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로 보는 한반도 역사] ⑬북한의 대동강 문화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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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소포타미아 문명과 이집트 문명 그리고 황하문명과 인더스 문명을 일컬어 세계 4대 문명이라고 부릅니다. 이것은 세계에서 가장 먼저 문명을 발달시킨 4개 지역을 이르는 말입니다. 그런데 북한에서는 학생들에게 대동강 문명을 이 4대 문명에 추가시켜 '세계 5대 문명'이라고 가르치고 있습니다. '세계 5대 문명'이라고 가르치는 나라는 북한이 전 세계에서 유일합니다.

바로 보는 한반도 역사 오늘은 북한이 주장하는 '대동강 문화권'을 살펴봅니다.

1998년 3월 북한은 평양을 중심으로 한 대동강 일대의 고대문화를 '대동강문화'라고 지칭하고 이를 대내외에 알리기 시작했습니다. 북한의 사회과학부문 관계자들과 역사학자들은 또 그해 10월 평양인민문화궁전에서 대동강문화에 관한 학술 발표회를 가졌습니다.

북한의 역사학자들은 평양인근에서 발굴된 단군릉에 대한 고고학적 연구를 한 결과 한반도의 첫 고대국가인 고조선이 기원전 80세기 이전에 세워졌다는 것을 확인했다고 주장하고 이것은 대동강 문화가 세계 5대 문명중 하나에 포함 된다는 것을 확증한다고 공언했습니다.

북한 역사학자들의 이러한 주장은 지난 1993년 단군릉 발굴사건에 기초를 두고 있습니다. 북한은 1993년 1월 고 김일성 주석의 지시에 따라 단군 묘로 불린 평양시 강동군의 한 무덤을 발굴했고 그 결과 한반도의 시조인 단군의 무덤인 것을 확인했다고 주장했습니다. 북한의 이러한 주장은 단순히 단군이 신화가 아닌 실제 역사였다는 것을 입증하는데 그치지 않고 고조선이 기원전 1000년 전 중국 랴오닝 성 일대에서 세워졌다는 기존의 시각을 뒤엎고 기원전 3000년 전 평양에서 건국했다는 새로운 논리를 세운 것입니다. 남한 세종대학교 역사학과 하문식 교수의 설명입니다.

하문식

: 1990년대 초반에 대동강 문화권이라고 해서 주체사상을 확립시키기 위해 북한 자체적으로 역사 발전 단계 론을 나눈 것이 있다. 그것을 학계에서는 대동강 문화론이라고 부른다.

북한은 단군릉에서 나온 두 구의 유골을 ‘전자자기공명법’이라는 연대 측정법을 통해 그 연대를 조사한 결과 유골이 5011년 전에 살던 사람의 것이라는 결론을 지었습니다. 또 유골의 주인이 키가 크고 나이가 많은 남자와 젊은 여성의 유골이라는 이유를 들어 이것이 단군과 그의 부인의 유골이라 주장하고 있는 것입니다.

또 다른 북한 학자들의 주장은 '신증동국여지승람'과 같은 조선시대의 지리서에 이 무덤을 단군릉이라고 불러온 사실이 남아 있다는 것입니다. 이러한 결과에 따라 북한은 삼국유사와 같은 사서에 나타난 단군의 출연, 즉 고조선의 건국 시기가 기원전 2333년 이라는 기존의 시각을 부정하고 기원전 30세기 이전에 고조선이 출현했다는 결론을 내린 것입니다. 한국교육개발원의 이찬휘 박사는 북한의 이러한 주장이 학술적으로 객관성이 떨어진다고 지적합니다.

이찬휘

: 객관적인 측면에서 떨어진다고 정통사학자들이 말한다. 그것이 검증 되려면 중국이나 남한 그리고 일본 학자들이 참여해야 하는데 북한학자들 만의 주장뿐이다...

북한 역사학계의 이러한 주장은 한반도의 청동기 문화와 철기 문화가 시작된 연대에 대한 남과 북의 시각 차이를 크게 벌여놓고 있습니다. 남한의 역사학계에서는 고조선의 청동기 문화의 시작은 기원전 10세기 그리고 철기 문화의 시작은 기원전 3세기로 보는 반면 북한은 단군릉과 다른 유적들의 발굴을 바탕으로 청동기 문화가 기원전 30세기 그리고 철기 문화는 기원전 12세기 정도였다는 결론을 내리고 있습니다.

북한은 이러한 논리를 성립하기 위해서 남한의 역사학계가 위서로 단정 짓고 있는 '환단고기'와 '규원사화' 등과 같은 사서에 대해서도 관대한 입장을 보이고 있습니다. 북한의 역사학계도 이들 사서들이 위서라고 인정을 하고는 있지만 그 위서를 연구할 필요가 있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습니다. 특히 이들 사서에 나오는 고조선의 47명의 단군, 다시 말해 단군이 한명의 이름이 아닌 지도자를 지칭하는 이름이었다는 주장을 사실로 받아들이고 있습니다. 이것은 남한의 주류 역사학계의 시각과는 크게 차이를 두고 있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북한은 왜 단군릉을 중심으로 한 '대동강 문화론'을 펴고 있는 것일까? 여러 학자들은 북한이 90년대 들어서 겪게 된 식량난과 외교적 고립 그리고 경제적 어려움을 극복하기 위해 주민들에게 한반도 역사의 중심이 평양이라는 자부심을 심어주기 위해서 라고 추측합니다. 한국교육개발원 이찬휘 박사의 설명입니다.

이찬휘

: 북한이 우리역사의 정통성을 자신들이 확보하고 있다는 것을 강조하기 위해 단군신화를 강조 한다던가 평양인근의 많은 유물 유적이 발견되고 있다는 것을 강조한다...

북한의 대동강 문화론을 펼쳐온 북한의 역사학자 리순진은 대동강 문화의 우수성을 이렇게 말합니다.

첫째, 대동강 문화가 인류의 발상지, 인류문화의 발원지인 역사의 성지에서 싹트고 꽃핀 문명이라는 점,

둘째, 문명의 형성 시기가 유구하고 오래됐다는 점,

셋째, 문명의 발전 수준이 다른 지역의 문명보다 높고 선진적이라는 점.

북한 학자들의 이러한 시각에 대해 남한의 주류 역사학자들은 학술적으로 객관성이 떨어지고 또 북한 특유의 민족주의에서 바탕 된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바로 보는 한반도 역사, 진행에 이규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