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생각 평양생각] 남한 해수욕장 나들이

지난 29일 속초해수욕장을 찾은 피서객들이 물놀이를 즐기고 있다.
지난 29일 속초해수욕장을 찾은 피서객들이 물놀이를 즐기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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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주에 저는 서해안 최대의 해수욕장인 대천 해수욕장과 태안 신드리 해수욕장을 다녀왔습니다. 오후 1시 강연이라 우리는 먼저 태안 해수욕장을 돌아보기 위해 아침 일찍 출발해 태안에 도착했습니다. 2시간의 여유가 있었습니다. 북한인권 시민연합 사무국장님과 함께 먼저 부대 근처에 있는 신드리 해수욕장을 찾았습니다.

마침 물이 빠진 뒤라 백사장에서 조금 떨어진 곳에서는 조금 이른 시간이었지만 가족들과 함께 갯벌 체험을 위해 조개를 캐는 사람들도 있었고, 개구쟁이 아이들은 온 몸에 감탕이 묻어 있었지만 이리 뛰고 저리 뛰면서 마치 학교 운동장을 연상케 하기도 했고, 고무배를 어깨에 메고 뜨거운 햇볕에 땀을 흘리면서 물이 있는 곳으로 걸어가고 있는 젊은 연인들도 있었고, 이미 물속에 들어가 좋아라. 물장구를 치는 이들도 있었습니다.

신드리 해수욕장에서는 잠깐 짜디짠 바닷물의 비린 냄새와 누가 누군지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감탕을 묻히고도 마냥 즐겁고 행복해하는 사람들을 보며 아쉬운 마음을 뒤로 한 채 해변을 떠났습니다. 태안 부대 강의를 마치고 우리는 다시 2시간 남짓 달려 보령으로 갔습니다.

푸짐하고 맛있는 꽃게탕으로 저녁식사를 하고는 찜질방으로 갔습니다. 많은 사람들의 수다 소리에 잠을 설친 우리는 새벽 4시가 되어 간단히 샤와를 하고는 대천해수욕장으로 달렸습니다. 도로는 우리 차 한 대가 마치 세를 낸 듯 다른 차들은 전혀 없었고 차 한 대만 달렸습니다. 차도 제 마음을 알아주는 듯 신나게 달렸습니다. 바닷가의 아침 공기는 정말 표현할 수 없이 맑고 깨끗했습니다.

바닷가에는 아침 운동을 나온 사람들이 많았습니다. 우리도 그들 속에 끼어 걷기도 하고 맨발로 모래 위에 앉아 수평선 멀리 바라보면서 감상하기도 하고 높은 파도에 출렁이는 바다를 향해 사진도 찍었습니다. 젊은 남녀 청춘들이 이른 새벽 공기를 마시러 나온 김에 파도 사나운 검푸른 바다 물속에 첨벙첨벙 뛰어들었습니다. 마치 제 몸이 찬 물속에 뛰어드는 것 같아 오금이 저려 들기도 했고 괜히 기분이 좋기도 했습니다.

그들이 부러웠습니다. 그들은 서울의 대학생들이었습니다. 마침 방학을 한 대학생들이 친구들과 함께 여름 방학을 추억에 남기기 위해 대천 해수욕장으로 왔다고 합니다. 대천 해수욕장은 서해안의 다른 해수욕장과 달리 갯벌이 없고 조개껍질이 섞인 단단한 모래사장으로 이루어져 있어 발에 묻은 모래가 잘 떨어지지가 않았습니다.

이른 아침이었지만 대천 해수욕장의 바닷물은 그리 차지 않았습니다. 남녀 청춘들이 모여 한 사람을 집중해 붙잡아서는 안 들어가겠다고 떼를 쓰는 한 친구를 여러 사람들이 들어 물속에 쳐 던져 놓고는 좋아라 깔깔 웃기도 하고 손뼉을 치기도 하고 큰 소리로 웃고 떠들썩하게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었습니다.

순간 저는 행복해하는 그들의 모습에 취해 보며 잠깐 고향생각을 해 보았습니다. 우리 아이들이 아주 어렸을 적에 기차를 타고 동해 바닷가를 잠깐 지나게 됐습니다. 처음 푸른 바다를 보는 순간 아이들은 열차 창문턱에 매달리며 바다라고 소리를 지르며 좋아라고 손뼉을 쳤던 그 모습이 그림의 한 장면처럼 생생하게 떠올랐습니다.

제가 군 복무 시절 실탄 사격에서 우를 맞은 우리들에게 함남도 선덕 해수욕장에서 해수욕을 시킨 적이 있습니다. 헤엄을 치는 친구는 단 한 명도 없었습니다. 생전 처음 바다 구경을 하는 친구들이 대다수였기에 그럴 만도 했습니다. 함북도 삼수갑산 아주 산골에서 태어나 군에 입대한 한 친구는 그만 밀려오는 파도에 묻혀 물을 많이 먹어 불룩 부른 그이 배를 보고 놀려주던 그때 일이 생각나 피식 웃기도 했습니다.

겨우 조개를 한두 개씩 줍기도 했고 어린 소녀들처럼 모래로 까치집을 짓는 것이 고작이었습니다. 이런 생각을 하고 있는데 손전화기에 문자 한통이 날아 왔습니다. 높은 파도 속에 이리 뛰고 저리 뛰며 즐거워하는 대학생들의 모습에 혼이 빠져 시간 가는 줄을 모르고 구경하는 제 등을 찍은 사진이었습니다.

신발을 손에 들고 한 손에는 손전화기를 들고 바쁜 시간을 보냈습니다. 시간이 되어 대천 부대로 들어갔습니다. 아침 일찍 바다 구경을 실컷 한 것 같았지만 뭔가 부족한 기분이 들었습니다. 하기에 부대 정상에서 바다를 내려다보았습니다. 부대 정상에서 내려다보는 대천 앞바다는 그야말로 푸른 하늘과 잇닿아 있는 듯했습니다. 구름이 높은 파란 하늘 위에는 목화솜처럼 하얀 흰 구름이 뭉개뭉개 떠 있었습니다. 그림의 한 장과도 같았습니다.

34도의 무더운 날씨였지만 가슴이 뻥 뚫린 것처럼 시원했습니다. 우리는 해안에서 4km 떨어진 흰 자갈이 깔린 해안과 기암절벽으로 이루어진 무인도인 다보도라는 섬을 바라보며 다음 기회에는 유람선을 타고 바닷바람을 즐기자고 얘기했습니다. 태안 신드리 해수욕장과 태안 해수욕장은 정말 저에게도 하나의 새로운 추억이 됐습니다.

서울에서 김춘애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