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생각 평양생각] 나눌수록 커지는 ‘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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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주 목요일에 KBS 한민족방송에서 주최하는 '2010사랑나눔축제'가 열렸습니다. 이 축제의 오전 행사에서는 강서구 새마을 부녀회원들과 우리 탈북자들이 서울 농수산물공사에서 김치를 만들었고, 오후에는 강남경희한방병원에서 무료로 치료도 해주고, 한민족 노래자랑도 개최됐습니다.

이런 중요한 축제에 우리 새문화복지연합회는 참가자들에게 따뜻한 차를 대접하는 자원봉사를 맡게 됐습니다. 하루 전에 시장에서 직접 생강을 구입해 우리 손으로 달인 생강차를 들고, 오전 10시30분에 김치를 담그고 있는 농수산물 시장으로 갔습니다. 따끈하고 김이 모락모락 나는 생강차를 대접하는 봉사자들의 얼굴과 생강차를 받아든 다른 자원봉사자들의 얼굴에는 환한 미소가 어렸습니다.

그들과 함께 어울려 우리 회원들은 빨간 장갑을 손에 끼고, 잘 절여지고 먹음직스러운 노란 배추 속에 양념을 버무리기도 하고 포장도 했습니다. 점심시간이 되어 새마을 부녀회원들과 우리 새문화복지연합회 회원들은 함께 어울려 배추 속에 보쌈을 싸서 막걸리도 한 잔씩 하면서 맛있는 점심을 먹었습니다.

김치 담그기 행사가 끝난 뒤 우리 일행은 택시와 자가용차를 타고 사무실로 돌아와 오후 행사 시간을 기다리며 맡겨진 일을 했습니다. 드디어 오후 3시가 되어 다시 저는 회원들과 함께 강서구민회관으로 갔습니다. 강남 경희한방병원 의사들에게 상담 치료와 침 치료 등 무료로 한방 치료를 받았습니다. 팔과 다리에 침을 꽂은 사람들은 얼굴이 울상이 됐고, 옆에서 그들을 지켜보던 저는 그 모습을 보고 웃음이 났습니다.

오후 5시부터는 2010 한민족 노래자랑이 시작됐습니다. 이름 있는 작곡가 이호섭님과 이 진영 아나운서는 만면에 환한 웃음을 띠고 무대로 나와 인사를 했습니다. 노래자랑을 보러 온 사람들 중엔 우리 탈북자들뿐만 아니라, 중국 조선족들과 사할린 동포들도 많았습니다. 국민가수인 태진아 씨가 처음으로 노래를 불렀고, 뒤이어 이미 예선을 거친 탈북자들이 나와서 노래를 불렀습니다. 두 번째 초청가수인 송대관 씨가 노래를 부른 다음에는 객석에 앉아 있던 사람들이 무대로 올라와 장기자랑을 하는 시간이 마련됐습니다. 노래를 부르는 사람, 막춤을 추는 사람, 개다리 춤을 추는 사람, 강아지 밥 먹는 소리 등 짐승의 소리를 흉내 내는 사람도 있었습니다.

이미 예선 심사에서 당선이 된 탈북자들 중에는 내가 잘 아는 분들도 있었습니다. 그들의 숨겨진 노래 실력을 뽐내는 노래 경연대회와 초청가수들의 축하무대가 어우러지는 자리는 참 볼만했고, 흥겹고 즐거운 자리이기도 했습니다. 그야말로 시름을 달랠 만큼 풍류와 흥을 아는 우리 한민족이 한 곳에 모여 노래와 춤을 통해 하나가 되는 한마당 잔치였습니다.

탈북자들이 무대에서 목청껏 노래를 부르며 춤을 추는 모습을 보면서 저는 행복한 새 삶을 누리고 있는 우리 탈북자들의 모습을 읽을 수 있었습니다. 그들이 만약 북한에 살고 있다면, 이렇게 황홀한 무대에 올라 장기자랑도 하고, 마음껏 노래를 부를 수 있었을까? 내 고향 평양에도 전국 노래자랑이 있습니다. 말로는 전국 노래자랑이라고 하지만, 웬만한 사람들은 그 무대에 한번 올라 노래 부르기가 힘든 무대입니다.

노래자랑에서는 탈북자 한 명이 최우수상 상금 50만 원을 탔습니다. 그리고 추첨이 진행됐습니다. 추첨에서 당첨된 사람들은 김치 한 상자를 선물로 받았습니다. 한민족방송에서는 KBS라고 새겨진 볼펜과 작은 무릎담요 한 장을 포장한 선물까지 주었습니다.

행사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면서 즐거운 수다를 떨고 있는 친구들의 모습을 보면서 저는 서로서로 주고받고 나누면 나눌수록 자꾸만 커지는 것이 '사랑'이 아닐까? 나의 마음을 나누면 더 큰 행복과 보람으로 돌아오는 것이 바로 '사랑'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했습니다. 2010년을 마감하면서 한민족방송에서 우리 탈북자들과 함께 한 이날 행사는 탈북자들의 마음속에 멈추지 않는 사랑의 강물이 되어 흐를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비록 흔한 김치였고, 소박한 한 장의 담요였지만, 그것을 안고 돌아오는 동료들의 얼굴엔 행복한 미소가 가득했습니다. 그 모습을 보면서 저도 이 추운 겨울, 비록 단 하루였지만, 누군가를 위해 봉사했다는 기쁨과 보람을 느꼈습니다.

서울에서 김춘애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