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를 찾아 떠난 게 죄입니까?

최근 중국을 거쳐 강제 북송된 탈북 청소년 9명이 라오스에 체류할 당시 찍은 사진.
최근 중국을 거쳐 강제 북송된 탈북 청소년 9명이 라오스에 체류할 당시 찍은 사진. (사진-연합뉴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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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한주간은 북한 당국이 자유를 찾아 이곳 대한민국으로 찾아오던 탈북청소년 9명을 라오스에서 비행기로 직접 강제 북송한 사실로 인해 우리 탈북자들뿐만 아니라 국제 사회가 떠들썩했습니다. 저도 마음이 아팠습니다. 지금은 비록 대한민국에 와서 행복한 새 삶을 살고 있지만 몇 해 전 우리 아이들과 함께 그들과 꼭 같은 길을 걸어온 저는 체포 30분전 밝게 웃고 있는 그들의 모습이 담긴 사진을 보는 순간 자식을 둔 부모로서 나 자신도 모르게 온 몸이 사시나무 떨듯 부들부들 떨렸습니다.

15살에서 23살 한창 피여야 할 꽃 같은 나이였습니다. 이들은 단지 배가 고프고 자유가 그리워 고향을 떠난 죄 밖에 없습니다. 희망과 꿈을 키워 주는 대신 어린이들에게 공포와 두려움을 주고 있는 북한 당국은 그들에게서 최소한의 희망과 자유마저 빼앗았습니다. 지금 전 세계 국민들이 북한 주민들의 인권과 자유를 위해 한 목소리를 내고 있는 이시기에 라오스 당국은 불쌍한 우리 탈북 고아들의 인권을 지켜 주기는커녕 북한 당국의 편을 들어 그들을 북한 당국에 넘겼습니다.

또한 북한 당국은 이들을 넘겨받자마자 비행기에 태워 중국을 통해 고려 항공기에 실어 북한으로 압송해 갔습니다. 세계 국민들에게, 그리고 북한 주민들에게 묻고 싶습니다. 헐벗고 굶주림과 추위 특히 배고픔에서 벗어나 자기 목숨과 가족의 목숨을 연명하기 위해, 또 자유로운 생활을 하기 위해 고향을 떠난 것이 무슨 죄가 된단 말입니까?

한창 포부와 희망을 꿈꾸며 또 그 꿈을 이루기 위해 살아야 할 우리 아이들이 북한당국으로 강제 북송돼 가면 가봐야 죽어서도 나오기 힘든 정치범 수용소로 보내지거나 공개 총살될 것입니다. 2번의 강제 북송 경험이 있는 저는 그걸 너무도 잘 알고 있습니다.

특히 보위부에서 강제 북송된 탈북자들을 제일 먼저 조사하는 것이 대한민국으로 가려고 시도했는가, 중국에서 성경공부를 했는가, 또 대한민국 사람들을 만난 적이 있는가 입니다. 조사한 뒤 정치범 수용소로 보내고 시범에 넣어 공개 총살까지 했습니다.

그런데 이들은 대한민국으로 입국하려고 라오스까지 갔었고 또 교회 목사님들과 함께 있었기에 북한에서 제일 엄중하고도 무거운 정치적 죄목에 해당합니다. 하기에 그들은 조사 할 것도 없이 무조건 정치범 수용소 아니면 공개 총살까지도 받을 수 있는 확률이 큽니다. 제가 강제 북송돼 북한 보위부 감옥에 구류돼 있을 때, 같은 감방에 량강도 혜산에 살고 있는 한 여성을 만난 적이 있습니다. 그 여성은 한국에 있는 친척을 만나 경제적으로 도움을 받은 40대의 아줌마였습니다.

두만강을 건너 중국에서 한국에 있는 친척을 만나 도움을 받았다는 죄 아닌 죄로 인해 정치범 수용소로 끌려가는 모습을 보았습니다. 이 여성은 비록 우리와 같은 감방을 사용하고 있었지만 우리와는 전혀 다른 생활을 했습니다. 우리와 말도 섞지 못하게 했고 아침에 기상해 탈북자들은 줄을 서서 화장실을 보게 했지만 그 여성은 별도로 화장실을 가게 했습니다.

그리고 더 웃기는 것은 그 여성이 중국에서 한국에 있는 친척으로부터 도움 받은 중국 돈 3000위안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오랜 시간 열악한 보위부감옥에서 구류돼 있다 보니 몸이 몹시 안 좋았습니다. 보위원은 매일 그에게 중국 약을 시장에서 구입해서 놔준다고 하면서 링거를 놔 주었는데 며칠 있더니 그 중국 돈 3000위안을 다 사용했다고 했다며 그를 정치범수용소로 보낸 것입니다.

탈북에 대해 민감한 김정은은 국내에 남은 탈북자 가족들을 색출할 뿐만 아니라 북한에 남은 가족을 이용해 이곳 한국에 와있는 탈북자들을 중국으로 유인한 뒤 북한으로 강제 납치해 기자 회견을 하게하고 이번에는 자유를 찾아 대한민국으로 오던 청소년들을 강제 북송해 갔습니다.

이제는 중국이 아닌 라오스까지 북한 당국이 손을 뻗쳐 우리 탈북자들이 설자리를 없애 버리고 있지만 우리 탈북자들이 자유를 찾아오는 길은 절대로 막을 수 없습니다. 탄압이 있는 곳에는 반드시 정의로운 반항이 있을 것입니다.

우리 탈북자들의 강제 북송은 어제 오늘 일이 절대 아닙니다. 고난의 행군이 시작되고 굶주림 속에서 벗어나려고 두만강을 넘어 탈북자들이 생긴 때로부터 지금까지 계속 이어지고 있습니다. 하기에 북한 주민들의 자유와 인권이 개선되지 않은 이상은 목숨을 걸고 두만강을 넘어 이곳 자유민주주의 대한민국으로 향하는 탈북자들 역시 끊이지 않으리라고 생각합니다.

한국에 적응하고 있는 탈북자들을 유인해 기자회견과 강연을 열게 하거나 어린 청소년들을 라오스까지 가서 강제 체포하는 등 나라를 배반하면 지구 끝까지 가서라도 무조건 잡아 간다는 것으로 주민들에게 공포를 심어주려고 책동하고 있지만 지금 북한 주민들은 예전 우물 안에 갇혀 있는 개구리가 아닙니다.

불쌍한 북한 주민들도 우리 대한민국 국민입니다. 하기에 북한인권법이 하루 빨리 통과되어 제 3국에서 살길을 찾아 떠돌고 있는 탈북자들의 인권이 보장되고 다시는 그 어느 곳에서든지 강제 북송이 없어야만 합니다.

강제북송이 없는 그날을 그리며, 서울에서 김춘애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