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언론의 이모저모를 알아보는 '북한 언론의 겉과 속' 진행에 최민석입니다. 요즘 일본에서 발생한 대지진 때문에 한반도도 여러 가지 영향을 받고 있습니다.
한반도가 통째로 동쪽으로 이동하는 지각변동이 일어났는가 하면, 또 후쿠시마 원자력 발전소 폭발 사고로 방사능 위험에도 노출되어 있습니다.
이런 가운데 일본 대지진 여파로 남북간 대화도 가시화 될 전망인데요, 바로 29일 합의한 백두산 화산활동과 관련한 공동연구입니다.
북한은 일본 대지진 직후, 갑자기 남측에 대고 "백두산 화산활동을 공동연구하자"고 전격 제안했습니다.
조선중앙통신은 29일 남북간 실무급 대화가 진행된 소식을 전하면서, "백두산 화산활동에 대한 공동연구가 필요하다는데 (남북이)인식을 같이 하고 적극 협력하기로 했다"고 짤막하게 보도했습니다.
그래서 오늘 시간에는 왜 북한이 백두산 화산 활동에 관심이 높은지, 백두산 화산 폭발 가능성은 어느 정도인지 북한 언론이 보도하지 않는 내용을 가지고 알아보겠습니다.
먼저 백두산 화산활동을 공동연구하자고 제안한 북한의 속내는 무엇일까, 지금까지 북한은 백두산 화산 폭발 가능성에 대해 일절 입 밖에 내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일본의 대지진이 결국 촉매제가 됐습니다.
한국 언론들은 북한의 제의가 여러 가지 목적이 있다고 분석하고 있습니다.
<녹취: 한국 연합뉴스>
우선 올해 초부터 남한을 향해 대화의 문을 두드리던 북한이 천안함 폭침이나 연평도 포격 도발에 대해 공식 사과하지 않고 비켜갈 수 있는 '긴급 사안'으로 백두산을 꺼내들었다는 관측이 우세했습니다.
하지만 그보다도 진짜 뭔가 다급한 게 있지 않느냐는 관측도 나왔습니다.
이번 백두산 화산과 관련한 남북대화에 북측 단장으로 나왔던 윤영근 화산연구소 부소장은 "일본 지진이 있은 다음 우리(북한) 지하수 관측공에서 물이 약 60cm출렁이고, 샘물에서 흙탕물이 나왔다"면서 "일본이 가까이에 있어 우리에게도 영향을 미치는 것 같다"고 대화의 의도를 밝혔습니다.
결국 일본의 대지진이 백두산에 미칠 영향을 우려하는 모습이었습니다. 북한의 이런 속내를 잘 반영하듯 북한 조선중앙텔레비전은 최근 '태양의 성지 백두산 밀영'이라는 연상물을 여러 날 째 방영하고 있습니다.
29일 방영된 중앙텔레비전 방송을 들어보겠습니다.
<녹취: 북한 중앙TV>
"백두의 전설적 영웅이신 위대한 수령님과 항일의 여장군 김정숙 동지의 불멸의 투쟁업적이 뜨겁게 어려 있는 백두산 밀영, 여기서 태양민족의 새 시대를 만대에 빛내가는 위대한 선군태양 백두 광명성이 솟아올라 조선의 대통운이 열린 영원한 태양의 성지로 더욱더 만대에 빛나고 있습니다."
백두산은 북한에서 '혁명의 성지'로 통합니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원래 자기가 태어난 곳이 러시아의 하바롭스크가 아니라 백두산이라고 날조하고 그곳에 생가를 만들었습니다.
여러분들 속에 백두산 답사를 갔던 분들은 잘 알겠지만, 소백수 골짜기의 김정일 생가 뒷산에는 '정일봉'이라는 글이 보입니다. 글자 하나 무게가 140톤이 넘는 화강암에 '정일봉'이라는 글을 써서 직승기로 날라다 부착시킨 것입니다.
1970년대 김일성의 눈도장을 받기 위해 김정일은 백두산 일대를 혁명전적지로 꾸린다고 대대적으로 개발했습니다.
백두산을 배경으로 삼지연 못가에는 김일성 동상이 있고, 좌우편에는 항일빨치산들이 조국진군 하는 모습을 형상한 동상들을 세웠습니다. 그리고 군대와 청년, 대학생, 모범주민들에게 따라 배우라고 답사시킵니다.
이 뿐만 아니라 백두산에는 김정일의 사저가 있습니다. 삼지연 비행장, 삼지연 별장 등 백두산 일대에는 아직 공개되지 않은 비밀 시설이 많습니다.
이렇게 어마어마하게 꾸려놓은 '혁명의 성산'에서 화산이 폭발한다고 생각만 해도 끔찍할 것입니다.
<녹취: 북한 단장 윤영근>
"우리 개성에는 눈이 왔습니다. 역시 기상현상도 잘 모르겠고 지진 또한 잘 모르는 일이죠"
실제로 지난 2003년 백두산 주변에선 한 달 동안 200여 차례 지진이 발생했습니다. 백두산 주변 지진횟수는 최근 들어 증가 추세입니다. 화산가스인 이산화황이 분출됐고 나무들이 말라죽고 있습니다.
부산대 윤성효 교수의 말입니다.
<녹취: 윤성효 부산대 지구과학교육과 교수>
"백두산은 잠재적으로 분화될 가능성이 있는 위험 한 화산 중의 하나입니다."
북한으로선 백두산 화산 폭발 확률을 정확히 예측해야 하고, 그러기 위해서는 발전된 남한의 지질연구진의 도움이 절실히 필요했다는 것입니다.
그러면 백두산 화산 폭발이 어느 정도기에 북한이 두려워할까요. 백두산 화산 폭발과 관련한 한국 언론의 보도를 들어보겠습니다.
<녹취: KBS>
"역사상 가장 큰 백두산 폭발은 10세기 중반에 일어났습니다. 문헌에 따르면 화산 폭발은 아이슬란드 화산 폭발의 1천배에 이르렀던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화산 폭발은 보통 천지 지하 10~20km 깊이에 있는 마그마(알칼리 유문암-조면암)가 분화 임계 수준에 도달하면 일시에 고압 화산가스를 분출하면서 강렬한 화산재와 돌물을 분화하게 됩니다.
가령 규모 7.5이상의 강한 지진을 동반한다면 천지에 담긴 20억 톤의 물이 두만강, 압록강 등으로 흘러내려 거대한 홍수를 발생하게 됩니다.
천지의 물이 지하 암반 틈새를 따라 스며들어 수천도가 넘는 돌물과 만나는 경우, 큰 화산 폭발로 이어지게 됩니다.
백두산 화산 폭발 가능성은 북한 내부에서도 도란도란 퍼졌던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그런 찰나에 일본의 대지진 참사는 북한으로 하여금 백두산 문제를 성급히 탁상 우에 올려놓는 계기가 됐습니다.
하지만, 일본의 대지진과 백두산 화산 폭발을 연계 짓기에는 다소 무리라는 지적도 있습니다.
<녹취: 황의홍 기상청 지진정책과 연구관>
"일본에서 대지진이 발생한 위치가 태평양판과 북미 판이 충돌하는 부분에서 일어났거든요, 그런데 백두산이나 우리나라는 유라시아 대륙판에 속해 있고요. 분명이 지진이 발생한 위치와 다르기 때문에 …"
일본 열도가 한반도와 직접 잇닿은 지맥이 아니기 때문에 일본 지진이 백두산까지 영향을 미친다고 보기에는 무리가 있다는 지적입니다.
그러나 화산폭발은 인위적인 지각 충격으로도 발생 가능하다는 지적도 있습니다.
바로 북한의 핵실험을 원인이 되는데요, 북한은 지금까지 모두 2차례에 거쳐 지하 핵실험을 단행했습니다.
첫 번째 실험은 2006년 10월 백두산 동쪽 함경북도 길주군 풍계리 일대에 땅속 2km를 판 후 실험을 단행 했습니다. 그 뒤 2009년 5월 같은 장소에서 2차 핵실험을 단행했습니다.
핵실험 장소가 비록 백두산과 110km가 떨어져 있긴 하지만, 백두산 지하에 있는 마그마 층을 자극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한국의 군사 전문가들은 분석하고 있습니다.
실제로 1차 핵실험이 있은 직후, 백두산 정상에서는 고온가스와 열이 분출됐습니다. 북한이 3차 핵실험까지 강행할 경우, 결국 대재앙을 스스로 불러오는 격이 될 수도 있다는 지적입니다.
상상이 아니라 현실로 다가온 백두산 화산폭발 가능성. 그래서 세계는 3차 핵실험을 백두산 폭발을 부르는 '방아쇠'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그보다도 더 위험한 것은 북한이 가지고 있는 핵물질입니다. 일본 후쿠시마 원전 사고의 여파로 한국 곳곳에서 요오드(요드)와 세슘(세시움) 등 방사성 물질이 검출된 가운데 북한에서는 현재까지 방사성 물질과 관련한 어떤 보도도 내놓지 않고 있습니다.
그만큼 방사성물질에 무딘 탓인지 북한은 자기들이 개발하고 있는 핵물질에 대한 두려움도 잘 모르고 있습니다.
북한은 지난 수십 년간 영변지구에 핵시설을 차려놓고 재래식 방법으로 핵무기를 개발해왔습니다. 세계적으로 '안정성'이 담보됐다던 일본 원자력발전소도 지진 한방에 대형 사고가 났지만, 시설이 낙후한 북한 내부에서 핵이 어떻게 관리되는지, 방사선 물질 유출 수준은 어느 정도인지 전혀 알 수 없습니다.
북한 지도부는 핵이 체제를 지켜주는 보검이라고 떠들지만, 그 핵은 북한 인민은 물론, 한반도 전체를 공멸시키는 우환거리가 아닐 수 없습니다.
김정일의 '산울림' 사랑, 보고보고 또 보고
이젠 화제를 바꿔 김정일 위원장의 '산울림' 사랑에 대해 이야기 하겠습니다.
얼마 전 김정일 위원장이 새로 건설된 국립연극극장에서 경희극 '산울림'을 보았다고 북한 중앙텔레비전이 27일 보도했습니다.
<녹취: 북한 중앙TV>
"위대한 령도자 김정일 동지께서 경희극 산울림을 관람하시였습니다."
이날 북한 중앙TV는 김정일 위원장이 김정은, 리영호, 장성택 등 측근들을 대동하고 경희극을 봤다고 보도했습니다.
이번까지 하면 김 위원장은 산울림을 3번이나 본 것으로 됩니다. 지난해 4월 27일 처음 구경하고, 그 뒤 보름 만에 또 구경하고, 이번까지 하면 세 번째입니다. 거기에 장성택, 김경희 등도 모두 따라나섰으니 그들도 역시 세 번씩 본 셈입니다.
대북 소식통들은 김정일 위원장이 3년 전 뇌졸중을 앓은 다음부터 기억력이 상실되고, 우울증이 오는 등 심리적 변화가 심하다고 전하고 있습니다.
현재 북한에서 김정은 후계구축이 안정적으로 잘 이뤄지자면 김정일 위원장이 최대한 오래 살아 있어 주어야 합니다. 한국 의학 전문의들은 "김 위원장이 오래 살아있자면 심리적으로 안정을 취해야한다"고 말합니다.
김정일의 유별난 예술사랑은 모르는바 아니지만, 아이들도 같은 것을 두 번 보면 쉽게 싫증을 느끼는데 북한 간부들은 싫증이 나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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