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단풍과 함께한 남이섬에서의 추억

0:00 / 0:00

어느덧 깊어 가는 예쁜 가을 하늘을 보는 순간 그냥 흘러 보내기엔 뭔가 아쉬운 생각이 들었습니다. 몇 년 전에 손녀딸애와 함께 다녀 온 곳이 있었는데 문뜩 그 곳이 생각났습니다. 강원도 춘천시 남산면에 있는 남이섬이었습니다. 아쉬움을 두고 온 남이섬은 언젠가는 친구들과 함께 꼭 한 번 다녀오고 싶은 곳이었기에 친구들과 약속을 잡았거든요.

지난 주말 조금 일찍 서둘러 출발했지만 벌써 도로는 막히기 시작했고 가평역 주변에서 부터는 한 발자국도 움직일 수가 없었습니다. 우리는 가평 역 주변에 차를 주차하고 약 30분가량 도보로 걸어서 남이섬 입구에 도착했습니다. 남이섬으로 들어가려면 유람선을 타야 하거든요, 역시나 했더니 벌써 남이섬으로 들어가는 배를 타려고 많은 사람들이 200m넘게 줄을 서서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주변에는 적십자라는 글이 쓰여진 조끼를 입은 자원 봉사자들이 나이 많으신 어르신들과 아기들을 위해 휠체어와 유모차들을 무료로 대여 해주는 모습도 보였습니다. 담이 있고 배짱이 있는 분들은 속도가 빠른 삭도를 타고 들어간다고 하지만 겁이 많고 심장이 누구보다 약한 몇몇 친구들은 배를 타기 위해 줄을 서서 기다렸습니다.

저 역시 배를 타는 줄에 섰습니다. 여섯 대의 유람선이 부지런히 움직이는 탓에 그리 많은 시간이 걸리지 않아도 빨리 남이섬으로 들어 갈 수가 있었습니다. 유람선을 탄 친구들은 사진을 찍느라 분주합니다. 마침 하늘 공중에서 삭도를 타고 빠르게 달리는 한 친구가 소리 지르네요.

속도가 얼마나 빠른지 미처 손을 흔들어 줄 사이도 없었습니다. 남이섬에 도착해 배에서 내리면 나미나라공화국 입국 심사대를 거쳐야 하는데 마치 어느 작은 섬나라에 도착한 기분이 들기도 했습니다. 한 친구는 처음이라 여기가 무슨 외국인가고 물어 왔습니다. 한 번 다녀온 경험이 있는지라 조선의 태종의 외손자인 남이 장군이 훌륭한 장수로서 여진족을 물리치는 수많은 공을 세웠는데 시기하는 간신배들의 참소를 받아 역모죄로 몰려 죽었는데 그의 묘소가 이곳에 있다고 직접 묘를 가르쳐 주기도 했습니다.

울긋불긋 단풍이 그야말로 절정인 듯하네요. 그사이 은행나무와 단풍나무 그리고 잣나무 등 많은 나무들이 더 자란 듯합니다. 남이섬의 아름다운 단풍과 건너편의 높은 산봉우리들의 산새와 흐르는 강물의 조화는 그야말로 금강산이 따로 없었고 그림의 한 장면 같았습니다. 즐거운 마음의 감탄사가 저절로 튀어 나오기도 합니다.

늦은 가을바람이 불어올 때마다 은행나무 잎은 꽃 보라를 연상케 했으며 떨어지는 은행에 맞지 않기 위해 손으로 혹은 수건으로 머리를 가리는 사람들도 있었습니다만 그들의 얼굴에는 행복을 만끽하는 모습이 튕겨 나왔습니다. 비록 조금은 안 좋은 냄새도 있었습니다만 말입니다.

함께 걸어보고 싶었던 은행길, 비록 수많은 사람들로 꽉 막힐 정도였지만 또 조금은 먼지도 있었지만 마냥 즐겁고 행복합니다. 커피숍에 들려 우리는 이름있는 커피 한 잔씩 손에 들고 폼도 잡아 보았습니다. 커피 잔을 들고 걷는 모습을 사진에 담기도 했고 빨갛게 핀 단풍나무 잎을 입에 물고 사진을 찍기도 했고 겨울연가를 찍은 배우의 모습과 함께 사진을 찍기도 했습니다.

한창 웃고 떠들고 있는데 다람쥐과에 속한 청솔모 두 마리가 재빠르게 잣나무 위로 올라갑니다. 외국인들도 내국인들도 모든 사람들이 사진을 찍느라 여념이 없네요, 조금 늦은 점심시간이었지만 우리는 춘천 닭갈비에 막국수를 먹었습니다.

점심을 먹고 커피 한 잔과 함께 강 둘레길 을 따라 걸었습니다. 시원하고 넓은 강바람에 어울려 보트를 타고 즐기는 사람들과 작은 보트를 타고 즐기고 있는 사람들을 보고 있노라니 유년시절 대동강에서 유람선을 타기도 하고 보트를 타던 고향 생각이 문뜩 나기도 하네요. 유람선을 타기 위해 나루터에 도착한 우리는 깜짝 놀라지 않을 수가 없었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유람선을 타기 위해 500m 줄을 서서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2시간을 넘게 기다려 유람선을 탔습니다. 남이섬 은행길을 친구들과 함께 걷으면서 행복하고 즐거움을 만끽하는 좋은 추억이었습니다. 서울에서 김춘애 였습니다.

** 이 칼럼내용은 저희 자유아시아방송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