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생각 평양생각] 통일교육 지도자 전문강사 교육 참가

0:00 / 0:00

저는 얼마 전에 통일부에서 진행하는 '2011년 미래 통일 교육지도자반 전문 과정' 교육을 마치고 제1기 수료증을 받았습니다. 사실 제가 통일 교육 지도자가 될 생각은 못 해봤습니다. 통일 지도자 교육을 마칠 수 있었던 것은 어느 늦은 저녁, 한 통의 전화 때문이었습니다. 부드러우면서 맑은 서울 말투의 통일부 교육관 여사무관이 저를 찾았습니다.

그녀는 제 이름을 확인하고는 25일부터 진행하는 통일 교육 지도자 전문 강사 교육에 참가해보라고 했습니다. 저는 제 나이가 조금 많은데도 대상이 되는지 물었습니다. 사무관은 나이가 무슨 상관이냐면서 괜찮다고 했습니다. 저는 그 말에 반가워 위치를 알려 달라고 했습니다.

저는 컴퓨터를 열고 인터넷으로 통일부 교육관 위치와 가는 노정을 확인하고 또 확인했습니다. 이곳 대한민국에는 컴퓨터를 치면 그 어디든 찾아갈 수 있는 약도와 지도를 볼 수 있습니다. 집에서 교육관까지는 약 2시간이 소요되는 거리였습니다.

드디어 기다리던 교육 첫 출근 날이 왔습니다. 아침 일찍 교육 받을 준비를 하고서 버스를 타고 전철을 바꿔 타고 갔습니다. 첫 날은 수유역에서 내려 택시를 탔습니다. 택시를 타고 통일교육관으로 가는 길 내내 저는 경치에 놀랐습니다. 택시기사에게 저 앞에 보이는 높은 산이 무슨 산인지 물었더니 북한산이라고 알려 주었습니다. 푸른 삼각형 모양의 북한산을 배경으로 길 오른쪽에는 대한민국 태극기가 한 줄로 펄럭였습니다.

택시에서 내려 통일교육원에 들어서는 순간 제 마음은 왠지 편안하고 기분이 좋아졌습니다. 마치 평양에 있는 개선문 같은 문이 있었는데 맨 위에는 통일교육관이라고 큼직한 글씨가 쓰여 있었고 기념비를 중심으로 양쪽에는 큰 건물이 있었는데 한쪽은 연구원이었고 한쪽은 본관이 있었습니다.

저는 경비원이 가르쳐 준대로 기념비를 뒤로 하고 계단을 밟아 내려갔습니다. 계단으로 내려가던 중 저는 저도 모르게 발걸음을 멈추어 서서 교육관 앞 넓은 정원을 내려다보았습니다. 순간 내 가슴속에 깊이 박혀 있던 뭔가가 쑥 내려가는 것 같은 느낌과 시원한 기분이 들었습니다. 저도 모르게 그렇게 한 10분을 선 채로 감상하고는 즐거운 마음으로 교육관 2층 강의실로 들어갔습니다.

강의실은 텅 비어있었습니다. 시계를 보니 아침 8시 20분이었고 강의 시간까지는 아직 많은 시간이 남아 있었습니다. 여유로운 마음으로 커피 한 잔을 타 마시면서 저는 어떤 교육이 있을까, 참가 대상은 혹 어떤 사람들일까, 강사 분들은 어떤 분들일까 등등 궁금한 점들이 많았습니다. 시간이 되자 수강생들이 한명 두 명 들어왔습니다. 낯익은 얼굴들이 많았습니다. 대다수 북한에서 인민학교, 고등중학교, 대학교 교사직으로 근무하던 분들이었으며 현재 통일 교육 강사로 열심히 다니고 있는 분들이었습니다.

모르는 사람들이라면 조금 서먹서먹해 어떻게 말을 건넬까 생각하고 있었는데 이미 알던 분들이 많아 제 마음이 가벼워졌습니다. 그 중에 저와 고향도 같았고 이미 오래 전부터 동갑내기로 알던 한 분은 얘기를 좀 나눠보니 이곳 한국에 온 것도 저보다 선배지만 나이도 3살이 더 많다고 했습니다. 저도 금세 그 분에게 오라버니라고 허물없이 농담을 건네며 서먹한 분위기를 없앴습니다.

다음 날에는 조명철 통일교육원장과 오찬을 함께 한 뒤, 오후 수업을 마치고 조 원장과 기념사진도 여러 장 찍었습니다. 조 원장은 탈북자들과 한 식구나 다름이 없다며, 좋은 말씀을 많이 해 주었습니다. 알고 보니 조 원장 역시 탈북자였습니다.

탈북자 2만 명을 넘어선 지금, 우리 탈북자들도 이제는 정부 기관의 공무원이라는 직책을 갖게 되고 당당하게 우리 탈북자들이 미래 통일을 대비해 통일 교육 강사가 되어 이곳 대한민국 국민들과 앞으로 우리 대한민국을 지켜나갈 새 세대들에게 통일의 필요성과 중요성, 그리고 우리가 직접 살아온 북한의 생생한 실상을 알려줌으로써 통일을 앞당기는데 선봉자적 역할을 하고 있다고 생각을 하니 저절로 마음이 뿌듯하고 어깨가 무거웠습니다.

서울에서 김춘애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