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있는 저녁을 먹으며 부모님을 생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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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주말 가족들과 함께 경기도 고양시 덕양구에 있는 강강술래라는 음식점을 다녀왔습니다. 집에서 약 30분가량 소요되는 거리를 달려 목적지에 도착한 저는 깜짝 놀랐습니다. 놀랄 만하게 크고 넓은 주차장이 여러 개 있었지만 주차장마다 꽉 차 있어 순서를 30분 넘게 기다렸거든요. 더 놀란 것은 주차를 하고 음식점 마당으로 들어섰을 때였거든요. 여태 많이 가본 다른 음식점들보다는 뭔가 조금 특별한 분위기였습니다.

기타 소리와 함께 가수의 노래가 이어지고 춤이 이어지고 노래가 끝날 때마다 우렁찬 박수소리가 산울림에 어울려 고요한 저녁에 메아리쳐 울렸습니다. 관람객들 중에는 저녁 식사를 하고 나온 분들도 있고 식사를 기다리느라 대기표를 손에 들고 있었습니다. 가수의 노래에 푹 젖어 있던 저는 날래게 매니저분을 찾아 순서대기표를 뽑았습니다.

순서 대기표에는 2인분 4인분 8인분대로 각자의 대기 순서표들이 달랐습니다. 우리 가족은 8인분이라 530번입니다. 1시간은 기다려야 한답니다. 주변은 공기 좋은 곳이기도 하지만도 그 많은 사람구경하기에 기다리는 한 시간이 전혀 지루하지가 않았습니다. 드디어 순서가 되어 식탁에 앉았습니다.

소고기 양념구이를 시켰습니다. 별맛이었습니다. 손녀딸애는 이빨 사이에 끼지 않고 살살 녹는다고 표현해 우리 가족뿐만 아니라 복무원들도 손님들도 그 큰 음식점이 떠나갈듯 웃었습니다. 식사를 마치고 계산대에서 계산을 하는 순간 또 한 번 크게 놀랐습니다. 8명이 식사 했기에 8인분 소고기를 받아가라고 하네요. 6살짜리 손녀 애는 작은 고사리손으로 8인분 양념소고기를 받아 들고 제 집으로 가져간다고 하네요.

욕심이 많은 본성이 나왔다고 제 오빠가 한 마디 덧붙여 우리 가족은 또 한 번 웃었습니다. 알고보니 강강술래는 29주년을 맞으며 손님들의 소비 부담을 줄여주는 마케팅 행사를 하고 있었습니다. 돼지고기든 소고기든 4인분이 식사를 하면 4인분, 8인분 식사를 하면 다시 8인 분량을 포장해 주는 파격적인 행사였습니다. 조금 늦은 저녁 식사였지만 소화도 시킬 겸 또 좋은 공기와 함께 분위기를 바꾸어 커피를 앞에 놓고 노래 관람에 열중했습니다.

가수의 노래에 맞추어 손자 녀석들은 엉덩이를 들썩들썩 하더니 많은 사람들 앞에서 춤을 추기 시작합니다. 개다리 춤을 추는 녀석도 있고 디스코 춤을 추는 녀석도 있었습니다. 많은 사람들은 귀엽다고 예쁘다고 하네요. 괜스레 내 어깨가 들썩이네요. 마냥 행복해하는 가족들 모습을 보면서 고향 생각이 문득 났습니다.

옥류관에서 쟁반국수를 먹고 대동강에서 보트를 탔었습니다. 워낙 물을 무서워했던 큰딸의 얼굴은 까맣게 질려 다리도 제대로 펴지 못하고 웅크리고 앉아 있었습니다. 그런 제 누나에게 물을 뿌려 주던 11살짜리 개구쟁이 아들이었습니다. 모란봉 중턱에 있는 모란 각에서 많은 시간을 기다려 쟁반국수를 먹고 을밀대를 내려오던 아들이 그래도 남자라고 누렇게 익은 살구를 누나들에게 따 주기도 했었거든요.

지나간 추억에 잠겨 있는데 큰 딸이 한 마디 합니다. 1시간씩 기다려 저녁 먹는 것도 처음이었지만도 고기 맛도 별맛이었고 냉면 그릇이 마치 평양 옥류관 냉면 그릇과 꼭 같이 생겼기에 고향 생각이 문득 났다고 하네요, 그러면서 이제는 옥류관의 고향 음식을 먹어 볼 수 없는 것이 마음 아프다고 덧붙였습니다.

아름다운 저녁 야경에 푹 빠져 손전화기 카메라를 들고 분주합니다. 나이 많은 한 어르신이 나이 지긋한 아들에게 부추겨 음식점에서 나와 우리 옆에 자리를 하고 앉았습니다. 그 어르신을 보면서 인제는 아무리 보고 싶어도 볼 수 없고 불러도 대답이 없는 그저 추억으로 그림의 한 장면으로만 그려 볼 수 있는 이 세상에 계시지 않는 어머님이 불현듯 그리웠습니다.

분위기 좋고 공기 좋은 곳에서 맛있는 음식을 먹고 가수들의 노래도 듣고 또 고객들의 수준급의 춤 실력에 또 먹은 것만큼 행사 선물까지 받아든 우리 가족은 언제 한 번 가족 여행을 하자고 약속했습니다. 저는 사랑하는 내 가족이 있기에 비록 작은 것이지만 행복과 즐거움을 만끽할 수 있다는 것을 다시 한 번 깊이 알게 되는 시간이었습니다. 서울에서 김춘애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