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말 아침 KBS ‘남북의 창’ 프로그램에서 우리 탈북 청소년들이 시리아 난민들을 위해 합창 공연을 하는 모습을 우연히 보면서 마음이 뭉클 했습니다. 언젠가는 시리아의 3살 나는 아기가 가족과 함께 시리아를 탈출해 그리스로 가던 중 보트가 뒤집혀 5살 형과 어머니와 함께 싸늘한 시신으로 발견되어 많은 화제가 된 적도 있었습니다.
내전으로 인해 시리아 아이들이 새 삶을 찾고자 또는 살아남기 위해 부모님들의 손목에 이끌려 정든 고향 시리아를 떠나고 있습니다. 최근에도 그리스북부의 눈 덮인 숲에서 70명의 시리아 난민이 발견 되었다는 기사를 보았습니다. 시리아 어린 소년들이 고향으로, 집으로 가고 싶다고 눈물을 흘리고 있는 현실이 어찌 보면 김 부자 세습독재를 벗어나 고향을 떠나온 우리 탈북자들이 다시는 고향으로 갈 수 없는 현실과 똑같지 않을까 생각을 하면 눈에서 눈물이 납니다.
탈북민 대안학교의 탈북청소년합창단은 어린 나이에 탈북 과정에서 저마다의 아픔을 가진 아이들이 모여 3년전에 만들어진 합창단이었습니다. 이들은 아픈 마음을 달래가며 밤을 새워 생소한 시리아 말로 합창 공연을 한다고 합니다. 고향으로 가고 싶다는 시리아 어린이들의 모습에서 어찌 보면 북한 사회에서 부모님을 잃고 배고픔에 시달리던 고아가 된 자기들의 삶과 다를 바가 없었다고 하면서, 이곳 한국에서의 현재 삶에 대해 항상 감사하는 마음으로 더 어려운 시리아 난민들을 위해 뭔가 하고 싶었다며 눈물을 흘리는 모습도 보았습니다.
15세 16세 어린 탈북 청소년들의 합창 공연을 보고 기뻐하고 즐거워하는 시리아 난민들의 모습을 보니 한결같이 마음이 뿌듯하다고 얘기 하는 모습을 보면서 많은 생각을 해보았습니다. 얼마 전에 저는 한 지인으로부터 이런 얘기도 들었습니다. 그분은 자원봉사자로 독일 장벽이 무너지기 전에 독일에서 활동한 적이 있었다고 하더군요.
과거 서부 독일의 어린이들은 쵸콜렛과 사탕을 가지고 한 개는 먹고 다른 한 개는 동부 독일 어린이를 위해 꼭 남겨두곤 했었다고 합니다. 2개를 다 먹고 싶어도 참으면서 꼭 한 개씩은 자신보다 더 어려운 어린이들을 위해 남겨 두었던 독일 어린이들이 있었기에, 이후에 독일 장벽이 무너지지 않았나 하는 생각을 해보았거든요.
배고픔을 참지 못해 5살짜리 어린 남자애가 동네 형들과 함께 두만강을 건너 중국에서 공안에 잡혀 한 감옥에 있었습니다. 여윌 대로 여위고 가느다란 손목에 족쇄를 채운 채 “형 그래도 우리 이밥 먹고 가네. 우리 갔다 또 오자.” 10여 년이 지났지만 아직도 제 귀에는 그 꼬마의 목소리가 쟁쟁합니다. 영양실조에 걸려 항문이 열린 채 살아야 했던 7살 남자 아이는 아빠의 손목을 잡고 두만강을 건너 중국 연변의 산 속에 숨어살다가 공안에 적발되어 북송되면서도 무더운 8월 삼복더위에 두꺼운 솜옷을 세 겹 네 겹 입고 또 입으며 땀을 철철 흘리면서 이 옷을 입고 나가야 북한에 가면 빵과 바꾸어 먹을 수 있다고 하던 말, 아직도 그 모습이 생생하네요.
두만강을 넘다가 깊은 물에 빠져 죽고 굶주림에 허덕이다가 죽어간 북한의 어린이들이 알게 모르게 많습니다. 전쟁도 아닌 평화로운 시기에 식량난으로 굶어야 하고, 언젠가 식량공급이 되면 다시 모이자는 기약 없는 약속으로 온 가족이 헤어져 고아 아닌 고아가 되어 떠돌이 방랑 생활 끝에 얼어 죽고 굶어 쓰러져 죽은 아이들이 수없이 많습니다.
지금도 현실이 되고 있는 북한 주민들과 어린이들을 생각하면 마음이 아픕니다. 한 때는 이 세상에서 제일 불행하다고 생각했던 탈북 청소년들이 이제는 누군가에게 위로와 사랑으로 도와주고 있네요. 언젠가는 떠나온 고향으로, 사랑하는 부모님 품으로 갈 수 있을 것이라는 희망과 꿈을 안고 부르는 탈북 청소년들의 힘찬 노래 소리가 북한으로 평양으로 울려 퍼질 거라는 생각을 하니 마음이 뿌듯합니다. 곧 평양 대극장에서 그 노래를 부를 날이 얼마 머지 않았겠죠. 서울에서 김춘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