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들과 함께 한 북한산 등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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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주말 친구들과 함께 북한산을 다녀왔습니다. 아침 일찍 친구들과 함께 승용차를 타고 경기도 고양시 방면에 있는 북한산 입구 쪽으로 달렸습니다. 이곳 한국에 와서 처음 등산을 한다는 금희씨는 들뜬 마음이었습니다. 목적지에 도착하는 내내 창밖을 내다보며 마치 어린 애들처럼 얼마나 더 가면 되는 가고 자주 물어 오기도 했고 드디어 북한산이 보이자 환성을 올리기도 했습니다.

제 옆에 앉아 금희를 말없이 묵묵히 지켜보고 있던 한 친구는 북한에서 생계로 인해 너무도 산행을 많이 한 탓으로 산을 보기만 해도 그저 싫어 졌다고 말합니다. 그럴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저는 두말 하지 말고 한번 정상에 올라 보고 얘기하는 것이 좋을 것이라고 농담 한 마디 던졌습니다.

교통수단이 너무도 열악한 북한 사회에서 나서 자란 저는 잠깐 지나간 추억을 해 보았습니다. 교통수단이 부족한 내 고향 사람들은 보통 100리, 심지어는 300_400리까지 도보로 걸어 다니는 것은 보통 있을 수 있는 일로 생각하거든요. 중국에서 공안에 잡혀 강제 북송되어 보위부로 끌려갔다가 간신히 탈출했을 때의 일이 생각났습니다. 한밤중에 달과 함께 발바닥이 다 터지고 발톱에서 끊임없이 흘러내리는 피를 보면서도 이 길을 선택하지 않으면 죽는다는 생각밖에 없었습니다.

두 다리를 절룩거리며 더는 갈 수 없다며 주저앉으려는 어린 딸의 뺨을 치기도 하고 때로는 이 길을 가야만 살수 있다는 힘과 용기를 주며 걷고 또 걸어 중국 국경 연선으로 향했습니다. 중국과 북한 두 나라에 흩어져 있는 내 가족. 그저 우리 아이들에게 흰 쌀밥 한 그릇에 돼지고기 국 한 사발을 배불리 먹이는 것이 엄마로서의 가장 큰 꿈이었습니다.

그리고 또 하나, 하루아침에 가족이 흩어져 이산가족이 아닌 이산가족이 된 내 가족을 찾아 대한민국으로 가서 안정된 삶과 인간다운 삶을 살 아야겠다는 생각뿐이었습니다. 그 희망과 꿈이 없었다면 아마 오늘과 같은 행복한 삶은 없었을 것이라는 생각을 다시 한번 해 보았습니다. 이런저런 생각을 하고 있는 동안 어느새 목적지에 도착 했습니다.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서서히 몸을 풀면서 북한산에 오르기 시작했습니다.

이미 오래전에 한 번 북한산 산행을 해 본 경험이 있는 저는 많이 달라진 모습을 보고 놀랐습니다. 북한산은 백두산 지리산 금강산 묘향산과 함께 한반도 5대 봉우리에 포함되는 명산 중의 하나라고 합니다. 특히 북한산은 백운대 인수봉 만경대 등 세 봉우리의 삼각형으로 놓여 있고 서울 근교의 산중에서도 산새가 웅장하여 예로부터 서울의 산 중에서도 진산이라고 불렸다고 합니다.

그중 백운대(봉)의 높이는 해발 836.5m라고 합니다. 우리는 백운대를 향해 걷기 시작 했습니다. 한참 백운대를 향해 걷던 우리는 두 갈림길에서 서로 엇갈린 의견이 생겼습니다. 그냥 백운대로 올라가자는 친구도 있었고 원효봉으로 올라가자는 친구도 있었습니다만 우리는 원효봉에 오르기로 약속하고 잠시 계곡 물에 손발을 씻고는 다시 오르기 시작했습니다.

등산객 중에는 가족들과 함께 온 사람들도 있었고 직장 동료들과 함께 오르는 사람들도 있었고 한 아빠는 5살 아들을 목마에 태우고 오르는 사람도 있었습니다. 그들의 얼굴에서는 하나 같이 구슬같은 땀방울이 흐르고 있었습니다. 숨이 멎을 것만 같은 아름다움이란 말이 있듯이 그 말의 참뜻의 진미를 알 수가 있었습니다.

지금도 기억에 생생히 남아있는 한 가족이 있었습니다. 애엄마는 둘째 아기 출산으로 오지 못했는데 고모와 아빠를 따라 등산행렬에 섞여있는 한 예쁜 공주님이 있었습니다. 원효봉 정상에 오른 예쁜 공주님은 사진 한 장을 찍어 빨리 엄마에게 보내라고 조르기도 했고 직접 엄마에게 전화를 걸어 정상에 올라 왔다고 종알종알 얘기합니다.

그 모습이 마치 제 손녀딸애 모습과 어쩌면 그리도 꼭 같을까, 하는 마음으로 저는 제일 큰 귤 세알을 그 아이 손에 쥐어 주었습니다. 고맙다고 인사를 하며 고사리 손으로 받는 예쁜 아가씨의 모습에 우리 친구들은 순간 홀딱 반해 있기도 했었습니다. 정상에 오른 우리는 웅장하고 화려한 산세와 절경에 빠져 사진을 찍느라 여념이 없었는데 등산에 그리 취미가 없다고 얘기한 친구는 입을 다물 줄을 몰랐습니다.

정말 혼자 보기에 너무도 아깝다고 하면서 남편에게 사진을 찍어 보내기도 하고 화상통화로 산정상의 경치들을 두루 찍어 바로 보내주기도 합니다. 우리는 산 정상에서 준비해 가지고 간 김밥과 과일 그리고 막걸리와 따끈한 커피를 마셨습니다.

별맛이었습니다. 아무리 먹고 마셔도 취하지가 않고 배가 안 불렀습니다. 내 고향에 있는 백두산에는 비록 가보지는 못했었지만 마치 세상에서 제일 높은 산이 백두산이라고 알고 살아온 저로서는 순간 백두산에 올라 온 세상을 바라보는 것 같은 기분이었습니다. 그야말로 온 세상의 아름다움을 나 홀로 독차지 한 것 같은 즐겁고 행복한 기분이었습니다. 서울에서 김춘애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