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선전을 되뇌는 친북인사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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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인터넷 기사를 통해 재미교포 신은미씨와 소위 종북인사로 알려진 재미교포 노길남씨가 북한 평양을 방문해 10일 당창건 기념열병식에 참가했다는 기사를 우연히 보게 됐습니다. 기사 내용은 이러했습니다.

특히 재미교포로 북한에 우호적인 발언을 일삼아 온 신은미씨는 시민기자라는 신분으로 북한 당국에 시민기자로서 열병식 취재 허가를 요청했고, 북한은 이를 허용해 외신기자단의 일원으로 열병식 사진을 촬영해 남한의 인터넷 신문인 '오마이 뉴스'에 ‘실시간 북한 사진기행’이라는 독점기사를 소개했습니다.

또 노길남씨는 세계적으로 유명한 인터넷 동영상 사이트인 '유튜브'를 통해 평양 시내를 이곳저곳을 돌아보면서 소위 자신이 느낀 것이라고 하면서 누구를 만나 봐도 김정은 최고 지도자에 대한 존경심과 흠모심이 불타고 있는 것이 사실이라고 역설하는 내용의 동영상을 올렸습니다.

고향이 평양인 저는 평양시민으로 50년을 살아온 사람으로서 그들에게 한 마디만 해주고 싶네요. 어떤 사람들을 어떤 환경과 조건에서 만나 보았는지는 모르겠지만 대화를 하다 보면 그 사람의 본능과 진실을 보는 것이 정상입니다. 그들은 평양의 모습을 수박 겉핥듯이, 이미 준비된 몇몇 사람들의 겉모습만 보고 어떻게 그런 말을 세계 인민들을 향해 거침없이 할 수 있는지 정말 궁금합니다.

아무리 숨기고 싶어도 숨길 수 없는 것이 역사의 흐름이고 이미 수없이 증명된 진실은 절대로 거짓일 수 없습니다. 사실 북한은 이 세상 어느 곳에서 찾아볼 수 없는 특이한 곳입니다. 나라도 아니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거든요. 비록 내가 나서 자란 고향이 있고 내가 제일 소중히 여기고 그리워하는 부모 형제가 있는 곳이라고 해도 북한은 나라가 아니라는 것을 분명히 얘기해두고 싶네요.

북한주민들은 인권이란 말조차, 그런 단어가 있다는 사실조차 모르고 살고 있습니다. 나와 우리 가족이 무엇 때문에 그들의 총부리 앞에 서야 하고 내가 왜 누구를 위해 죽어야 하고 무엇 때문에 정치범 수용소로 끌려가야 하는지 조차 알 수가 없습니다. 이유도 모른 채 그냥 당을 배반하고 마땅히 죽을죄를 지었으니 죽어 마땅하다고 하면 말 한마디 못하고 입에 재갈을 문 채 죽어가야 하는 것이 북한 주민들의 운명이라는 것에 대해서는 이제 온 세상 사람들이 다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평양시민들은 열병식 행사나 외부인사들이 많이 참가하는 정치적 행사와 특히 남한 대표단이나 기자들이 방문하는 모든 행사를 준비하는데 있어 시민들의 사상 교육이 가장 중요한 준비과정의 하나입니다. 사상교육에는 '평양시민자격'이라는 질의문답 교육자료가 반드시 등장합니다. 제가 있을 때에는 100문제였습니다만 지금은 아마 더 많은 문제로 늘어나 있을겁니다.

벌써 다른 나라 기자나 외국인들이 북한을 방문한다고 하면 3개월 전부터 직장이나 인민반과 학교에서 철저하게 교육을 합니다. 만약 시민들이 개별적으로 시내를 다니다가 외국 기자나 외국 대표단을 만났을 때 돌발적인 상황에서 질문을 할 수 있다는 것에 대비한 학습문제인 것이죠. 그 학습문제들 하나하나가 모두 김정은의 권위와 위신을 대내외적으로 높이는 내용으로 되어있습니다.

만약 외신 기자들, 특히 남조선 기자들의 질문에 답변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조금 부족하거나 당황하면서 주눅된 모습을 보여주면 평양시민으로서의 자격이 상실되어 지방으로 추방당하게 됩니다. 북한당국이 준비한 질문 중에는 이런 질문이 있습니다. "왜 북한에는 산에 나무가 많지 않습니까"라는 질문이 나오면 우리는 6.25전쟁을 겪었기 때문에 폭격에 산의 나무가 다 죽었다고 답하라는 내용이 있었습니다.

사실 어린 시절 할아버지를 통해 6.25전쟁 당시 화약 냄새로 인해 북한의 호랑이들이 모두 중국으로 달아났다는 얘기는 들은 적 있습니다만 나무들도 그 후유증으로 인해 잘 자랄 수 없는 것으로 알고 있었습니다. 당국이 오랜 세월에 걸쳐 이런 교육을 주민들에게 시키다 보니 세뇌되어 탈북하기 전까지는 고향에 나무가 적은 것이 그런 이유 때문인 줄 알았습니다.

하기에 이곳 한국에 처음 도착해 인천공항에서 서울로 들어오는 내내 아파트 단지마다 나뭇잎이 푸르고 꽃들이 빨갛게 핀 모습을 보며 그야말로 공원 속에 동네 아파트가 들어 있는 줄 알았습니다. 남한의 산들마다 푸른 숲에 뒤덮여 있는 것을 볼 때마다 나 자신도 모르게 깜짝 놀랐습니다.

노길남씨나 신은미씨는 평양시민들과 북한주민들의 아픔과 슬픔의 현실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북한당국이 짜놓은 각본에 따라 평양의 현실을 평가하는 과오를 범했다고 생각합니다. 양심과 도덕윤리를 갖춘 시민기자라면 현실을 그대로 파악하고 힘없는 시민들과 인민들의 편에서 북한의 암담한 현실을 세계에 알리는 것이 옳은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평양시민들뿐만 아니라 북한의 주민들의 인권상황이 어떠한지에 눈을 돌리지 않고 북한 당국자들의 입에 발린 선전내용을 그대로 전달하는 그들이 북한 당국자들과 무엇이 다른가 묻고 싶습니다. 서울에서 김춘애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