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은 가정의 달입니다. 어린이날부터 시작해 어버이날도 있고 스승의 날을 비롯해 부부의 날, 또 부처님 오신 날도 있습니다. 한해를 살아가면서 가정이 가장 화목해야 하는 달을 굳이 꼽자면 아마도 5월이 아닌가 합니다.
저도 이곳 남한 사람들처럼 그리고 이런 좋은 세상에 살고 있는 보람을 다하고 싶은 평범한 가정을 가진 한 엄마이며 장모이며 할머니로 5월에 그 어느 때보다도 행복하고 좋은 추억을 만들고 싶었습니다. 마침, 금요일이 부처님 오신 날이어서 모두 3일간 연휴였던 지난 주말, 사랑하는 우리 가족과 함께 정토사라는 절을 찾아가 기도했습니다.
다른 사람들은 3번 절을 하며 기도했지만 저는 30번 절을 하며 기도했습니다. 정말 내 나이까지 살면서 하고 싶었던 말을 다 한 것 같습니다. 절을 하며 슬프고 마음 아팠던 상처들에 대해서 다시 한 번 기억하기도 했고 앞으로 남은 인생을 어떻게 살아 갈 것인가, 하는 희망의 목표를 위하여 다짐도 했으며 우리 아이들의 건강과 가정에 더 좋은 일들만이 있기를 기원했습니다. 더불어 먼저 하늘나라에 가있는 우리 애들 아빠도 이제는 온갖 시름을 놓고 좋은 곳에 가 잘 살아 달라고 빌었습니다.
그리고는 용인에 있는 에버랜드로 갔습니다. 달리는 차 안에서 언뜻언뜻 스쳐 지나가는 밖의 풍경이 저의 마음을 기쁘고 즐겁게 했습니다. 저렇게 새싹들이 움트고 들판의 풀도 마음껏 노래하는 5월, 하루하루 더 푸르러 지는 산과 들판을 바라보며 제 마음도 젊어지는 것 같았습니다.
눈앞에 바라보이는 것은 녹음이 우거진 산과 벌써 모내기로 새파랗게 변해 가는 넓은 벌판, 그리고 숨을 들이 쉴 때 마다 안겨 오는 싱그러운 아카시아의 꽃향기. 저의 눈앞에서 재롱부리는 이제 겨우 5개월 된 손자와 할머니의 무릎 위에서 좋아라 재잘재잘 대는 손녀, 대견하게 운전하고 있는 아들의 뒷모습. 그리고 떨어질세라 부지런히 따라오는 두 사위들의 모습을 바라보고 있자니 행복한 마음을 감출 수 없이 저절로 함박꽃처럼 환한 웃음이 얼굴에서 사라지지 않았습니다.
목적지에 도착한 우리 가족은 주차장에 차를 세워 놓고 구내 버스를 타고 약 15분가량 달렸습니다. 어찌나 사람들이 많은지 저는 깜짝 놀랐습니다. 아마도 온 세상 사람들은 여기에 다 모인 듯 했습니다. 한 90%가 가족 나들이였습니다. 매표소에서 표를 구입한 우리 가족은 동물원으로 갔습니다. 갖가지 모양의 원숭이 그리고 기린, 갖가지의 새와 길고 큰 뱀도 보았습니다.
그런데 갑자기 하늘에서 와와 하고 하는 금방 숨넘어가는 함성 소리가 들려 왔습니다. 올려다보니 하늘 높이 높은 곳에서 빠른 속도로 달리고 있는 관성 열차를 타고 있는 사람들이 내는 두려움과 즐거움이 섞인 함성 소리였습니다. 저는 아들과 두 사위에게 관성열차를 타라고 했습니다. 조금 주춤하는 작은 사위의 모습을 보며 저는 옛날 얘기를 해줬습니다.
우리 고향인 평양에도 에버랜드와 같이 대성산 유희장이 있고 만경대 유희장이 있고 평양 동물원이 있고 그곳에도 관성열차도 있습니다. 제가 군복무 시절 군관이 되어 휴가를 나왔을 때, 마치 오늘처럼 사랑하는 부모님과 언니 그리고 사랑하는 동생들과 유희장에 갔었는데 언니는 저에게 관성열차를 한 번 멋지게 타보라고 권했었습니다.
보기만 해도 아찔하고 무서운 높이에서 빠른 속도로 달리는 관성열차를 보고 공포에 질려 있는데 언니는 계속 저를 보고 그 보다 더 멋있는 별까지 달았는데 무슨 겁이 많냐 하며 놀려 주었습니다. 저는 조금 부끄러운 마음으로 당당한 모습을 보여 주겠다고, 소위 대담성을 보여 주기위해 관성열차를 탔습니다.
일단 타라고 해서 타기는 했는데, 문제는 그 뒤였습니다. 다리가 후들 후들 떨리고 얼굴은 새파랗게 질려 열차가 멎고 나서도 자리에서 일어서지 못했습니다. 너무 무서워서 오줌도 흘린 듯 했는데, 아직도 그 생각을 하면 창피하고 부끄럽다는 제 얘기에 사위들은 죽겠다고 웃었습니다.
결국, 이런 제 얘기에 힘입어 머뭇거리던 두 사위와 아들이 관성 열차를 탔습니다.
점심은 타운즈 마켓이라는 멋진 이름의 식당에서 스테이크를 먹고, 어린이 완구 상점에 들려 뽀로로 자전거를 손녀와 손자에게 선물로 사줬습니다.
그리고 돌아오는 길, 매일이 오늘만 같다면 세상에 부러울 것이 없을 것 같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훌쩍 흘러가는 5월. 가족이 있어 행복하다는 걸 마음 깊이 느끼며 즐거운 마음으로 5월을 마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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