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에 계시는 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북한 선전매체의 보도내용을 다시 뒤집어 보는 '북한 언론 뒤집어보기' 최민석입니다. 오늘도 정영기자와 함께 합니다. 정영기자, 오늘 다룰 주제는 무엇입니까?
정영: 최근 최룡해 북한군 총정치국장이 차수에서 대장으로 강등된 모습이 북한중앙텔레비전에 보도되어 눈길을 끌었습니다. 김정은 정권에서 군부 핵심 실세로 승승장구하고 있던 최룡해가 어떻게 되어 대장으로 강등됐는지 전문가들은 여러 해석을 내놓고 있는데요, 오늘 시간에는 그 이유를 좀더 구체적으로 분석해보는 시간으로 마련했습니다.
최민석: 예, 북한에서 제일 잘 나가는 인물로 알려진 최룡해, 그러면 최룡해가 강등된 사실이 언제 처음 밝혀졌습니까?
정영: 지난 16일 김정일 국방위원장 사망 1주기를 맞아 진행된 추모대회에서 연설할 때였습니다.
조선중앙텔레비전 보도를 한번 직접 들어보시겠습니다.
북한 중앙TV: 인민군대를 대표하여 조선인민군 총정치국장, 대장 최룡해 동지가 연설하겠습니다.
이 회의가 있기 이틀 전 14일에 진행된 '광명성 3호' 위성발사를 경축하는 평양시 군중대회에서 최룡해는 차수 견장을 달고 나왔었는데, 갑자기 대장으로 강등된 데 대한 여러 가지 분석들이 나오고 있습니다.
최민석: 최근 들어 북한에서 여러 군부 장성들이 강등되고, 또 보직 이동도 많았지요, 최룡해도 그런 맥락에서 별을 하나 떼었다고 봐야 하는가요?
정영: 이미 알려진 바와 같이 최근 북한군 장성들이 여러 명 강등됐습니다. 지난 7월 전격 해임된 리영호 총참모장 대신에 현영철 차수가 올랐지만, 그가 차수를 달고 나온 지 3달만에 대장으로 강등됐습니다. 김정각 인민무력부장도 차수였지만, 11월에 김격식 대장에게 자리를 내주고 현재 어떤 위치에 있는지, 아직 차수 견장을 달고 있는지 확인되지 않고 있습니다. 김격식도 상장으로 강등됐다가 대장으로 된지 얼마 안되었는데요.
거기에 최룡해까지 차수 별을 달고 있다가 대장으로 강등되어 지금은 인민무력부장, 총참모장, 총정치국장이 모두 대장 계급을 달고 있습니다.
원래 이 북한군 3인방은 대장급이었는데, 김정일이 '선군정치'를 하면서 모두 차수로 올려주었습니다. 하지만, 김정은 시대에 이르러 모두 대장으로 떨어진 것입니다. 아직까지 최룡해가 왜 별을 하나 떼었는지 확인이 되지 않고 있습니다.
최민석: 원래 사람이 승진되었다가 떨어지면 마음이 좀 찜찜하거든요. 북한에서도 차수 별을 달고 있다가 하나 떼이면 감정이 이상할 것 같은데요, 어떻습니까?
정영: 북한 장성들이 별을 달고 있다가 갑자기 하나 없어지면 감정도 마찬가집니다. 북한군에서 별은 말 그대로 자신감이고, 권력의 징표이고, 수령의 신임을 대표하는 것인데요, 계급이 강등되면 아래 부하들 보기도 부끄럽고, 집에서 자식들 보기도 좀 쑥스러울 것입니다.
북한은 김씨 일가를 중심으로 한 수령유일의 독재체제이기 때문에 북한군 고위 장성들을 다스리는데 여러 가지 방법을 쓰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가장 심하게 처벌하는 경우는 완전 숙청, 그러니까, 1960년대 김창봉 민족보위상이나, 이번에 리영호 총참모장처럼 처형 또는 정치범 수용소에 가두는 방법이 있습니다. 다른 하나는 혁명화 보내 무보수 노동을 시키는 방법을 쓰고 있습니다. 6개월이상 노동현장에서 자신의 잘못을 뉘우치는지 살피는 거지요. 그리고 개준성이 있을 때 다시 올려다 등용시키는 것입니다.
그리고 다른 하나는 직위에서 해임시켜 다른 곳으로 보내거나, 또는 계급을 강등시키는 방법으로 자극을 주는 것입니다. 이런 경우에는 가벼운 문책성 조치로, 군부 간부들에게 '충성심'을 유발시키는 조치로 사용하고 있습니다.
최민석: 북한 김정은 체제에서 최룡해는 신임이 높았던 것으로 보이는데요, 그가 강등됐다면 무슨 이유가 있지 않겠습니까?
정영: 최룡해는 북한 주민들에게 잘 알려진 인물인데요, 1990년대 과오를 범해 최룡해도 혁명화를 내려갔던 적이 있습니다. 그러다가 2010년 9월 당시 후계자이던 김정은과 함께 대장 칭호를 받았습니다. 그리고 지난 2012년 4월7일 차수에 임명되고 나흘 뒤에는 군 총정치국장에 올랐습니다.
그는 김정은을 도와 인민군대내 당사업을 관할하면서 군부 인사들을 숙청하는 데 앞장섰는데요, 그 과정에 군부내에서는 "군대에 군자도 모르는 최룡해가 너무 설친다"는 비난이 높았습니다.
그래서 한국의 북한 전문가들은 이러한 군부의 불만을 잠재우기 위해 최룡해를 강등시켰다는 분석을 하고 있는데요, 또 일각에서는 북한 군부의 핵심 3인방이라고 할 수 있는 총참모장과 인민무력부장과 같은 대장 계급을 맞추기 위해 강등시켰다는 분석도 내놓고 있습니다.
최민석: 북한 전문가들의 분석은 최룡해의 과오는 특별히 없지만, 주변을 고려해서 강등시켰다는 말인데요, 북한에서 아무 과오도 없는 사람의 계급을 함부로 낮춘 사례가 있습니까?
정영: 북한에서 과오가 없는 사람의 군사칭호를 낮추는 사례는 거의 없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그런 면에서 볼 때 요즘 군부 실세로 알려진 최룡해의 권력의 힘을 분산시키기 위한 조치일 가능성에 무게가 실리고 있습니다.
왜냐면, 최룡해가 맡은 일은 총정치국은 인민군대내 당 사업입니다. 군인들의 당생활과 인사문제를 통해 군대에 대한 노동당의 영도, 즉 김정은에 대한 유일영도를 실현하는 일입니다.
하지만, 요즘 군부 인사들의 사상동향을 수집하고, 인사권을 휘두르면서 어깨에 힘이 많이 들어간 것입니다. 때문에 최룡해에게 쏠린 힘을 빼기 위한 일종의 경고성 조치일 가능성이 크다는 것입니다. 북한 김정은이 군부 3인방과 계급을 맞춤으로써 최룡해의 독선을 막고, 서로 '충성경쟁'을 시키려는 의도가 아닌가 볼 수 있다는 것입니다.
최민석: 그러고 보면 옛 조선시대에 왕이 신하들을 통치하던 시대와 비슷해 보이네요.
정영: 이게 모두 김정은 정권의 군에 대한 장악인데요, 하루 아침에도 별을 뗐다 붙였다 하면서 충성심을 검증하고 있습니다. 또한 최룡해가 장성택 노동당 행정부장의 견제를 받았을 가능성도 빼놓을 수 없습니다.
최민석: 아니, 원래 최룡해는 장성택의 사람으로 분류되지 않았습니까?
정영: 물론 장성택 노동당 행정부장이 지난 80년대 당중앙 위원회 청년사업부장을 할 때 최룡해와 친분관계가 있었지요, 그때 최룡해가 청년동맹 비서를 했지요.
하지만, 최룡해가 총정치국장으로 일하면서 김정은이 참가하는 정치 행사에서 장성택보다 먼저 호명되는 등 북한체제에서 실세로 소개된 것도 사실입니다. 때문에 그런 것이 장 부장의 눈에 거슬린다는 것입니다.
최민석: 그러면 최룡해의 강등도 김정은과 관련이 있는 것 아니겠습니까?
정영: 최룡해가 북한군의 고위 간부들이 제거하면서 120만 북한군의 불만도 커졌습니다. 하지만, 그 결정이 김정은이나 장성택, 김경희 등에 의해 나온 것이라고 군대가 판단하는 순간, 그 불만이 김씨 일가에게 이어질 수 있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그 비난의 화살을 최룡해에게 돌리려는 의도가 아닌가 하는 것입니다. 즉 김정은과 장성택은 자기에게 날아오는 비난의 화살을 비켜가려면 아무래도 누군가 희생양이 필요하다, 그래서 취해진 것이 최룡해의 강등이 아닌가 하는 것입니다.
최민석: 예, 현재 북한 현실은 왕을 중심으로 운영되던 봉건 왕조를 떠올리게 하고 있습니다. 어제까지 '충성분자'로 실컷 써먹다가도 하루아침에 용도 폐기되는 권력싸움이 지금 현재도 북한에서 일어나고 있습니다.
정영기자, 수고했습니다. 청취자 여러분, 오늘 북한 언론 뒤집어보기는 여기까지입니다. 다음 시간에 또 뵙겠습니다. 안녕히 계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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