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생각 평양생각] 남이섬 단풍구경

드라마 '겨울연가' 촬영지인 강원 춘천시 남산면 방하리 남이섬을 찾은 관광객들이 단풍 사이를 거닐고 있다.
드라마 '겨울연가' 촬영지인 강원 춘천시 남산면 방하리 남이섬을 찾은 관광객들이 단풍 사이를 거닐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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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주말 저는 강원도 춘천에 있는 남이섬에 다녀왔습니다. 깊어가는 가을을 그냥 보낼 제가 아니거든요. 오래전부터 손녀와 함께 단풍구경을 가자고 약속했습니다. 하지만 어린 손녀와 함께 단풍 구경을 할 만한 곳을 고심하던 중 문득 남이섬이 생각났습니다. 남이섬은 전부터 한번 다녀오고 싶었던 곳이기도 합니다. 하여 큰딸과 어린 손녀, 저 이렇게 세 모녀가 떠나는 가을 여행은 정말 달콤하고 즐거웠습니다.

세 모녀는 버스를 타고 전철을 탔습니다. 전철 안에서의 시간이 지루했던지 손녀는 많은 사람들 앞에서 빨리 남이섬에 가자고 졸라 조금 난처하기도 했습니다만 저는 마냥 행복했습니다. 집에서 가평까지 가는 데 걸린 시간은 3시간 정도 됐습니다. 전철에서 내려 우리는 택시를 타기 위해 또 줄을 섰는데 남이섬으로 가는 사람들이 얼마나 많은지 30분 정도 순서를 기다려 택시를 탔습니다.

약 5분간의 시간이 걸려 목적지에 도착했습니다. 손녀는 너무 좋아 깡충깡충 뛰었습니다. 북한강 한가운데 반달 모양으로 돼 있는 남이섬은 배를 타고 들어가야 하는데 이 섬은 조선 세조 때 병조 판서를 하다가 역적으로 몰려 요절한 남이 장군의 묘가 있어 남이섬이라고 하는데, 참 이상한 것은 나미나라 공화국이라고도 씌어 있는 것이었습니다.

우리나라 북한강 한가운데 작은 섬이 왜 나미나라 공화국인가 궁금하기도 했고 이상하기도 해 슬그머니 남이섬 관광 안내 책자를 보았습니다. 평상시에 육지였다가 홍수 때엔 섬이 되던 동화 나라, 노래의 섬, 남이섬은 세계의 꿈나라라고 해 나미나라 공화국이라고 하는 듯 했습니다.

남이섬은 1965년 수재 민병도 선생이 손수 모래로 된 땅콩밭에 수천 그루의 나무를 심고 가꾸어 이루어졌다고 합니다. 그야말로 듣던 그대로 남이섬은 많은 나무들로 인해 아름다운 숲길이 섬 전체를 이루고 있습니다. 이미 관광지로 널리 알려져 일본인들과 중국인들을 비롯한 외국인들이 많았습니다.

저는 배를 타는 순간부터 시작해 관광을 마치고 선착장에 나올 때까지 손전화기의 카메라를 손에서 놓지 않았습니다. 어린 손녀는 붉은 단풍잎과 노란 은행잎을 주워 저에게 주면서 빨간 나뭇잎은 단풍나무이고 노란 잎은 은행나무라고 했습니다. 저는 어떻게 은행나무와 단풍나무 이름을 아는가 하고 물었더니 손녀는 유치원에서 선생님이 가르쳐 주었다고 했습니다.

저는 손녀를 칭찬해 주면서 번쩍 들어 안아주었습니다. 정말 남이섬에는 붉은 단풍나무와 노란 은행나무, 파란 잣나무를 비롯한 수많은 나무들의 색깔로 조화가 잘 이루어져 있어 더더욱 아름다웠습니다. 잣나무 길을 걸으며 짙은 잣 향기에 취해 보기도 하고 은행 길을 걸으며 진한 은행 향기에 취해 있는데 손녀는 작은 고사리 손으로 콧구멍을 막으며 응가 냄새가 난다고 해 또 한 번 사람들을 웃기기도 했습니다.

해외에서 인기를 끌었던 드라마 ‘겨울연가’의 첫 키스 장면을 찍었던 의자에 앉아 땅에 떨어진 밤알과 도토리 알을 주워 땅을 파며 재롱을 부리는 청솔모를 구경하기도 했습니다. 남이섬에는 낙타도 있고 토끼도 있었습니다. 가슴이 뻥 뚫린 것처럼 시원하고 기분이 맑아 너무 좋았습니다.

그러다 강기슭에 서서 건너편에 있는 수목원을 보며 감상하기도 하고 때로는 보트를 타는 사람들에게 손을 들어 흔들어 주기도 하고 물속에서 높이 솟구쳐 오르는 물고기를 보고 괜히 좋아라 크게 웃기도 하고 손녀와 장난을 하며 어린 소녀처럼 수줍음을 타 사람들의 이목을 끌기도 했습니다.

하늘 자전거도 탔습니다. 하늘 자전거는 마치 관성열차를 연상케 했는데 전기를 이용해 달리는 것이 아니라 자전거처럼 두발로 굴려야 가기에 조금 힘들기도 했습니다만 남이섬의 구석구석을 돌아보는 재미도 있었습니다.

그리고 소주의 상표에서 딴 참이슬 다리도 있었는데 사람들이 술을 마시고 버린 빈 술병으로 장식을 했는데 너무도 신기하고 멋졌습니다. 남이 장군 묘소도 돌아보았고 유니세프 나눔 열차도 탔습니다. 손녀는 제 손에 있는 사탕을 또래 친구들에게 나누어 주면서 기관차 굴뚝에서 왜 연기가 나오지 않는가 하고 물어 많은 사람들이 너무도 귀엽다고 칭찬하며 웃었습니다.

기념사진도 빠지지 않았습니다. 또 하나 남이섬의 특이한 것은 ‘행복마을’, ‘사랑마을’, ‘꿈마을’ 간판과 함께 ‘마이쯔의 소소한 행복’이라고 영어로 씌어 있는 글귀가 자주 보였습니다. 우리 세 모녀는 정말 말 그대로 글귀 그대로 남이섬에서 또 하나의 작고 소박한, 하지만 행복한 추억을 만들었습니다.

서울에서 김춘애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