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말 저는 탈북어머니회 회원들과 함께 경북 울진군 온정면에 자리 잡고 있는 백암 온천을 다녀왔습니다. 아침 일찍 우리 회원들이 탄 버스는 서울을 출발해 동해 속초로 향했습니다. 관광버스 4대가 서로 교신을 주고받으며 달렸습니다. 관광버스를 타고 이렇게 많은 인원들이 움직이는 것은 처음 경험해 보는 일이라 저뿐만이 아닌 회원들 모두가 마치 어린 소녀 같이 들뜬 기분이었습니다.
달리는 내내 기사 아저씨는 장윤정, 나훈아의 음악을 틀어주었습니다. 사람들은 흥이나 노래가사를 따라 부르기도 하고 춤을 추는 사람들도 있었습니다. 저 역시 흥이 저절로 났습니다. 동해 바다를 옆에 끼고 달리는 차창 밖으로 때로는 파도치는 바닷가도 보이고 때로는 모내기가 한창인 넓은 벌판이 보이기도 했고 때로는 높은 산이 보여 마음이 시원하다가도 때로는 길고 캄캄한 굴로 들어가기도 해 우리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답니다.
함께 데리고 간 손녀 역시 기분이 들떠 바다 옆을 지날 때에는 ‘우와 바다다’하며 소리를 질렀고 세찬 강원도 바람에 씽씽 돌아가는 풍차를 보고는 마냥 신기해했으며, 차가 굴로 들어가는 순간에는 바다 상어 입으로 들어간다고 표현해 많은 사람들이 웃었습니다. 우리는 설악 휴게소에 들러 두부찌개로 첫 점심 식사를 했습니다.
안내를 맡은 아저씨는 마이크를 쥐고 목적지에 도착했다고 말했습니다. 우리는 무려 8시간의 시간이 걸려서야 목적지인 온천에 도착했는데 백암산과 잘 어울리는 전통 기와로 만들어진 원탕 고려 호텔을 보는 순간 많은 사람들이 감탄하는 소리가 저절로 나올 정도였습니다. 고향이 북한인 우리 회원들 속에서는 이렇게 웅장하고 화려한 호텔에 처음 가보는 사람들이 많았거든요.
원탕 고려 호텔은 숙박과 온천을 할 수 있는 호텔이었으며 많은 단체 손님들이 이용하기 편리하도록 지어진 고급 온천이었습니다. 호텔 열쇠를 넘겨받은 저는 사람들을 조절해 호텔방을 배치했습니다. 짐을 풀기도 전에 우리는 늦은 저녁 식사를 했습니다.
그리고는 온천으로 들어갔습니다. 약 2시간 정도 우리는 온천탕에 들어가 피곤을 풀고는 다시 횟집에서 약주 한 잔씩 하고는 노래방으로 갔습니다. 이제 한국에 온지 얼마 안 되는 한 친구는 눈물을 흘렸습니다. 고향에 두고 온 부모님과 형제들과 함께 이런 행복을 나눌 수 없는 것이 마음 아프다고 말입니다.
저는 그의 손을 꼭 잡아 주었습니다. 다음 날 아침 일찍 잠에서 깨어난 우리는 다시 온탕에 들어갔습니다. 그리고는 아침을 먹고 따끈한 커피 한잔을 하고는 다시 버스를 타고 동해로 출발했습니다.
검푸른 파도가 철썩 치는 소리가 마치 차안을 흔들어 놓은 듯 해 우리는 잠시 바닷가에 자리 잡은 휴게소에 차를 멈추었습니다. 파도의 높이는 거의 3m로 높았는데 멀리서 밀려와 큰 바위에 철썩 치는 파도소리에 막혔던 가슴이 뻥 뚫리는 듯한 기분이 들어 시원했습니다.
하지만 그 기분도 순간이었습니다. 세월호 침몰사고가 머리에 떠올랐습니다. 우리 어른들의 잘못으로 인해 많은 아이들이 희생됐고 아직도 10여명의 실종자들이 차디찬 바닷물 속에 있다고 생각을 하니 마음이 아팠습니다. 무거워진 마음을 안고 우리는 다시 차를 타고 울진 성류굴에 도착했습니다.
지하 금강이라 불리는 신비한 천연 석회암 성류굴은 아름다운 석순과 종유석이 발달된 석회 동굴로 입구에서부터 끝까지 870m 구간 어느 곳에서나 신비한 광경을 볼 수 있었습니다. 자연 조형이 금강산을 방불케 해 지하 금강이라고도 한다고 합니다. 굴 내부의 온도는 사시사철 15도, 습도는 80%가 항상 유지되어 있어 물고기와 박쥐 그리고 곤충 54종이 서식하고 있다고 합니다.
성류굴 입구로 들어가 돌아보고 나오는 데 한 시간이 걸렸습니다. 잠깐 쉬고는 다시 출발해 우리는 동해 바닷가에 있는 촛대 바위에 도착했습니다. 동해시 추암 해수욕장 근처에 있는 촛대 바위는 그야말로 바다에서 솟아오른 모양의 기암석으로 촛대와 같이 생겼다고 하여 촛대 바위라는 이름이 붙었다고 합니다.
전설에 의하면 한 남자가 소실을 얻었는데 본처와 소실간의 투기가 심해 하늘이 벼락을 내려 남자만 남겨 놓았으며 이때 혼자 남은 남자의 형상이 바로 촛대바위라는 설명이 쓰여 있었습니다. 촛대바위 주변에 솟아 오른 거북 바위, 두꺼비 바위, 부부바위, 코끼리 바위, 형제 바위 등 약 100여 개의 기암석은 동해 바다를 더 웅장하고 멋지게 만들었습니다.
낭만 가득했던 백암 온천과 동해 여행은 제 인생에 또 한 번 좋은 추억으로 남았습니다. 서울에서 김춘애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