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에 저는 경상북도 예천군 용궁리에 있는 회룡포를 잠깐 다녀왔습니다. 군부대 강연을 위해 아침 일찍 문경 가는 버스에 올랐습니다. 4년 전에 친구들과 함께 문경새재에 등산을 다녀온 적이 있는 저로서는 웅장함과 아름다움을 자랑하는 문경의 절경과 높은 산맥들을 다시 한 번 둘러보게 된다는 생각으로 마음은 이미 들떠 있었습니다.
뿐만 아니라 특히 문경은 오미자로 소문난 고장이기도 했습니다. 지난해에도 문경 오미자를 개별적으로 구입해 오미자로 원액을 담가 지금도 마시고 있습니다만 올해에도 유명하기로 소문난 문경 오미자를 벌써 미리 예약해 놓았거든요. 하여 더더욱 마음속으로 이미 저에게는 조금 특별한 고장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어, 가는 내내 창가에서 눈을 떼지 못했습니다.
강의는 3시가 되어 끝났습니다. 함께 강의를 가셨던 분이 시간이 좀 남는데 예천에서 유명한 회룡포 관광을 하자고 했습니다. 처음에 저는 회룡포라 하여 높은 산맥들이 많은 고장이니 높은 산 절벽에서 떨어지는 폭포인 줄로 알고 더위를 식힐 겸 들뜬 기분에 가자고 했습니다.
자가용 승용차로 길안내 기계에서 예쁜 목소리로 알려 주는 곳으로 달렸는데, 가면 갈수록 물소리는 들리지 않고 그냥 비룡산 정상으로 달렸습니다. 비룡산 장안사에 도착해서야 저는 회룡포는 폭포가 아니라는 걸 알게 됐습니다. 관리원의 안내에 따라 주차장에 차를 주차하고 400m를 걸어 정상으로 향했습니다.
장안사에서 시작해 발걸음을 떼었는데 한 걸음, 두 걸음 걸을수록 온 몸에서는 땀이 비 오듯 쏟아져 흘러 내렸습니다. 길옆에 쌓여 있는 작은 돌무지마다에 저는 보이는 돌을 올려놓으며 소원도 빌어보았습니다. 회룡포 관광 안내 표지판대로 가다 맨 처음 들른 곳은 용왕각과 불상, 그리고 탑과 큰 바위였습니다.
이 바위는 내 키 몇 배보다 훨씬 큰 바위였는데 용이 하늘로 올라가는 모습이 새겨져 있었고 많은 동전들이 붙어 있었습니다. 옆의 사람들에게 물었더니 동전을 붙이고 소원을 빌면 그 소원이 성취된다는 것입니다. 대뜸 저는 100원짜리 동전을 붙여 보았지만 잘 붙지 않았습니다. 침으로도 붙여 보았고 얼굴에서 흘러내리는 땀을 발라 붙여도 보았지만 어려웠습니다.
수십 번 만에야 겨우 붙여 놓을 수가 있었습니다. 저는 겸손하게 두 손을 모아 쥐고 눈을 감고는 마음 속 깊이 항상 새겨 두었던 우리 가족의 영원한 행복과 건강을 빌었습니다. 그리고는 손전화기에 기념사진도 한 장 담았습니다. 다음으로 나무계단을 따라 회룡포 전망대에 올랐습니다. 그야말로 낡은 나무 계단 위에는 많은 사람들이 밟아간 발자취가 그대로 묻어 있는 듯 했습니다.
후텁지근한 날씨에 비 오듯 흐른 땀으로 앞을 가리기도 했지만 눈앞에 펼쳐진 아름다운 풍경에 저는 다시 한 번 감탄을 금치 못했습니다. 전망대에서 바라본 회룡포는 그야말로 강 때문에 생긴 육지 속 작은 섬마을이었는데 아름다운 자연과 낭만이 살아 있었습니다. 저는 안내 게시판에 적혀 있는 글을 읽고 또 읽었습니다.
이 섬은 내성천에 용이 날아오르는 듯한 물이 작은 섬을 휘감아 돌아 간다하여 회룡포라 하기도 하고 원래 지명은 의성포였는데 옛날 조선시대 말 의성사람들이 모여 마을을 만들면서 의성포라고 불렀지만 1999년 회룡 마을과 용포 마을의 글자를 따서 회룡포라고 부르게 됐다고 합니다.
외부와의 접촉이 어려웠던 회룡포는 지난날 오지 중의 오지라 귀양지로 사용되기도 했으며 나라의 큰 난리가 생기면 백성들의 은신처로 쓰이기도 했다고 합니다. 회룡대에서 내려다 보노라니 회룡포 마을과 함께 사람들이 건너다니는 뿅뿅 다리도 보였는데요. 이색적인 뿅뿅 다리와 함께 회룡포 마을을 배경으로 드라마 ‘가을 동화’를 찍은 뒤 유명해져 많은 사람들이 관광을 오고 있다고 합니다.
파란 하늘에는 목화 솜뭉치 같은 구름이 뭉개뭉개 떠다니고 섬마을 앞뒤로는 수려한 높은 산맥들이 배경으로 놓여있고 작은 섬마을 전체는 녹색이었습니다. 특히 빨갛고 파란지붕으로 씌어 있는 집들이 한곳에 오붓하게 모여 있는 마을 주변에는 금모래사장이 있고 주변에 흐르는 검푸른 강물은 은빛 물결로 반짝였습니다. 그야말로 자연의 한 장면이 환상적인 영화의 한 장면 같았습니다.
저는 좋은 추억을 손전화기에 남기고 싶어 사진을 찍고 또 찍었습니다. 산 정상에 작은 수도꼭지가 있었는데 수도꼭지로 나오는 지하수 물이 얼마나 차던지 제 마음속까지 시원하게 식혀 주었습니다. 서울로 올라오는 긴 시간동안, 저는 창문에서 눈을 떼지 못했습니다. 어디를 가나 그러하듯이 예천에서 출발해 서울까지 도착하는 내내 감탄의 목소리가 저절로 튀어 나올 정도로 웅장하고 아름다운 절경을 가진 푸른 숲의 산맥은 끝없이 펼쳐졌습니다.
오랜 세월이 흐른 지금도 저는 잊을 수가 없습니다. 한국에 도착하던 비행기 바깥으로 보이던 풍경을 말이죠. 표현할 수 없을 만큼 웅장하고 화려했던 인천공항과 산마다 보이는 푸른 숲, 그리고 빨간 장미꽃 속의 아파트들과 도로마다 줄지어 달리는 고급승용차들, 가는 곳마다 아름답고 웅장하고 화려하고 살기 좋은 대한민국. 하기에 저는 이곳에서 살면서 천국 같은 세상이라는 말을 입버릇처럼 붙이고 산답니다. 서울에서 김춘애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