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주민에도 보험혜택이 있어야

사진은 서울 삼성생명 태평로 사옥.
사진은 서울 삼성생명 태평로 사옥. (사진-연합뉴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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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덧 가을 냄새가 물씬 나는 계절이 찾아왔습니다. 익어가는 가을 단풍을 구경하러 많은 등산객들이 물결처럼 산으로 들판으로 떠나는 모습을 봅니다. 사람들이 싱그러운 가을을 만끽하러 떠나듯이 저 역시 새로운 직업에 도전하기 위해 마라톤 달리기를 하듯 정상을 향해 달립니다. 보는 사람마다 만나는 사람마다 부러워 할 정도로 열심히 하고 있습니다. 어제도 지방으로 고객을 만나러 다녀왔거든요.

제 직업이 뭔데 그러냐고요? 보험설계사입니다. 어떤 이들은 안 좋은 직업이라 생각하고 있지만 사실 알고 보면 보험설계사라는 직업은 비록 조금은 어렵지만 즐겁고 보람있는 직업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20년, 30년이라는 연한을 가지고 있는 대선배님들이 하시는 말 중에 제일 뿌듯하고 자긍심을 느낄 때가 바로 앓는 환자를 위해 병문안을 다녀오고 돌아가신 분의 가족분들을 위로하러 장례식장에 찾아갈 때라고 합니다.

처음에는 아무 것도 모르고 이 일을 시작한 저로서는 '보람을 느낄 때가 왜 하필 장례식장이고 병원이지?' 하고 잘 이해하지 못했거든요. 일을 시작하고 나서 시간이 흐르면서 5차월이 되니까 인제야 조금 알게 되는 것 같네요. 그러고 보니 벌써 새 일을 시작한지도 5개월이 됐습니다.

사실 생각지도 않았는데 어떤 계기로 이끌려 보험회사를 찾아갔습니다. 올려다보기에도 목이 아플 정도로 높은 빌딩 맨 꼭대기에 '삼성화재'라고 쓰여 있는 건물 앞에 섰을 때만해도 보험이란 게 무엇인지 잘 몰랐습니다. 하루하루 교육을 받으면서 알게 됐습니다. 어렵고 힘든 상황에 있는 사람들일수록 보험을 많이 들어놔야 한다는 것을 알게 됐고 또 단순 보험설계사가 아니라 재무설계사라는 것을 알게 되는 순간 비록 나이는 많지만 한 번 해보고 싶은 의욕이 생겼습니다.

생전 처음 듣는 새로운 단어와 용어가 너무 어려웠습니다. 처음 시험에서 제3보험은 합격됐지만 자동차와 화재보험은 낙방이 되었습니다. 워낙 자존심이 강한 저로서도 나 자신에 대해 이해 할 수 없을 만큼 다시 도전해 보고 싶은 욕망이 생겼습니다. 밤잠을 설치며 문제를 들여다보고 또 들여다보니 결론은 문제 안에 답이 있다는 것을 알고 보니 재미있기도 했습니다. 정작 일을 시작하고 나서도 친구들에게 삼성화재에 취직하였다는 얘기를 하기가 쉽지가 않았습니다만 친구들은 운전자보험을 들어 주고 자동차보험을 들어 주었습니다. 지금 생각해보면 그 친구들 앞에 부끄럽다는 생각이 드네요.

어느 날 갑자기 다급한 한 통의 전화가 왔습니다. 자동차보험에 가입한 친구가 사고가 생겼다는 전화였습니다. 친구이자 제 고객이었기에 삼성화재 사고 담당자에게 신고 했습니다. 그런데 막상 그 친구는 사고의 원인에서 본인 잘못이 10중에 9이기 때문에 내년 보험료가 올라간다는 이유로 병원에도 가지 않고 집에서 끙끙 앓고 있었습니다.

저는 올라가는 보험료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사람의 생명이 기본이라고 다음날 친구를 병원에 입원을 시켰고 바로 지난 주말 병원에 문병을 다녀왔거든요. 다행히 모든 것이 정상이라고 하네요. 갑자기 친구는 제 손목을 잡고 울었습니다. 고맙다고 합니다. 지난날에도 한두 번 사고가 있었지만, 찾아 주는 사람도 없었지만 친절하게 도와주는 사람도 없었고 그냥 집에서 홀로 술 몇 잔으로 달래곤 했었다고도 합니다.

나의 첫 고객의 병문안을 하고 집으로 돌아오는 내내 대선배님들이 하는 말 이런 기분이로구나 하는 생각을 여러 번 반복해 보면서 고향생각을 해 보았습니다. 사실 북한에도 생명보험이라는 단어가 있습니다. 공장에서 생명보험에 가입하려면 신체검사를 해야 하거든요. 제 남편도 목돈을 마련하기 위해 공장 통계원을 찾아가 생명보험에 가입시켜 달라고 신청을 했습니다.

80년 중반에 당시 5년 만에 찾는 1000원짜리를 가입해 달라고 하니 500원 이상부터는 신체검사를 받아야 한다고 하는 말에 당시 위병이 심했던 남편은 신체검사를 피하기 위해 3년에 300원짜리에 가입했습니다. 그 이후 3년 동안 매달 월급에서 의무적으로 통계원이 떼어 보험료를 냈습니다.

3년 만에 생명보험을 찾아 손목시계를 구입했습니다. 이렇듯 북한 주민들은 보험이 없기 때문에 물론 병원에 가도 약이 없지만도 돈이 없어 제대로 된 치료를 받을 수가 없습니다. 보험설계사들은 이제는 재무설계사로서 고객을 잘 관리하는 동시에 제대로 된 보험에 가입되어 있는가를 잘 따져 봐주고 해결해 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봅니다. 통일 되면 북한 주민들을 위한 제대로 된 보험설계사가 되는 꿈을 가져 봅니다. 서울에서 김춘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