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언론 뒤집어 보기] 북 고위층 잇단 경제 관심 발언, 개방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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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북한 언론 매체의 보도 내용을 다시 보는 '북한 언론 뒤집어 보기' 최민석입니다. 요즘 북한 내부에서 새로운 경제조치가 발표될 것이란 기대가 나오는 북한 고위층들이 개혁 개방에 성공한 나라들을 잇따라 방문하고 있습니다.

정영기자, 오늘은 주제는 무엇입니까?

정영: - 북한의 핵심 실세인 장성택 노동당 행정부장이 얼마 전 경제 대표단을 인솔하고 중국을 방문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13일 보도했습니다. 며칠 전에도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이 베트남을 방문하고, "개혁, 개방 경험을 전수해달라"고 요청했습니다. 김정은 체제에 가장 급한 경제문제를 풀기 위해 북한 고위층들이 바쁜 모습을 보이고 있는데요, 과연 북한이 개혁 개방에 전면 나설지, 그 가능성이 얼마나 될지, 북한 언론 매체에서 보도하지 않은 내용을 가지고 마련했습니다.

최민석: 정영기자, 최근 북한 고위층들이 경제에 관심을 돌리고 있는 모습이 여기저기서 나타나고 있는데요, 어떻습니까?

정영: 우선 김정은 노동당 제1비서의 동향을 보시죠. 김정은 1비서는 지난 2일 왕자루이 중국 공산당 대외연락부장을 만나 "경제발전과 민생개선이 노동당의 목표"라는 말을 했습니다.

또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 베트남을 방문하고, "개혁개방 경험을 전수해달라"고 말해 눈길을 끌었습니다. 거기에 장성택 노동당 행정부장이 고위 경제부분 관리들을 이끌고 13일 중국을 방문하면서 경제문제를 토론하고 있습니다.

최민석: 그러면 장성택 행정부장이 중국에 간 것도 경제개선조치와 관련이 있다는 소리네요?

정영: 조선중앙통신은 13일 장성택 노동당 부장이 베이징에서 열리는 나선공동개발 공동관리, 황금평 공동개발 관리를 위한 조중 제3차 회의에 참가하기 위해 방문했다고 보도했습니다. 장성택 부장이 이끄는 북한 대표단 면면을 보면 김영일 노동당 국제부장, 리광근 합영위원회 위원장, 리수용 당중앙위 부부장 이렇게 북한의 경제를 주무르는 실세들이 대거 포함되면서 중국에 지지협조 요청, 경제 지원 약속 이런 것들을 토론할 것으로 보입니다.

장성택 노동당 행정부장이 중국을 방문하면서 그의 방문목적이 경제개발을 위한 도움을 청하기 위한 것이라는 게 현재 한국을 비롯한 외신들의 분석인데요, 장 부장이 중국에 가서 앞으로 있을 경제 조치에 대해 설명하고, 지원을 요청하지 않았냐는 것입니다.

최민석: 쉽게 애기해서 밑천 삼을 수 있게 좀 도와달라, 이런 소리겠네요(정영: 그렇게 봐야겠지요). 자, 그런데 얼마 전 기사에 중국의 대기업이 북한에 큰 돈을 투자했다가 쫓겨났다는 보도가 있었는데, 그러고도 중국이 북한에 투자를 할까요?

정영: 방금 말씀한대로 북한에 거금을 투자했다가 쫓겨난 중국 대기업의 억울한 사연이 얼마 전 중국 인터넷망에 올라 화제가 되었지요.

중국 500대 대기업인 랴오닝성 시양그룹이 북한 황해남도 옹진군에 있는 철광산에 2억4천만 위안(미화 4천만달러)를 투자했다가 결국에 북한이 계약을 일방적으로 파기하고 나가라고 해서 쫓겨난 사연이 인터넷에 올라 중국인들의 분노를 샀습니다. 한마디로 북한에 투자하는 것은 블랙홀이다, 한번 투자했다가 다시는 건질 수 없다는 인식이 생기면서 장성택 부장도 얼마만한 성과를 거두고 돌아올지 지켜봐야겠습니다.

최민석: 현재 북한 고위층들의 해외 방문이 많습니다. 그런데 정작 북한 매체들에서는 고위층들의 해외방문에 대해 정확한 이유를 보도하고 있나요?

정영: 북한 매체는 구체적으로 보도하지 않고요. 이번에 장성택 노동당 부장이 중국을 방문할 때도 북한매체는 단지 출발 소식만 보도했고, 더욱이 김정은 1비서가 왕자루이 중국공산당 대외연락부장을 만나 한 이야기 중에서 “민생개선과 경제발전이 노동당의 목표”라고 한 내용이 북한매체에는 보도되지 않았습니다. 다만 이 내용은 중국 매체를 통해 확인되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김영남 상임위원장이 베트남에 가서 한 이야기 가운데서, “개혁개방 경험을 전수해달라”는 발언도 북한 매체에서 보도하지 않아 베트남 매체를 통해 확인됐습니다.

<브릿지 멘트: 여러분께서는 지금 자유아시아방송의 북한 언론 뒤집어보기를 듣고 계십니다>

최민석: 자, 말이 난 김에 한가지 더 애기하지요. 요즘 북한의 경제개선 조치를 보고, 많은 사람들이 이 조치가 개혁개방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관측을 하는데요. 어떻게 보입니까?

정영: 북한의 내부 소식통에 따르면 현재 북한이 시도하고 있는 새 경제 관리체계를 보면 공업부분에서 공장, 기업소들이 독자적으로 생산품을 결정하고, 가격과 판매방법, 수입과 분배를 자체로 결정하는 자율권을 확대시켰다, 그리고 협동농장의 경우, 북한당국에 생산물의 70%를 바치고 나머지 30%는 농민들이 소유하도록 한다는 정보가 나왔거든요. 이런 보도가 나오면서 북한 내부에서 개혁개방을 준비하고 있지 않냐는 분석들이 나오고 있는데, 장성택 노동당 부장이 돌아오면 곧바로 경제개선 조치가 발표될 것 같습니다.

그런데 북한이 진행하려는 경제개선조치가 과연 중국식이냐, 베트남 식이냐 이런 것이 논란이 되고 있지요. 중국이 지금 행하고 있는 경제 개혁개방 조치를 보면 국가가 기업에 크게 관여를 하지 않고, 자율권을 보장해주었지요. 그래서 기업들이 막 성장을 했고요.

그리고 농민들의 경우에는 협동농장에 매놓지 않고, 땅을 50년동안 빌려주면서 생산물의 판매에 대한 처분권을 주었지요. 그러나 북한의 경우, 국가에 70%를 바치고, 그리고 농민들이 30%를 가지게 한다는 것은 아무래도 국가가 농민들에 대한 통제를 계속 하겠다는 의도이거든요.

그래서 북한이 현재 시도하고 있는 경제개선조치는 사회주의 체제의 틀을 깨지 않는 한도 내에서 경제 활성화 조치로 풀이되고 있습니다.

북한도 이 신경제조치를 “자본주의 시장경제를 따른다”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사회주의 자력갱생 원칙을 공장, 기업소 실정에 맞게 확대발전 시킨 것”이라고 말할 것으로 보입니다.

최민석: 북한 매체의 보도를 보면 이번 경제개선 조치를 놓고 개혁 개방이라는 말을 전혀 쓰지 않고 있는데요, 경제개선조치가 개방과는 전혀 관계가 없다고 보여지는데요.

정영: 북한 매체들이 요즘 개혁개방에 대한 내부 주민들의 환상을 차단하기 위해 사상선전을 강화하고 있습니다. 조선중앙통신은 13일자에 “사상문화적 침투는 제국주의자들의 상투적 수법”이라는 글에서 외부 사조를 막고, 주민들에 대한 사상교양의 필요성을 역설했습니다.

또 13일자 조선중앙통신사는 미국의 방송인 VOA가 이번에 수해피해를 놓고 북한에 선군정치에 대해 언급한 것을 두고 “절대로 선군정치를 포기할 수 없다”고 논평을 냈습니다.

이렇게 북한 매체의 동향을 보면 개혁개방을 할 생각은 눈곱만큼도 없다는 의지로 보이고요, 요즘 북한 내부 주민들의 말을 종합해보면, 여행 다니기도 어렵고, 국경이 철저히 봉쇄되고, 배급도 안 줘서 살기가 참 힘들다고 토로하고 있습니다. 이걸 봐서는 북한 당국이 내부적으로는 아주 조이는 분위기입니다.

외부에서 도는 개혁개방이라는 분석과는 달리 북한 내부에는 아주 상반된 움직임을 보이고 있습니다.

최민석: 그러니까, 북한은 개방이란 위험 요소를 모두 차단하고, 어떻게든 경제 회생 시키는 조치를 취해보겠다는 소리네요.

정영: 지난 2002년에 7.1경제조치가 나왔거든요. 그때 기업소 자율권을 확대시켜주고 농민들에게 혜택도 좀 주고 이렇게 좀 풀어놓았다가 시장세력이 좀 자라나니까 치고, 이번에는 좀 완화시키는 그런 방법을 또 쓰는 것으로 보입니다.

최민석: 결국 없던 정책이 아니라 기존에 있던 정책을 또 들고나온 것이겠네요. 이번 북한의 경제개선조치가 북한 주민들에게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정말 이제는 굶어 죽는 사람이 좀 없어져야지요. 정영기자, 수고했습니다.

정영: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