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최근 발간된 북한 내부 소식지 '임진강' 6호에 실린 한 북한 여성의 수기를 읽었습니다. 함경북도 청진시 송평 구역에 있는 청진집결소에서 180여일을 생활했고 네 번이나 감금됐다는 이 여성은 집결소를 다음과 같이 회상하고 있었습니다.
'집결소 소장은 쩍하면 "너희들은 죽어도 일없다. 그러나 우리 집결소 개는 죽으면 안 된다"고 지껄였다.'고 했습니다. 18명의 임산부들이 약물 주입을 강제로 당해 뱃속의 아이를 강제로 죽게 만들었다고 합니다.
리 씨는 '내가 가장 견디기 어려웠던 점은 노동 강도나 허기, 추위가 아니라 사람을 개돼지처럼 취급하는데서 오는 인간적 모멸이었다'고 말하면서 '이런 소굴에서 살아남은 자기가 기적이 아닐 수 없다"고 글을 썼습니다.
저는 리 씨의 수기를 읽은 뒤 가슴이 답답하고 마음이 아파 밥을 먹을 수가 없었습니다. 밤에 잠도 오지 않았습니다.
지난 집결소 생활이 새삼 생생하게 떠올랐습니다. 어린 딸과 함께 양손에 족쇄가 채워진 채 북송되어 가서 아무것도 걸치지 않은 알몸으로 앉았다 일어섰다 하는 훈련을 받아야 했습니다. 혹시 중국 돈을 갖고 나왔나 찾아보기 위해 간수들은 여성들의 옷 솔기를 샅샅이 검사하고, 신발바닥이며 머리카락이며 돈을 감출 만한 곳은 모조리 다 뒤졌습니다.
배고픔도 참기 힘들었습니다. 통 강냉이 하나를 먹고 하루 종일 고된 노동에 시달리곤 했습니다. 너무 배가 고파 어떤 사람들은 날호박을 먹기도 했고, 어떤 사람들은 밭에서 김을 매다가 풀을 뜯어 먹기도 했습니다. 저는 화장실에 간다는 핑계로 강냉이 밭에 들어가서 어린 딸에게 채 여물지 않은 강냉이를 뜯어 먹게 했습니다. 그리고 남모르게 오이를 훔쳐 가슴 속에 감추어 가지고 감옥에 들어가 손으로 뚝뚝 꺾어서는 설사병을 방지하기 위해 비닐봉지에 넣어 시큼하게 만들어 먹기도 했습니다.
빈대와 이와 모기에 물리고 뜯기어 온몸엔 상처뿐이었지만, 약 한 첩 쓸 수가 없었습니다.
임산부들에 대한 인간적인 모욕과 학대는 상상을 초월할 정도입니다. 간수들은 중국 한족의 씨를 받아 왔다면서 임산부들의 배를 발로 차고 때리기도 하고 임신 6개월째인 아기를 억지로 낳게 하고는 막 출산한 산모들을 강도 높은 노동으로 내몰기까지 했습니다.
퉁퉁 부은 몸으로 고된 노동에 시달리다 쓰러지는 산모도 있었고 다른 질병에 걸려 시름시름 앓고 있는 산모도 있었지만 그들에게 약을 주기는커녕 못 본 척 내버려두기만 했습니다.
친척이나 가족들에게서 들어오는 면식마저도 간수들이나 지도원들이 빼앗아 자기 마음에 드는 사람들에게 나누어 주기도 했습니다. 정말 집결소에서의 삶은 개, 돼지보다도 못한 생활이었습니다. 지금 남한에서의 생활과 비교하면 하늘과 땅 차이입니다.
그래서 저는 가끔 좋지 않은 일이 생겨도 과거 북한에서의 지옥 같은 생활과 비교하면 이런 일은 아무것도 아니라고 아이들을 타이르곤 합니다.
저는 가끔 밤에 지난날의 악몽을 꾸다 깜짝 놀라 깨어나곤 합니다. 리 씨의 수기를 읽었으니 한 동안은 악몽에 시달릴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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