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얼마전 인터넷 기사에서 중국 심양 영사관으로 진입을 시도하던 탈북자들이 10명이나 중국 공안에 체포됐으며, 이 달 11일경 단동을 경유해 북한 신의주 보위부로 북송될 예정이라는 기사를 읽었습니다. 그 중에는 여성들도 7명이나 있다고 했습니다.
중국 베이징 공안국의 명의로 내려진 탈북자 색출 통지문은 2월13일자로 전국에 배포됐고 변경지역 파출소들에는 탈북자들을 신고하면 주민들에게 지급되던 장려금 역시 배로 올랐다고 합니다.
저는 중국 정부가 탈북자들을 체포했다는 뉴스나 혹은 탈북자 색출 강도를 대폭 강화하고 있다는 뉴스를 접할 때마다 심장이 멎는 듯한 충격에 빠집니다. 북송되는 탈북자들이 겪게 될 고초를 누구보다 잘 알고 있기 때문입니다. 지금 이 글을 쓰고 있는 저는 가슴이 떨리고 손까지 떨려서 무슨 글을 어떻게 적을 지 앞이 캄캄합니다. 저는 몇 년 전에 그들처럼 중국 공안에 체포되어 변방대를 거쳐 북한으로 두 번이나 북송됐습니다.
제가 어린 딸과 함께 화룡 공안과 변방대를 거쳐 북한 함북도 무산군으로 북송되어 보위부와 안전부 감옥 그리고 노동 단련대와 청진 집결소에서 짐승보다 못한 인간 이하의 취급을 받으며 빈대와 모기에 물리고 뜯기고 이가 득실거리는 감방에서 하루가 멀다하고 갖은 정신적인 고문을 당하고, 몽둥이로 매를 맞기도 했으며, 그렇게 맞고 퉁퉁 부운 다리를 끌고 강도 높은 노동에 시달려야 했습니다.
무산군 보위부에서는 저와 어린 딸은 발가벗은 채로 검열을 받고 양팔을 앞으로 들고 앉았다 일어섰다하는 기합을 50번이나 넘게 받아야 했습니다. 보위부 간수들 앞에서 어미의 옷 벗는 모습을 보이기가 수치스러워 주저하고 있자, 그 간수가 '당과 조국을 배반한 자가 무슨 인간 대우를 해 달라고 하느냐'면서 주먹으로 제 얼굴을 내리쳤습니다. 그 때 맞아서 앞니 두 개가 부러졌습니다.
나중에 알고 보니 보위부와 안전부 요원들은 중국에서 붙잡혀 온 탈북자들이 숨겨 놓은 중국 돈이 있는지 찾아보기 위해 별의별 흉측한 짓을 다 한 것이었습니다. 아침에 자고 일어나 옷을 벗어 털면 보리알 보다도 큰 빈대와 이가 몇 마리씩 뚝뚝 떨어지기도 했습니다. 하는 수 없이 저와 제 딸은 빈대와 이를 피해 창문에 매달려 밤을 보내곤 했는데 그야말로 박쥐 생활이었습니다. 온몸엔 피와 고름이 고인 상처투성이었습니다.
저는 아직도 그 때 겪은 일들을 악몽으로 꾸다가 소스라치며 놀라 깨어날 때가 있습니다. 저와 제 딸, 그리고 같은 처지에 있던 탈북자들을 인간 이하로 취급했던 간수들을 생각하면 치가 떨립니다. 그 때의 충격으로 제가 가끔 멍하니 정신을 놓고 있을 때도 있는데 우리 아이들이 그런 제 모습을 보면 과거에 참혹했던 일들은 다시는 기억하지 말라고 당부하기도 합니다.
아이들 말대로 잊으려고 의식적으로 노력하고 있지만, 탈북자들이 북송됐다는 뉴스를 보면 과거의 기억들이 다시 생생하게 떠오릅니다.
중국도 이젠 우리 탈북자들을 난민으로 인정하고, 체포해서 북한으로 보내는 일은 더 이상 하지 말아야 합니다. 탈북자들이 조국을 배반한 것이 아니라, 주민들을 먹여 살리지 못하고 있는 조국이 탈북자들을 만들어낸 것입니다. 탈북자들은 먹고 살기 위해서 어쩔 수 없이 북한을 떠난 가엾은 사람들입니다. 그런 이들을 죽음으로 내모는 일은 대국임을 자처하는 중국이 해서는 안될 일인 것입니다.
춥디추운 감옥에서 북송될 두려움에 떨고 있을 탈북자들을 생각하니 오늘도 잠이 오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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