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귀여운 손자 녀석들과 함께 전쟁기념관을 다녀왔습니다. 저는 전쟁기념관에서 안보 강사로 활동하면서 알게 된 귀중한 분이 있습니다. 얼마 전에 그분으로부터 전화가 왔습니다. 워낙 탈북자들에 애한 관심과 애정이 깊을 뿐만 아니라 국가관과 안보관이 높은 분이라 함께 의논할 얘기가 있으니 저녁 식사를 함께 하자고 제의했습니다.
마침 손자들이 방학이라 좋은 기회라고 생각한 저는 그 분에게 손자들과 함께 방문해도 되는 가고 여쭈었더니 더 좋은 기회가 될 것이라고 쾌히 승낙을 하셨거든요. 개구쟁이 손자 녀석들에게 전쟁 기념관을 다시 한 번 보여줄 겸 겸사겸사 조금 일찍 도착 했습니다. 아이들은 전쟁 기념관 정문으로 들어서서 한눈에 안겨 오는 바람에 펄럭이는 태극기를 보며 좋아했습니다.
그리고는 비행기와 탱크 군함들을 보았습니다. 비행기에 올라 포즈를 취하고는 기념사진을 찍어 달라고 조르기도 했습니다. 참수리 357호정에 북한군에 의한 총포탄 구멍을 직접 작은 고사리 손으로 만져 보기도 했습니다.
정중한 마음으로 앉아서 녹음으로 된 2002년 6월 29일 서해 연평도 해상에서 우리 해역을 침범한 북한군과의 교전 중 전사한 유족들이 쓴 글 ‘하늘로 보낸 편지’를 들었습니다. 갑판에서 적들에게 대응 사격을 가하다 산화한 고 서후원 중사의 아버지 서영석 씨의 편지에서 아직 나이 어린 손자 녀석들 못지않게 큰 감동을 받았습니다.
아들에게, 후원아. 보고 싶다. 어디에 있느냐, 사람들은 흔히 하늘나라에 갔다고 하던데, 잘 지내고 있겠지, 아들아, 밥은 먹었니, 더위에 입맛이 없어도 끼니를 거르지 말고 잘 챙겨 먹어라, 10년 만에 아들에게 편지를 써본다. 할 말은 많은데, 글로 표현이 잘 되지 않는구나.
후원이가 옆에 있다면 지금 나이가 서른셋이겠구나, 열심히 살아갈 꽃다운 나이인데. 이 일을 어찌 할꼬, 애비가 너를 지켜주지 못해서 너무 미안하구나. 10 년 전 국군 수도병원 영안실에서 태극기를 가슴에 안고 하얗게 잠들어 있는 아들의 모습, 지워지지가 않는다.
아들아. 너는 세상을, 우리 대한민국을 원망 많이 했겠지, 그러나 조금만 기다려보자. 무엇인가 달라지겠지, 사랑하는 아들 후원아 휴가 나오면 찾아오기 좋으라고 지금도 그 자리에 그대로 살고 있단다. 기회가 되면 다음에 또 편지할게, 잘 지내라, 아들아,
너무도 아들을 애타게 그리워하는 아버지의 마음이 생생하게 안겨 옵니다. 누구나 자식을 키운 부모의 심정이라면 하나 같이 꼭 같은 큰 슬픔이고 아픈 마음일 것입니다. 고 서후원 중사의 아버님 편지 내용에도 담겨 있지만 그 분의 마음을 들여다보는 듯 했습니다. 그리고 3D영상 체험관에 들어가서 영상을 통해 2002년 6월 29일에 있었던 서해 연평도 해상에서 우리 해역을 침범한 북한군과 교전 중 나라를 위해 용감하게 전사한 서후원 중사를 비롯한 우리 군인들의 용감한 모습을 직접 입체 영상으로 보았습니다.
말로만 들어 왔던 애기를 직접 실화로 보는 순간 제 마음은 아프고 쓰렸습니다. 영상이 끝났지만 저는 한참 동안 자리에서 일어서지 못하고 한대 얻어맞은 듯 멍하니 앉아 있었습니다. 그 후로 부터 몇 년이 지나서 또다시 천안함 피격 사건이 있었고 연평도 포격사건이 있었습니다. 전쟁도 아닌 평화 시기에 대한민국의 희망과 꿈을 떠메고 나갈 우리의 젊은 군인 장병들이 희생됐고 우리 국민들이 희생됐습니다.
언제던가 저는 친구들과 함께 대전 천안함 용사들의 기념비를 찾은 적 있었습니다. 한 어머니가 묘비를 얼싸안고 하염없이 눈물을 흘리는 모습을 보았습니다. 저는 그 어머니 곁으로 선뜻 다가서지 못하고 먼 곳에서 바라보았습니다. 생각 같아서는 같은 어머니 심정으로 함께 껴안고 울고 싶었고 조금이나마 위로 해 주고 싶었습니다.
북한이 고향인 제가 한때는 북한군에서 군 복무를 했었다는 죄책감으로 인해서였습니다. 북한군에서는 한반도 정세가 매우 긴장 하다는 말로 군과 주민들을 교육합니다. 저는 이 방송을 듣고 있는 북한 군인들과 주민들에게 이런 말을 하고 싶습니다. 우리 군 장병들의 첫째가는 임무가 바로 전쟁을 억제하고 방어하는 것이라고, 하기에 한반도 정세를 긴장시키는 것은 바로 우리 남한이 아니라 북한 당국이라고 말입니다.
우리 국민들이 세월호 참사로 애도 기간을 겪고 있는 순간에도 북한 당국은 로켓발사를 쉼 없이 했을 뿐만 아니라 지금 이 순간에도 서해를 긴장 시키고 있습니다. 이런 생각을 하고 있는데 손녀가 한마디 합니다. 북한은 왜, 로켓 발사를 하고 우리 군인 아저씨들에게 총을 쏘고 포를 쏘아 죽게 했냐고 물어 옵니다.
저는 천진난만한 우리 손자 녀석들이 쉽게 알아듣고 이해를 할 수 있게 북한은 우리가 잘 먹고 잘 사는 것이 배가 아프고 심술이 나서 그런다고 답해 주었습니다. 역시 북한군 실상에 대한 많은 얘기를 나누면서 영양탕을 먹었습니다. 8월의 마지막 밤 저는 손자 녀석들과 함께 전쟁기념관을 돌아보면서 우리 군 장병들이 나라와 국민들의 생명 재산을 목숨으로 지키기 때문에 우리 국민들이 행복한 삶이 있다는 것을 다시 한 번 알게 됐습니다. 서울에서 김춘애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