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내 탈북자들의 비극 언제 끝날까?

2011년 10월 25일 40대의 한 남성이 북한 양강도 혜산 부근에서 압록강을 건너 중국측 도로에 올라섰다가 북한 경비병들이 쏜 총에 맞아 숨지자 중국 공안들이 둘러싸고 있다. 이 장면은 탈북난민인권연합 김용화 회장이 동행한 현지가이드를 통해 휴대전화로 촬영했다.
2011년 10월 25일 40대의 한 남성이 북한 양강도 혜산 부근에서 압록강을 건너 중국측 도로에 올라섰다가 북한 경비병들이 쏜 총에 맞아 숨지자 중국 공안들이 둘러싸고 있다. 이 장면은 탈북난민인권연합 김용화 회장이 동행한 현지가이드를 통해 휴대전화로 촬영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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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휴가로 삼복더위도 시원하게 보낼 수 있었던 저는 휴가지에서의 즐거웠던 기억을 간직한 채 인터넷 기사들을 훑어보았습니다. 많은 기사들 중에서 한 언론의 평양 특파원으로 활동을 하고 있는 기자가 쓴 기사에서 눈길을 뗄 수가 없었고 아픈 마음을 달랠 수가 없었습니다.

이 특파원은 지난 3월 함북 회령에서 있었던 탈북자 공개처형 동영상을 보고 오랜 시간 자신의 머릿속에서 잊히지 않고 맴돌고 있는 4년전 중국에서 직접 목격한 경험담을 당시의 사진과 함께 털어 놓는다고 했습니다.

그가 공개한 사진에는 흰색 판을 목에 건 탈북청년이 두 명의 중국 법원 무장집행관에게 끌려 사형장으로 나오는 모습이 담겨져 있었습니다. 탈북 청년은 식량을 구하러 두만강을 건너 탈북을 했고 여의치 않자 물건을 훔치려다 살인을 저질러 공안에 체포된 것입니다.

굶주림으로 국경을 넘어야 했던 그는 말도 통하지 않는 중국의 낯선 땅에서 헤매다 어린 나이에 비참한 죽음으로 인생을 마쳐야 했다는 기사인데 북한사회를 잘 알고 있는 저로서는 너무도 마음이 아팠습니다.

이 세상에 한 번 왔다가는 그 청년의 인생이 얼마나 허무한 것인가, 흰 쌀밥 한 번 배불리 먹기 위해 목숨 걸고 두만강을 넘어왔다가 본의 아니게 살인을 저질렀고 그 죄로 인해 낯선 땅에서 공개 처형을 당했다고 생각을 하니 자식을 둔 엄마의 심정으로 또 같은 고향 사람으로서 절망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불쌍한 주민들에게 죄를 만들어 정치범 수용소로 보내고 공개 총살하는 것을 아무 거리낌 없이 자행하는 것도 모자라 북한 당국은 자기 국민인 그 젊은이의 인생을 파리 목숨보다도 중히 여기지 않았기에 낯선 땅에서 말도 통하지 않는 외국인들 앞에서 죽음으로 내 모는 것입니다. 이 같은 비극은 어제 오늘만의 일이 아닙니다.

제가 탈북해서 중국에 머물던 동안에도 저는 우리 탈북자들의 죽음이 얼마나 비참한 것인가를 주위에서 많이 보아 왔기에 잘 알고 있습니다. 한 여성은 마음 착한 중국인과 결혼해 살고 있는 죄로 야밤에 침범한 납치 꾼들에게 남편은 살해되고 탈북 여성은 끌려가지 않으려고 몸부림치다 목숨을 끊었지만 그저 불쌍하다는 말 한마디 밖에 할 수가 없었습니다.

북한 주민들에게 죄가 있다면 그저 북한사람으로 태어났고 고향이 북한이라는 죄 밖에는 없습니다. 같은 민족으로 이곳 대한민국에 태어난 사람들은 자유민주주의라는 낙원에서 살고 있지만 북한 사람들은 그야말로 사람이 살 곳이 아닌 지옥에서 살고 있는 것이라고 저는 당당하게 말하고 싶습니다. 우리 탈북자들은 대한민국의 품에 안겨 자유민주주의가 얼마나 좋은가를 직접 몸으로 체험하고 있습니다.

북한사회를 잘 모르는 이곳 남한 사람들은 이런 이야기를 잘 이해를 하지 못합니다. 인터넷에 기사를 쓴 특파원 역시 비록 4년이란 오랜 시간이 지났지만 중국 용정에서 목격한 탈북 청년의 공개총살 모습을 잊을 수가 없었을 것입니다. 북한 당국이 자기 주민들을 소중하게 여기지 않고 걸핏하면 총살하기 때문에 중국 공안도 우리탈북자들을 마음대로 잡아가고 총살하는 것이라고 생각 합니다. 중국공안에 붙잡혀 강제 북송당한 경험이 있는 저 역시 탈북자들이 중국 공안과 변방대 구류장에서 겪는 마음 아픈 상처들을 눈에 흙이 들어갈 때까지 결코 잊을 수가 없거든요.

좋은 부모 밑에서 자란 자식이 상팔자라는 말이 있듯이 탈북자들이 지은 죄라면 나라 없고 올바른 지도자를 갖지 못한 죄 밖에 없다고 말하고 싶네요. 주민들은 굶주림에 시달리고 있는데 전쟁준비와 핵무기 개발에 엄청난 돈을 쏟아 붓고 있으면서 낯선 이국땅에서 주민이 개죽음을 당해도 아무런 책임을 느끼지 않고 있는 나라가 바로 북한입니다.

지금도 내 고향땅 북한과 남의 나라 중국 땅에서 탈북자들이 겪고 있는 비참한 현실을 생각 하면 할수록 마음이 아픕니다. 이런 비극이 언제나 끝이 날까 하는 생각을 다시 한 번 해 보면서 서울에서 김춘애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