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로 보는 한반도 역사] ① 남북한의 교육목표와 시각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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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세기 넘는 남북분단은 두 나라의 문화와 언어를 이질화 시킨 것은 물론 반만년의 한반도 역사마저도 이질화 시켰습니다.

같은 땅에 살던 같은 사람들의 역사였지만 남과 북은 서로 다른 역사를 쓰고 있습니다. 주변국인 중국과 일본이 왜곡된 한반도 역사를 후손들에게 가르치고 있는 상황에 당사자인 남과 북이 바로 된 역사를 모른다는 것은 정체성을 잃는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자유아시아방송이 마련한 <바로 보는 우리역사>에서는 한반도 역사에서 기술된 주요 사건과 인물들을 중심으로 남과 북의 역사에 대한 시각이 어떻게 다른지를 짚어봅니다.

오늘은 그 첫 번째 시간으로 남한과 북한에서 역사교육이 어떻게 이뤄지고 있는지 또 역사교육의 목표와 역사에 대한 인식이 어떻게 다른지 살펴봅니다.

남한의 고등학교에서 가르치고 있는 국사교과서의 머리말을 보면 "국사는 우리 민족의 정신과 생활의 실체를 밝혀주는 과목으로, 우리 민족의 정체성을 확립시켜주는 구실을 한다."고 나와 있습니다. 반면에 북한의 고등중학교에서 가르치고 있는 <조선력사> 머리말에는 "우리나라 력사를 학습하자는 것은 왕이나 봉건통치지배들의 력사를 알자는 것이 아니라 우리 인민의 투쟁이 력사를 알자는 것"이라고 강조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두 역사교과서의 머리글만 보더라도 남한과 북한의 역사교육의 목적이 틀리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한국교육개발원의 이찬희 박사는 남한과 북한의 역사교육을 이렇게 비교합니다.


<남북한의 역사교육의 목표가 다르다고 볼 수 있다. 남한은 민족 정체성의 근원인 우리 역사를 구체적으로 이해해 민주시민을 양성하는 목표가 있고 북한은 김일성 부자에 충성하는 충직한 주체형의 공산주의 혁명가의 양성을 목적으로....>

다시 말해 북한에서의 역사교육의 목적은 혁명의 완수에 필요한 인간을 기르는데 있다는 것입니다.

<북한은 계급 투쟁의 역사를 강조한다. 그들은 주로 지배계급을 통치배라고 한다. 반동 통치배들과 외래 침략자들에 반대하는 인민들의 투쟁사를 강조하면서 민족적인 긍지와 자부심을 고취한다. 그런내용을 강조하다보니 지배계급의 역사 보다는 피지배계급의 역사를 강조한다. 인물도 그러한 인물들을 선정한다.>

이렇게 남과 북의 역사교육의 목적이 다른 만큼 역사교육 과정도 큰 차이가 있습니다. 이찬희 박사의 설명입니다.

<남북 간에 차이가 나는 것이 북한은 중학교는 1,2학년에 인물사를 배우고 3,4,5,6 학년에는 혁명역사... 김일성 혁명역사와 혁명 활동 그리고 김정일의 혁명역사와 혁명 활동을 배운다. 남한에서는 중학교에서는 국사 그리고 고등학교 1학년에서는 공통으로 국사를 배우고 2, 3학년에서는 선택으로 한국 근현대사를 배운다. 가장 큰 특징은 북한은 역사시간에 1920년대 까지만 배우고 그 이후에는 김일성, 김정일 혁명역사 그리고 심지어는 김정숙 혁명역사를 배운다>

남한 고등학교 국사 교과서의 교육목표를 보면 '역사는 사실에 바탕을 두어 과거 사실이 어둡다고 은폐할 것이 아니고 기뻣던 때라고 과장할 것이 아니며, 우리 삶의 과정을 이해하여 새 문화 창조와 사회 발전에 능동적으로 참여하여 기여할 수 있기를 바란다.' 라고 나왔습니다. 그렇지만 북한의 역사 교과서에는 어두운 과거를 언급하지 않고 있습니다.


<북한에서 패배한 역사는 거의 다루지 않고 있다. 남북한이 전혀 다른 예는 북한에서는 통일 신라라는 말이 없고 후기신라라고 다루고 있다. 남한의 역사교과서는 신라의 삼국통일은 영토 면에서 불안정하고 외세를 끌어 들였다는 한계를 지적하지만 우리민족문화 발전에 기여했다고 평가한다. 그러나 북한의 교과서에서는 신라가 고구려와 백재에 대해 계속 배신행위를 했다고 부정적으로 본다...>

이렇다 보니 남북역사교과서에 등장하는 인물마저도 다를 수밖에 없습니다.

<남북한에 공통으로 나오는 인물은 외세를 물리친 인물이다. 이순신이나 광대토 왕과 같은 인물들은 공통으로 나온다. 북한에만 나오는 인물로는 피지배층에 관련된 인물들이 강조된다. 예를 들면 남한역사에서는 전혀 등장하지 않는 고조선시대 애국 무용장 성기라는 사람과 고구려 애국용사 을두지와 누유라는 사람은 아마 처음 들어보는 인물일 것이다...>

북한의 역사교과서는 또 역사적 사건에 대한 표현이나 용어도 남한 교과서와 많이 다릅니다. 남한의 역사교과서에는 집권세력에 반기를 든 사건을 '난'으로 표현하고 있는데 비해 북한 역사교과서에는 반란을 투쟁 또는 전쟁으로 확대해석을 하고 있습니다.

<임진왜란도 임진조국전쟁이라고 하고 피지배층 중심으로 일어난 조의총의 난과 같은 것은 평양농민군들의 투쟁, 홍경래의 난은 평안도 농민전쟁 등으로 부른다.>

이렇게 남과 북은 같은 민족임에도 불구하고 역사에 대한 해석이나 역사적 인물에 대한 평가에도 상당한 차이를 나타내고 있습니다. 남북분단의 현실이 가져온 '역사의 분단'은 앞으로 통일을 이루는데 있어 큰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것이 역사학자들의 지적입니다. '바로 보는 우리역사' 다음 시간에는 남과 북이 보는 한반도 민족의 기원은 어떻게 다른 지를 살펴보겠습니다. RFA 자유아시아방송 이규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