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안함 피격 5주기를 보내며

인천시 옹진군 백령면 천안함 46용사 위령탑에서 열린 참배식에서 한 유가족이 희생장병 동상을 어루만지며 오열하고 있다
인천시 옹진군 백령면 천안함 46용사 위령탑에서 열린 참배식에서 한 유가족이 희생장병 동상을 어루만지며 오열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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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집 창문을 열면 활짝 핀 산수유 꽃향기가 솔솔 들어옵니다. 상쾌한 기분으로 벌써 빨간 산수유열매를 기대해 봅니다. 아침 일찍 일어나면 이런 즐거움을 맘껏 누리기 위해 제일 먼저 하는 일이 있습니다. 텔레비전을 켜고는 커텐을 올리고 베란다로 나가 창문을 열고 아침 공기를 마시며 크게 기지개 3번을 하는 것입니다. 오늘도 역시 잠자리에서 일어나 순서 그대로 텔레비전을 켜고 창문을 열고 숨을 크게 들이 쉬고 있었습니다.

이름 모를 꽃향기가 제 가슴 속 깊이 들어와 기분이 상쾌해지는 그 순간 텔레비전 뉴스에서 아나운서의 목소리가 크게 들려 왔습니다. 천안함 5주기 행사가 대전 현충원에서 진행된다는 뉴스였습니다. 대통령을 비롯한 많은 분들이 참가한다고 합니다.

순간 저는 아차 했습니다. 벌써 천안함 피격사건이 있는지 5년이란 세월이 흘렀네, 그동안 흐르는 세월과 함께 까마득히 잊고 있었구나하는 자책감으로 인해 마음이 조금 짠하기도 했습니다. 지금으로부터 5년 전인 2010년 3월 26일 저녁 9시경 서해 백령도 해상에서 작전 임무를 수행 중이었던 우리 군함 천안함이 북한잠수정의 어뢰공격을 받아 침몰 되었고 그로 인해 전쟁도 아닌 평화 시기에 46명의 목숨을 앗아 갔습니다.

‘내 아들은 잊어도 좋지만 천안함이 주는 교훈은 잊지 말아야 한다’ 이 말은 천안함 용사들 유가족들의 한결같은 심정이 담긴 말입니다. 박석원 상사의 아버지는 희생된 외아들을 잊지 못해서 두 아들을 입양해서 키우고 있다고 합니다. 또한 저는 인터넷 화면을 통해서 눈물 없이는 볼 수 없는 한 장면을 보기도 했습니다.

당시 100일이었던 아기가 아빠의 얼굴도 보지 못하고 자라서 5살짜리 꼬맹이가 되었는데 ‘아빠! 저 5살이 되었어요. 우리 아빠가 저 옷을 입었었나?’ 라고 말하는 대목이었습니다. 최정환 상사의 5살짜리 딸이 고사리 같은 작은 손으로 아빠의 묘비를 정성스럽게 닦고 있는 모습이었습니다. 소리 없이 울었습니다. 아빠의 얼굴도 모르는 저 어린 천진난만한 꼬마 숙녀, 내 손주 같고 내 자식 같은 마음으로 제 마음이 짠하기도 하지만 아팠습니다.

아빠가 왜 희생되었을까? 아빠의 목숨을 앗아간 원수가 누구인가를, 또 아빠가 누구를 위해 희생되었을까를 알 수 있을까. 그 어린 것이 무슨 죄가 있어 전쟁도 아닌 이 평화 시기 하루아침에 아빠를 잃고 아빠의 얼굴도 모르고 자랄까, 과연 누구 때문인지를 생각하면 할수록 마음이 짠하고 아팠습니다.

다행히도 어린 꼬마 숙녀가 이곳 대한민국이라는 나라에서 태어났다는 것이 얼마나 다행스러운가 하는 생각과 함께 만약 저 어린이가 북한에서 태어났다면 고아가 되어 꽃제비 신세가 되었을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함께 해 보지 않을 수가 없었습니다.

한시라도 우리가 잊지 말고 기억해야할 천안함 피격 사건과 연평도 포격 사건에 대해 순간이나마 내 자식이 아니어서 또는 내 가족이 아니어서 내 부모가 아니라서 까마득히 잊고 살아온 내 자신이 부끄럽기 그지없고 마음이 숙연해 집니다.

그들은 자기 한 몸이 희생되는 그 순간까지도 우리 대한민국 국민들의 생명과 재산과 나라의 전취물을 지켰습니다. 그들은 눈을 감지 못했습니다. 우리는 그들의 희생정신을 잊어서는 안 됩니다. 그들이 있었기에 오늘 우리들의 행복이 있고 오늘도 북한 당국이 우리 국민들이 행복한 삶을 호시탐탐 노리고 도발하고 있지만 우리는 끄떡없습니다.

5년이라는 긴 세월이 흘렀지만 북한 당국은 천안함 피격 사건과 연평도 폭격 사건에는 아무런 사과의 말 한마디 없으면서도 우리 탈북자들이 보내는 전단 살포만 중지하라고 협박하고 있습니다. 천안함 46명의 젊은이들은 우리 대한민국의 꿈이며 미래이며 희망이었습니다. 우리 대한민국 아들들의 포부와 희망과 꿈을 이루지 못한 채 전쟁도 아닌 평화 시기에 북한은 어뢰정 공격으로 차디찬 물속에 잠겨 희생시키고도 아무런 가책도 받지 않고 있습니다.

북한은 이제라도 솔직하게 인정하고 무릎을 꿇고 그들 앞에 사죄해야 합니다. 또한 우리 국민들 앞에 사과해야 합니다. 북한 당국이 사죄하지 않는 한 우리는 용서해서도 안 됩니다. 우리가 잊어서는 안 되는 것은 북한 당국은 천안함 피격 사건을 이용하여 우리 국민들을 내부로부터 와해시키고 나아가서는 한미동맹을 분열시키려고 합니다.

자기들이 하는 군사 훈련은 응당하고 우리가 하는 훈련은 전쟁 연습이라고 말 같지 않은 말과 억지를 써 가면서 마치 한국군과 미군이 북한을 침공하는 것처럼 과장하여 주민들에게 선동선전을 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우리 군의 군사 훈련을 방해하고 시비하는데 날뛰고 있습니다.

이번 천안함 5주기를 통해 우리 국민들은 우리나라 안보가 왜, 누구를 위해 중요한가를 다시 한번 다짐하는 마음가짐이 되었으면 합니다. 서울에서 김춘애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