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디에 대한 전혀 다른 두 가지 추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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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주말 내 손으로 직접 오디 효소를 담갔답니다. 말 그대로 유기농 자연산 오디랍니다. 약속했던 대로 저는 아침 일찍 친구와 함께 오디를 따러 갔습니다. 오디는 그냥 손으로 한 알 한 알 따는 줄로 알았던 저는 크고 깨끗한 비닐봉지 한 개만 들고 갔었습니다. 자가용 승용차를 타고 목적지에 도착하니 오디를 따는 사람들이 눈에 보이기도 했습니다만 저는 그들을 보고 조금 놀랐습니다.

제가 생각했던 방식으로 오디를 따는 것이 아니라 큰 비닐 박막을 오디나무 밑에 펴고 나무를 흔들면 까맣게 잘 익은 오디들이 후드득 떨어져 수북이 쌓이는데 정말 먹음직스러웠습니다. 입술이 까맣게 되는 줄도 모른 채 저는 정신없이 오디를 주워 입에 넣었습니다. 새콤달콤 꿀맛이었습니다. 어렸을 적에 먹었던 그 오디 맛이었습니다. 저뿐만이 아닌 함께 간 친구 역시 오디를 먹으며 지난 추억을 더듬기도 했었습니다.

중학교 시절 한창 모내기 전투 와중에 친구들은 지도 농민이 무서워 모뜨기를 열심히 하고 있었지만 친구는 남모르게 뽕나무 위에 올라앉아서 오디를 따먹었다고 합니다. 친구는 한참 만에 나무 위에서 내려와 학급 친구들 속에 끼어 앉아 모를 뜨고 있었는데 담임선생님이 까맣게 된 손바닥을 봉으로 때렸다고 합니다. 더 웃기는 것은 오디 색으로 범벅이 된 얼굴을 보고 놀려댔다고도 합니다. 누구나 한 번씩 있었던 어린 시절 추억과 더불어 오디 맛은 더욱 꿀맛인 것 같았습니다.

동의보감에 오디는 백발을 검게 해주고 귀와 눈을 밝게 해주고 노화 방지에 좋고 당뇨에도 좋다고 합니다. 오디에는 루틴이라는 성분이 있어 모세 혈관을 튼튼하게 해주고 체내에 유해물질을 제거하고 혈액순환을 좋게 해주어 고혈압에 도움을 준다고 합니다.

또한 피로 회복과 숙취해소 뿐만 아니라 간 기능에도 대단히 좋다고 합니다. 하기에 뽕나무 잎과 나무를 말려 음료수나 차로 달여 먹기도 할뿐만 아니라 칼국수와 수제비로도 만들어 먹는다고 합니다. 그러고 보니 뽕나무는 하나도 버릴 것이 없습니다.

그래서 사람들은 오디를 구입해 설탕과 1:1 비율로 효소를 담가 먹기도 합니다. 이렇게 나무에 달린 오디를 내 손으로 직접 따서 효소를 담가보기는 내 나이에 처음 해보는 일이었기에 저는 매우 즐거웠습니다. 오디를 따다보니 뽕나무 하면 잊혀지지 않는 추억이 떠올랐습니다.

인민반 과제 중 제일 큰 과제는 뽕 누에를 키우는 것이었습니다. 집집마다 뽕 누에알을 나누어주었습니다. 평양시에서는 뽕나무 보기가 어려울 정도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거든요. 동네 사람들이 다 자는 야밤에 뽕나무 잎을 훔치기 위해서 평양시 주변인 멀리 사동 구역과 역포 구역으로 돌아다니다가 뽕나무를 지키는 사람들에게 잡혀, 어렵고 힘들게 훔친 뽕잎을 다 뺏기고 다음 날 아침에야 겨우 빈손으로 집으로 돌아왔던 일도 있었습니다.

어느 해인가는 누에를 키우기 위해서 몇 개월 동안 가족들 곁을 떠나 지방의 어느 이름 모를 산에서 자고 먹고 지내던 추억도 있는가 하면 뽕나무가 없어 누에를 하나도 키우지 못하고 굶겨 죽여 비판무대 위에 서서 사상투쟁의 대상이 되어 비판받았던 일도 있었습니다.

오디를 실컷 딴 뒤 우리와 함께 간 사무관 부부는 좋은 곳을 구경시켜 준다고 합니다. 덕진산성 올레 길로 자가용 승용차를 타고 돌면서 덕진산성에 대해 내려오는 전설얘기도 들려주었고 약 60가구가 살고 있는 해마루 촌마을도 구경시켜 주었답니다. 너무도 깨끗하고 아담한 해마루 촌은 마치 별장과도 같았습니다. 아무나 들어갈 수 없는 곳이지만 우리나라 역사와 자연을 배우러 이곳 임진강변 생태 마을인 해마루 촌으로 많은 사람들이 찾곤 한다고 합니다.

저는 항상 이런 생각을 많이 해봅니다. 대한민국 사람들은 정이 많고 참 좋은 사람들이라고 말입니다. 이런 분들이 있기에 저는 좋은 구경도 할 수 있었고 또 생각도 해보지 못한, 아무나 체험해보지 못하는 좋은 추억도 만들 수가 있다는 것을 말입니다. 저는 5키로나 되는 오디로 효소를 담그면서 이날의 좋은 추억을 되새기며 해마다 오디를 많이 먹어야겠다는 생각도 해보았습니다.

서울에서 김춘애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