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몽매한 야만인’이라는 의미의 ‘몽고’는 이제 옛말에 불과합니다. ‘용감한’이란 뜻의 ‘몽골’은 이제 긴 잠에서 깨어나 민주적인 절차에 따라 자신들의 지도자를 뽑고 서구의 시장경제를 받아들이는 등 개혁, 개방에 박차를 가하고 있습니다. 과거의 공산 체제를 버리고 자유 민주주의 체제로 돌아선 몽골의 어제와 오늘, 그리고 내일을 짚어보는 ‘몽골을 본다,’ 오늘 이 시간에는 미국 워싱턴의 심장부에 있는 몽골학교를 찾아갑니다. 진행에 장명화입니다.
(현장음: 몽골 민요에 맞춰 학생들이 민속춤을 추고 있다)
미국 동부 버지니아 주의 알링턴 군에 있는 커다란 공립학교 건물의 체육관. 열세 명 남짓한 중학생들이 독특한 음악에 맞춰 몽골 전통춤을 연습하고 있습니다. 초록색, 분홍색의 조끼와 금색 술이 달린 뾰족한 모자를 쓰는 학생들을 보노라면, 마치 몽골에 와 있는 기분이 듭니다.
몽골에서 수십 년간 전통춤을 춘 무용가인 퓨레브자브 선생님은 동작의 선이 좀 약해졌다 싶으면 "누가 아침 먹지 말랬어? 힘을 내!"하며 학생들을 독려합니다. 학생들은 조만간 워싱턴에서 거행될 세계어린이 축제에 초청된 상태. 이 축제에 참석할 미국인에게 몽골 전통무용의 진수를 선보이는 좋은 기회이기에 퓨레브자브 선생님의 마음은 더 분주해집니다.
연습 장면을 지켜보던 학부모 루브산수렌 씨는 토요일에는 늦잠도 자고 싶고 놀고 싶고 쉬고 싶지만 이런 마음을 뒤로 한 채 몽골학교로 발걸음을 옮겨 준 자신의 딸과 아들이 기특하다면서 미소를 짓습니다.
루브산수렌: 더 잘살고, 보다 더 나은 삶을 위해 미국 이민을 택했습니다. 하지만 제 아이들이 몽골과 미국 양쪽의 문화와 언어를 다 배우기를 원합니다. 그래서 힘들어도 이곳 워싱턴 몽골학교에 꼬박꼬박 나오고 있습니다.
초등학교 학생들은 몽골 현지에서 쓰이는 몽골어 교재를 읽거나 따라 쓰기를 하고 있고 담임인 우란치메그 선생님은 교실을 돌아다니며 아이들 하나하나가 틀리지 않고 잘하고 있는지 일일이 확인합니다. 풍경은 여느 초등학교 교실과 다르지 않습니다. 교실 벽에는 세계전도와 칭기즈칸의 그림이 나란히 걸려 있고 문에는 ‘학교에서 지켜야 할 규칙’이 붙여져 있습니다. ‘인사를 잘합니다, 친구들과 싸우지 않고 사이좋게 지냅니다, 게임기는 학교에 가져오지 않습니다!’ 같은 정겨운 문구가 쓰여 있습니다. 기자가 뭘 배우냐고 학생에게 물어봅니다.
배경음: 선생님이 몽골어 발음법을 강의하고 있다.
기자: What did you learn today?
학생: ‘쉬’ 기자: What's '쉬‘?
학생: It's a (Mongolian) letter
워싱턴 주변에 사는 몽골인이 자신들의 고유한 문화를 잃지 않기 위해 자녀를 '워싱턴 몽골학교'에 보내기 시작한 것은 2005년. 오랫동안 몽골을 장악했던 구소련이 해체되고, 1990년 민주주의 혁명에 따라 강철커튼을 열어젖히고 세계로의 문을 활짝 연 이후부터 몽골인의 미국 이주는 본격적으로 시작됐고, 2005년에는 절정에 다다랐던 터. 유학생 출신으로 4년 전 설립 당시부터 계속해서 몽골학교를 이끄는 문군트세세그 교장의 말입니다.
문군트세세그: (I understand that early Mongolia settlers who came to the united States...) 몽골인의 초기이민은 1990년대 중반부터 시작됐습니다. 저도 1996년에 미국에 공부하러 왔습니다. 당시에 미국에는 몽골인이 거의 없었죠. 그 이후 약 10년간 대규모의 몽골인이 미국에 이민 왔습니다. 현재 약 3천 명에서 4천 명이 워싱턴 지역에 사는데요, 최근 알링턴 군에 가장 많이 진입한 이민자가 바로 몽골인인데요, 알링턴 학군에서는 영어, 스페인어 다음으로 몽골어를 쓰는 학생이 많아요.
워싱턴의 몽골대사관에 따르면, 약 2만 명의 몽골인이 미국 전역에 살고 있습니다. 특히 워싱턴, 시카고, 덴버 등 주요 대도시에 각각 3,000명 이상의 몽골인이 살고 있는 것으로 추산됩니다. 앞으로 몽골인의 수는 미국에서 더욱 늘어날 전망입니다. 그럼에도 대부분의 미국인은 몽골에 대해서 잘 모른다고 문군트세세그 교장은 푸념합니다.
문군트세세그: (I get this question, "Where are you from?" I would say "I'm from Mongolia." Then Americans would say "Oh, really this is my first time for me to meet an Mongolian...) 미국인은 제게 이런 질문을 자주 던집니다. “어느 나라에서 왔어요?” 제가 “몽골에서 왔습니다!”라고 답하면 즉시 “정말요? 몽골사람을 만난 것은 생전 처음이에요. 몽골은 중국에 속하죠?”라고 해요. 얼마나 속상한지 몰라요. 몽골은 중국의 속국이 아니라 독립국이라고 자세히 설명해주곤 합니다.
재학생 수가 모두 60여명인 몽골학교에는 영어 강좌도 있습니다. 영어를 가르치는 미국인 교사도 따로 뒀습니다. 몽골에서 갓 온 학생들이 하루빨리 학교 공부를 따라 갈 수 있도록 영어를 가르쳐 주기 위해서입니다. 알링턴 군의 학교 관계자는 몽골 학생이 미국에 온 후 수개월만 지나면 영어로 수다를 떨 정도가 되고, 미국의 옷차림(패션)과 음악, 그리고 춤을 쉽게 수용한다고 귀띔합니다. 이곳저곳을 떠돌아다니는 유목민족의 특성 때문일까?

문군트세세그: (I would love to see these Mongolian-American children to very well fit to this new culture and also...) 미국에 온 몽골 어린이가 미국 문화에 하루빨리 적응하고 미국 생활을 즐길 수 있게 되기를 바랍니다. 그러면서도 몽골 민족의 고유한 문화와 관습을 간직하기를 기대합니다. 그래야 장차 몽골인으로서 긍지를 갖고 살아가는 미국 내 몽골인이 될 수 있거든요. 앞으로 이들이 미국과 몽골의 가교 역할을 수행할 훌륭한 시민이 되기를 꿈꾸고 있습니다.
문군트세세그 교장의 소박한 바람은 이미 이루어지는 듯합니다. 교장실을 나와 중앙 현관으로 가는 길목에 있는 한 교실에서는 칭기즈칸의 후예답게 남녀 고등학생이 선생님의 지휘에 따라 말이 대초원을 달리는 듯 굵고 깊은 음색을 지닌 ‘마두금,’ 화려한 음색을 선사하는 ‘여칭’ 등 몽골의 전통악기를 들고 미국인에게 가장 사랑받는 성탄절 축하 노래인 ‘고요한 밤’을 신나게 연주하고 있습니다.
(현장음: 몽골학생들이 몽골 전통악기로 ‘고요한 밤’ 연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