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로 보는 한반도 역사] ② 고조선과 단군신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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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로 보는 한반도 역사에 이규상입니다. 단군신화는 한반도의 건국신화로 고조선이 생겨난 배경에 대한 얘기를 담고 있습니다. 단군신화는 삼국유사와 삼국사기 그리고 제왕운기 등 고려 시대에 저술된 사서의 내용을 기초로 하고 있습니다.

단군신화의 주 내용은 환인의 아들 환웅이 하늘에서 인간세계로 내려와 곰이 사람으로 변한 웅녀와 결혼하여 아들을 낳았는데 그가 단군이었고, 단군은 조선을 세우고 천5백 년 동안 나라를 다스리다가 산신이 되었다는 내용입니다. 바로 이정도 까지가 남과 북이 공감하는 '단군신화'의 내용입니다. 지금부터 고조선의 건국과 단군신화에 대한 남과 북의 시각차이는 어떤지 살펴봅니다.

북한에서 제작한 단군신화에 대한 기록영화입니다. 인터넷에 올라온 이 동영상에 따르면 북한은 지난 1993년 평양에서 동북쪽으로 40킬로 미터 떨어진 강동 대박산 기슭에서 두 사람 것으로 보이는 유골 86조각과 금동왕관 장식 등을 발견했으며 감정결과 유골은 5011년 전에 살았던 단군과 그 부인의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북한이 발굴한 무덤의 형태는 고조선 시대 이후의 고구려 식 무덤이었습니다. 북한 측의 주장은 고구려 사람들이 단군의 무덤을 이장하면서 고구려 식으로 꾸몄다는 것입니다. 북한의 역사학자들은 연대측정 결과 5000년 된 고구려 시대 이전의 유골이 나왔고 또 왕의 소지품이 나온 것을 보아 이 무덤이 단군의 무덤이 분명하다고 주장합니다. 한국교육개발원 이찬희 박사는 북한 측의 이러한 역사적 발견은 학술적으로 객관성이 떨어진다고 지적합니다.

이찬희 박사: 객관적인 측면에서 떨어진다고 정통사학자들이 말한다. 그것이 검증되려면 중국이나 남한 그리고 일본 학자들이 참여해야 하는데 북한의 학자들만의 주장은 주장일 뿐이다.

북한당국은 1994년 10월 유골이 발굴된 인근에 단군릉을 개건했습니다. 단군릉의 모양은 중국 지린성에 있는 장군총을 본 따 계단식으로 만들었고 네 모서리에 호랑이 상과 고조선의 상징적 무기인 비파형 동검을 세웠습니다. 또 단군릉 앞에는 8미터 높이의 단군릉 개건 기념비를 세우고 그 뒤에는 김일성과 김정일의 찬양시가 새겨져 있습니다.

남한의 국사 교과서에도 물론 단군과 고조선에 관한 내용을 싣고 있습니다. 남한 국사 교과서는 삼국유사의 기록을 인용해 고조선은 단군 왕검이 건국하였고 단군 왕검은 당시 지배자의 칭호였다고 기록하고 있습니다.

또 신화는 그 시대 사람들의 관심이 반영되는 것으로 역사적 의미가 담겨 있다고만 기술되어 있습니다. 한국교육개발원 이찬희 박사의 설명입니다.

이찬희 박사: 남한에서도 교과서에서 역사적 사실로 보고 있다. 물론 각주에서 부연설명을 하지만 과거에 신화로 보던 것을 이제는 역사적사실로 보는 입장으로 바뀌었다.

남쪽 교과서에는 단군이 한국 역사상 최초 국가인 고조선을 건국한 인물이라는 사실 이외에 그의 생애에 대해서는 구체적으로 언급되지 않고 있습니다. 단군에 대한 충분한 역사적 사실이 남아있지 않기 때문입니다

그렇지만 북한의 역사 교과서에는 단군신화를 역사적 사실로 받아들여 기원전 3018년에 평양에서 태어난 역사적 인물로서 단군을 소개하고 있습니다. 북한의 교과서는 구체적으로 단군이 “기원전 3018년 산 좋고 물 많은 평양에서 이름 높은 종족 추장의 아들로 태어났다”며 단군이 태어난 연대와 그의 성장과정 그리고 고조선의 건국과정을 자세히 기술하고 있습니다.

그렇지만 문제는 이러한 기록의 근원이나 역사적 자료가 무엇인지에 대해서는 언급이 없다는 것입니다. 이찬희 박사의 설명입니다.

이찬희 박사: 북한에서도 고조선의 건국신화인 단군신화를 다루고 있는데 우리와 다른 것은 고조선을 강조하고 있다는 것이다.

남한과 북한은 민족의 기원에 대해서도 서로 다른 시각을 가지고 있습니다. 남한 고등학교 국사 교과서는 한반도에서의 구석기 시대가 70만 년 전에 시작됐고 신석기 시대는 기원전 8000년경으로 추정하고 있습니다. 반면에 북한의 '조선력사' 교과서는 구석기 시대가 100만 년 이전에 시작됐다고 기술하고 있습니다. 또 남한의 교과서에는 한국인의 직계조상이 신석기인으로 규정하고 있지만 북한의 역사에서는 한국인의 직계조상은 구석기인입니다.

다시 말해 북한 역사 교과서의 주장은 한민족의 뿌리가 평양지방에 살았던 구석기인들이며 평양이 ‘조선민족의 원 고향’이라는 것입니다. 북한은 심지어 세계고대문명을 가르치며 이집트 문명과 메소포타미아 문명 그리고 인더스 문명과 황화 문명과 더불어 대동강을 포함해 이 지역을 고대문명 발상지로 규정하고 있습니다. 북한역사교과서의 이러한 시각은 북한의 정통성을 강조하자는데 그 목적이 있다고 이찬희 박사는 설명합니다.


이찬희 박사: 북한이 우리역사의 정통성을 자신들이 확보하고 있다는 것을 강조하기 위해 단군신화를 강조 한다던가 평양인근에서 많은 유물 유적이 발견되고 있다는 것을 강조 한다던가... 그런 맥락에서 생각할 수 있다.

이렇게 남과 북은 민족의 기원에 대한 역사마저도 서로 다른 시각을 가지고 있습니다. 중국과 일본 등 주변국들이 한반도의 역사를 자기들 역사로 편입하거나 왜곡하려 드는 상황에서 남과 북이 서로 다른 역사관을 가지고 있다는 것은 한반도 민족의 정체성을 잃는 것과 마찬가지라는 우려도 나오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