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민석: 북한에 계시는 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한 주간 북한 선전매체의 보도를 다시 한번 뒤집어보는 '북한언론의 겉과 속' 시간입니다. 오늘 진행을 맡은 최민석 입니다. 오늘도 정영기자와 함께 합니다. 정영기자, 오늘 우리가 나눌 주제는 무엇입니까?
정영: 현재 함경북도 양강도 북부지역에서 입은 홍수피해 상황이 속속 드러나고 있습니다. 북한 조선중앙통신은 10일 북한당국이 200일 전투 중점사업으로 추진하던 여명거리 공사까지 중단하고 건설역량을 홍수피해복구 현장으로 돌렸다고 보도했습니다. 한편, 북한도 국제사회에 피해 상황을 알리고 있지만, 국제사회로부터 이렇다 할 도움을 받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오늘 시간에는 그 원인에 대해 파헤쳐 보겠습니다.
최민석: 북한의 홍수 피해 상황이 생각보다 많이 심각한 것 같은데, 왜 국제사회의 도움을 받지 못하는 지 알아보겠습니다. 정영기자, 먼저 북한 매체가 홍수피해 상황을 어떻게 알렸습니까,
정영: 북한은 지난 10일 노동당 중앙위원회 호소문을 전격 발표하고 온 국가적 역량을 북부지구 수해복구 작업장에 돌린다고 공표했습니다. 북한 매체 보도를 한번 듣고 계속하겠습니다.
조선중앙통신 녹취: 우리 조국의 북변 두만강연안에서 해방 후 기상관측이래 처음 보는 돌풍이 불어치고 무더기비가 쏟아져 여러 시, 군에서 막대한 자연재해를 입게 되였다.
12일 AFP통신에 따르면 유엔 인도주의업무조정국(OCHA)은 "북한 당국이 사망자 133명, 실종자 395명으로 늘어났다"고 밝혔다고 전했습니다. 이렇게 사망자와 실종자가 많이 나타나면서, 사실상 실종자는 찾기가 어렵지 않겠습니까,
그렇기 때문에 이번 홍수로 인한 인명피해는 약 500명을 웃돌 것으로 추산되고 있는데요, 북한은 이렇게 홍수피해 상황이 참혹하기 때문에 "북부피해복구전투는 사생결단의 치렬한 전쟁이다"고 수해복구 전투를 전쟁에 비유할 정도로 다급함을 보이고 있습니다. 그래서 여명거리에 투입했던 군대와 돌격대 등을 북부지구로 돌렸는데요, 시멘트와 강재를 비롯한 모든 국가적 역량을 총동원한다고 밝혔습니다.
최민석: 북한당국이 이렇게 다급함을 보이는 이유가 어디 있을까요?
정영: 북한은 수해 피해가 크지 않고, 또 내륙에서 발생했다면 조용히 덮고 넘어갈 수도 있는 상황이겠는데, 상황이 심각한 것으로 알려집니다. 김정일 국방위원장 시절에 1990년대 중반 대홍수가 연속 3년동안 일어났을 때 북한은 그 사실을 숨겼습니다. 그래서 '고난의 행군' 때 수백만 명이 아사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 들어서는 자연재해 사실을 알리긴 하는데, 오히려 부풀린다는 비난도 받고 있습니다.
최민석: 특별한 이유가 있을까요?
정영: 국제사회의 도움을 받기 위해서 홍수피해 사진도 조작해서 내보낸 사례도 몇 번 있습니다만, 이번에 여명거리 건설까지 중단하고 수해복구에 달라붙은 것은 일단 피해지구가 북부 국경지대라는 데 방점이 있습니다.
이번에 홍수피해를 당한 지역은 양강도 혜산시와 대홍단군, 함경북도 무산군, 회령시, 온성군, 경흥군, 은덕군 등입니다. 이 지역은 탈북자들이 탈출하는 기본 통로로 꼽히고 있습니다.
최민석: 아, 그러면 결국 탈출 통로가 뚫린 거군요.
정영: 북한이 외신에 공개하면서까지 구조작업에 달라붙는 것은 중국으로 탈출하는 통로가 열렸다는 그런 점과 관련되어 있을 수 있습니다. 이번 홍수로 국경 경비대 잠복초소들이 물에 잠기고, 철조망까지 토사에 쓸려 간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최민석: 그리고 북한이 지금 빨리 막지 않으면 대규모 탈북이 발생할 수 있다는 거군요. 말이 수해복구이지 이 일대를 빨리 정리하겠다는 거군요.
정영: 일각에서는 동서독의 베를린 장벽이 1989년에 무너졌듯이 북한의 국경이 뚫렸다는 평가도 나오고 있습니다. 함경북도 주민들과 연락하고 있는 한 남한의 민간단체 대표는 "현재 집을 잃은 회령시민들이 경기장에 천막을 치고 임시거처하고 있지만, 이제 추위가 닥치면 탈북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습니다.
최민석: 맞습니다. 수해로 다 잃어버리고 추워지기 시작하면 사람들이 못 버티지요. 그래서 다른 방법을 찾는데 그게 탈출이 될 수 있다, 그래서 북한이 국경을 서둘러 막기 위해서 여명거리 공사까지 중단한 걸로 볼 수 있다는 거죠?
정영: 지금 북한은 함경북도 일대 수재민이 약 4만명이라고 보도하고 있지만, 그런데 유엔인도주의업무조정국에서 판단한 데 따르면, 10만명은 넘을 것이라고 내다보고 있습니다.
최민석: 역시 더 있다는 소립니다. 그 보다 훨씬 많을 수도 있다는 소리군요.
정영: 최민석 기자, 이번에 수해 동영상을 봤습니까,
최민석: 아니요. 사진은 한 장 봤습니다. 일가족이 피난 가는 사진인데요, 애들의 눈 코만 물 밖으로 나와있습니다. 손에는 가방을 들고 있고 아주머니는 가슴까지 물이 찼습니다. 그런데 그렇게까지 심각할 줄 몰랐어요.
정영: 함경북도 온성군 남양구라는 곳이 있는데요, 그곳에는 아파트 3층까지 물에 잠겼습니다.
최민석: 그러면 약 10m가량 물에 잠겼다고 보면 되겠군요. 백두산청년 발전소 같이 여러 수력발전소들이 물을 일제히 방류하면서 생긴 재앙이지요.
정영: 현재 북한은 모든 국가적 역량을 총 투입한다고 발표했는데, 워낙 경제상황이 안 좋기 때문에 국가에서 대는 게 별로 없다고 합니다. 국가에서 대주는 물자는 없고, 해당 지역 주민들로부터 지원물자를 모아서 가져다 주는 수준이라고 합니다. 태풍 10호의 영향으로 함경북도와 양강도 일대가 쑥대밭으로 되었는데, 이쪽 방향으로 국제구호단체 사람들도 다니면서 피해 상황을 파악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미국 CNN과 워싱턴 포스트 등 미국 언론은 지난 9일 북한이 제5차 핵실험을 강행한 다음에 국제사회가 등을 돌려 유엔기관도 북한 지원에는 상당히 난처한 입장이라고 13일 보도했습니다.
최민석: 북한도 그걸 좀 생각해서 5차 핵실험을 좀 뒤에 했어야지요.
정영: 북한이 5차 핵 실험을 한 시점은 9월 9일입니다. 그런데 홍수피해는 8월 31일부터 9월2일 사이에 발생했고요. 그러니까, 홍수피해로부터 열흘 뒤에 핵실험을 했다는 거죠. 시간적으로 봐도 주민들은 물 난리 때문에 온통 먹고 사는 데만 정신이 팔려 있을 것이고요. 그렇기 때문에 5차 핵실험을 해도 선전효과가 별로 없었다는 겁니다.
최민석: 내부적으로는 이게 오히려 독이 된 거군요. 물난리가 난 것을 알고 우격다짐으로 핵실험을 했군요.
정영: 북한이 왜 이 시점에서 핵실험을 했는지 그 저의가 궁금해지는데요. 국제사회가 북한에 수해지원을 좀 해줘야 할 텐데 유엔이 국제구호 목적을 가지고 있지 않습니까, 유엔도 회원국들로부터 돈을 모금해야 북한처럼 수해를 당한 나라들을 돕겠는데요,
최민석: 그게 아닌 이상 유엔도 자기 주머니에서 돈을 꺼낼 수 있는 상황은 아니지요.
정영: 그런데 유엔회원국들도 북한의 5차 핵실험에 대해서는 상당히 냉랭한 반응을 보이고 있는데요, 그래서 지원보다는 좀 더 강한 제재를 가해야 한다는 쪽으로 여론이 형성되고 있습니다.
최민석: 그렇겠지요. 북한은 핵폭탄이나 미사일을 개발할 돈이 있으면 그걸 수해복구 작업에 먼저 투입하라는 비난을 피할 수 없게 되었습니다. 수해를 당한 사람들을 마땅히 도와야 하겠지만, 정권이 핵과 미사일 개발에 들떠 있으니 참 안타까운 상황이 아닐 수 없습니다.
정영기자, 오늘 수구했습니다. 청취자 여러분 다음시간에 뵙겠습니다. 안녕히 계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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