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중국 쿤밍에서 탈북자 13명이 또 체포됐다는 뉴스를 보면서 중국에서 강제 북송된 경험이 두 차례 있는 저는 지금까지도 지워지지 않는 가혹하고 혹독했던 가슴 아픈 상처가 떠올라 도저히 잠을 잘 수가 없을 만큼 마음이 아팠습니다.
다음날 텔레비전을 보던 저는 유엔 인권위원회에서 대북인권 결의안이 채택됐다는 뉴스를 들으면서 한편 놀라기도 했고 다른 한편은 조금 마음이 안정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지금 당장 쿤밍에서 체포된 탈북자 13명이 북한으로 강제 북송되어 간다면 짐승보다도 못한 인권유린을 당하겠구나 하는 생각으로 아직도 마음이 쓰리고 아픕니다.
이번 유엔인권위원회에서는 지난해에 이어 두 번째로 표결 없이 합의로 북한인권 결의안이 채택되었다고 합니다. 결의안 내용에는 특히 북한에 있는 정치범들을 조건 없이 즉각 석방하고 탈북자 강제 북송, 북한에서 불법 구금되어 당하는 고문과 공개 처형을 금지하는 것에 대한 내용이 들어 있다고 하는데요.
이번에 채택된 인권 결의안 내용에서 제일 가슴에 와 닿은 내용은 북한 주민들의 인권유린을 모른 척하거나 방조하는 나라들에 대한 언급이었습니다. 우리 탈북자들은 굶주림과 추위를 벗어나 자유와 행복한 새 삶을 갈망하여 정든 고향과 사랑하는 부모와 처자들을 뒤에 두고 목숨을 걸고 두만강을 탈출합니다. 그러는 도중 중국을 비롯한 제 3국에서 붙잡혀 북한 당국으로 강제 송환되는 것은 어제 오늘 일이 아닙니다.
우리의 수많은 탈북자들은 이런 쓰라린 고통과 험난한 과정을 겪으며 애써 작은 숨을 돌릴 만하면 또 숨을 죽여야 하는 고통을 반복하며 이곳 대한민국으로 올수가 있습니다. 저 역시 우리 아이들과 중국에서 숨도 제대로 쉬지 못하고 살아왔습니다.
사실 지금은 대한민국에서 지난날에는 상상도 할 수 없고 생각도 할 수 없는 행복한 새 삶을 살고 있지만 저 역시 이곳으로 올 때에는 주민등록증만 있으면 우리 아이들과 안정된 삶을 살 수 있다는 소박한 꿈 하나를 가지고 왔습니다.
제가 처음 이곳 한국에 와서 얼마 안 되어 지인의 소개로 북한 인권 시민연합의 사무국장님을 알게 됐습니다. 지금은 친구처럼, 언니처럼 자주 만나고 있는데요. 처음 그를 만났을 때 저는 아직도 잊히지 않지만 이곳 남한에서 태어난 사람들이 북한 주민들의 민주화와 인권을 위해 활동한다는 얘기를 듣고 우리 탈북자들이 해야 할 일을 남한 사람들이 한다고 생각을 하니 너무 반갑기도 하면서도 마음이 짠하기도 했었습니다.
북한에서 살아온 저로서는 북한 사회에 대해 잘 알고 있기에 인권이란 말의 뜻을 잘 몰랐던 그때에는 마음 한구석으로 몇몇의 사람들이 활동을 한다고 북한이 민주화가 되고 인권이 개선되겠느냐는 말도 해보았습니다. 하지만 한국생활 10년이 된 오늘날, 저는 많은 것을 뼛속 깊이 알게 됐습니다.
이제는 세계 인민들이 누가 시켜서가 아니라 스스로 자각적으로 북한의 민주화와 북한 주민들의 인권을 위해 많은 활동을 하고 있기에 북한 주민들도 서서히 우물 안 개구리 마냥 살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조금씩, 한발자국씩 변화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하기에 유엔인권위원회에서도 올해 벌써 두 번째로 인권결의안이 채택되었습니다. 혼자서 못하면 둘이, 열 명이 못하면 100명이, 그렇게 세계인민들이 힘을 합쳐 하나가 되어 한 목소리를 내면 언젠가는 북한 주민들 모두 변화할 그날이 온다는 것을 말하고 싶습니다.
자유를 찾아 나온 우리 탈북자들을 북한으로 강제 북송함으로써 북한당국을 도와주는 중국도 이제는 배고픔에 시달려 굶어죽고, 추위에 얼어 죽고, 총에 맞아 죽고, 정치범 수용소에서 짐승보다 못한 삶을 마감하는 불쌍한 북한 주민들의 인권 상황에 책임을 느껴야 합니다.
중국은 탈북자 강제 북송을 즉시 중지해야 합니다. 중국에서 강제 북송되어 북한으로 넘어간 수많은 우리 탈북자들이 소리 없이 죽었습니다. 제 남동생도 중국에서 한국 사람을 만났다는 죄 아닌 죄로 인해 정치범 수용소에 끌려갔고, 하나 밖에 없는 남동생의 핏줄인 철없는 어린 아들과 아내도 혁명화 구역으로 끌려가 죽었는지 살아있는지 현재 생사 여부를 알 수가 없습니다.
저뿐만이 아닌 많은 탈북자들의 가족이 정치범 수용소에 끌려갔고 혹은 아무도 없는 심심산골로 끌려가 감시 속에서 짐승보다 못한 삶을 살고 있는 것이 현실입니다. 우리 탈북자들의 강제 북송이 없어지는 그날까지 아니, 북한의 민주화가 실현되고 북한 주민들의 인권이 개선되어 사람답게 살 수 있는 그날까지 전 세계 사람들은 계속 한 목소리를 낼 것이고 지켜볼 것입니다.
서울에서 김춘애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