 났습니다. 고향에도 우리 아이들과 함께 대동강에서 보트를 탄 적이 있었거든요. 그때에도 큰딸은 물이 무서워 보트를 타지 못했었는데 엄마가 된 지금에도 물이 무서워 보트를 타지 못하고 그냥 먼 곳에서 구경만 하네요.
북한에도 동해바다와 서해바다가 있지만도 왜 자유스럽고 마음대로 바다 구경도 할 수가 없는지 이해가 안 됩니다. 그리고 북한에도 유명한 금강산도 있고 묘향산도 있고 백두산도 있지만 그 유명한 산들의 아름다운 단풍 구경도 자유롭게 할 수 없는 것이 정말 이해가 안 되었습니다.
통행증 없이는 누구나 마음대로 자유롭게 다닐 수 없기 때문인지 아니면 먹고 살기 바쁜 생활로 마음의 여유가 없어서인지 바다구경을 떠날 생각, 단풍구경 떠날 생각조차 해 보지 않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것 같네요.
이곳 남한 생활 10여 년이 지난 오늘 저도 이곳 남한사람이 다된 듯 합니다. 계절 따라 별미의 음식을 먹으러 찾아다니고 지방의 특산물을 찾아다니기도 하고 때로는 오늘처럼 쓸쓸함을 달래려 가족들과 함께 겨울바다 구경도 하고 큰 호숫가에서 손자들과 가족들과 함께 보트도 타면서 행복하고 즐거운 시간을 보낸다는 것은 정말 북한 주민들로서는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라는 생각을 다시 한번 하게 됩니다.
자유민주주의가 얼마나 좋은가를 직접 몸으로 체험하는 새 삶과 오늘도 내 고향 주민들은 홍수피해로 인해 집 잃고 추위에 떨고 굶주림에 시달리고 있는 현실을 비교해 보면 볼수록 마음이 더욱 아픕니다. 서울에서 김춘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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