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군 수산 열성자대회 챙긴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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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에 계시는 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매주 여러분과 함께 한 주간 북한선전매체의 내용을 다시 분석해보는 '북한언론 뒤집어보기' 시간입니다. 이 시간 진행에 최민석입니다.

오늘도 정영기자와 함께 합니다.

정영기자, 오늘의 다룰 주제는 무엇입니까,

김정은 노동당 제1비서가 얼마 전 평양에서 진행된 '인민군 수산부문 열성자회의'참가자들에게 직접 국가표창을 수여했다고 해서 눈길을 끌었습니다. 북한에서 최고 지도자가 직접 손으로 훈장이나 표창장을 준 사례가 극히 적기 때문에 김 제1비서가 왜 수산부문일꾼들을 그토록 챙기는지 알아보겠습니다.

최민석: 예, 김정은 최고 지도자가 왜 북한군 수산부문을 직접 챙기려고 하는지 알아보겠습니다. 정영기자, 이번 수산부문 열성자 회의가 북한에서 예고도 없이 불쑥 열릴 때부터 의아했었는데요, 김정은이 직접 표창장까지 전달했지요? 왜 그랬습니까,

정영: 북한에서 26일 북한군 수산부문 일군 대회가 예고 없이 소집되었는데요, 북한 매체의 보도를 직접 들어보고 넘어가시죠.

북한중앙 TV: 자랑찬 위훈을 높이 평가하시고 그들에게 당 및 국가의 표창을 수여하도록 은정 깊은 배려를 돌려주셨습니다.

우리방송에서도 방송했지만, 장성택 세력과 김정은 부하들 사이에 무력충돌이 있지 않았습니까, 장성택 숙청 발단이 수산기지에서 일어났기 때문에 김정은 제1비서가 인민군대의 먹는 문제를 직접 챙기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 수산부문 열성자 회의를 소집하고, 직접 손으로 훈장을 나눠준 것으로 보여집니다.

최민석: 그러니까, 군대가 먹는 문제를 내가 직접 챙긴다는 것을 보여주는 거군요.

정영: 김정은 제1비서가 수산업에 관심을 돌리고 있다, 장성택으로부터 빼앗은 수산기지를 인민군 군인들의 식생활 개선을 위해서 돌리고 있다는 것을 선전하기 위해 이 수산부문 열성자회의를 소집했는데요, 김정은이 장성택을 숙청한 다음 처음 찾아간 곳이 동해지구 수산부업기지거든요.

지난 여름, 김정은이 거기 가서 "배 한 척당 천 톤을 잡으면 자기가 다시 찾아오겠다"고 약속했다고 합니다. 그 약속을 지키기 위해 수산기지에 찾아갔다고 하는데, 그 창고에 보니 물고기가 한쪽에 좀 쌓여져 있긴 했습니다. 120만명에 달하는 인민군의 영양실조문제를 물고기를 통해 풀어보겠다는 의도로 보입니다.

지금 북한군의 영양실조 문제가 아주 심각합니다. 김정일 위원장 있을 때부터 누적된 영양실조 문제를 자기가 직접 풀어보겠다는 의도로 보이는데요. 그래서 지난 여름에 북한군 산하 수산기지에 어선 4척을 보내 그걸로 물고기를 많이 잡으라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최민석: 전번에 이 방송에서 박봉주 총리의 경제개발에 대해 얘기할 때 언급한 적이 있지요. 김 제1비서가 노동당 중앙위원회 청사로 불러 훈장을 주었는데, 이곳은 북한에서 최고 권력기관이 상주하는 곳 아닙니까,

정영: 김정은 제1비서가 일하는 곳이고요, 그리고 장성택 숙청을 주도한 노동당 조직지도부가 있는 곳이고, 그리고 군, 내각 등을 총괄 지휘하는 곳이 바로 이 건물이거든요.

최민석: 북한에서 최고 굵직한 권력기관이 여기에 모여있다고 보면 되겠네요.

정영: 북한의 최고 권력기관을 총 지휘하는 곳이 바로 여깁니다.

최민석: 아, 그렇군요.

정영: 김정은 제1비서가 찾아갔던 무도방어대, 사진도 많이 공개됐지요. 김정은이 쌍안경 들고 남쪽의 백령도와 연평도를 주시하고 있었는데, 그 옆에 있는 병사는 먹지 못해서 그러는지 영양실조 상태더라고요.

최민석: 김정은 제1비서가 시찰하는 군부대에 병사들을 보면 영양실조자들을 쉽게 찾아볼 수 있습니다. 자, 김 제1비서가 인민군대의 영양실조를 책임지고 추방하겠다고 했으니, 군인들의 식탁이 푸짐해지겠군요.

정영: 그건 북한의 실정을 잘 몰라서 하는 말씀인데요, 북한에서 최고사령관의 관심이 없어서 군인들이 영양실조에 걸리는 것이 아니라, 그럴 만한 사연이 있거든요.

최민석: 그럴만한 사연이라는 게 뭡니까,

정영: 왜냐면 기름이 없어요. 출항하려면 기름이 있어야 하지요, 그리고 두 번째는 어구가 없습니다. 그물을 일본이나 중국에서 사와야 합니다. 그리고 배가 낡았어요, 조그만 풍랑에도 조난을 당하고 뒤집힐 수 있습니다. 그래서 바다에서 뛰어 노는 고기떼를 보면서도 그냥 보낼 수 밖에 없었다고 어부출신 탈북자들은 말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김 제1비서가 아무리 수산기지를 내세운다고 해도 이 수산기지에서는 물고기를 잡으면 또 중국으로 수출할 수 밖에 없는 구조가 됐습니다. 왜냐면 앞서 말한 대로 북한에 기름이 없지요, 그리고 그물이 없지요. 그리고 배가 낡았기 때문에 이 모든 것을 외화를 주고 사와야 되거든요. 그렇기 때문에 물고기를 잡아서 그걸 팔아서 그 돈으로 그물이나 기름을 사다가 또 고기를 잡아야 되거든요.

최민석: 아, 그러니까, 결국 물고기를 잡아도 군인들이나 인민들이 먹는 게 아니라, 그걸 팔아서 기본적인 재료를 사야 되는 거군요.

정영: 그리고 더 중요한 것은 뭐냐 면요. 이번에 장성택 사건에서 알 수 있듯이 그가 "경제적 이권을 틀어쥐고, 국가 경제를 쥐락펴락했다"고 하지 않았습니까, 외화를 횡령했다는 건데요, 이렇게 물고기를 팔아서 외화를 번다고 해도 이게 또 소수 고위장성들의 손에 들어가게 됩니다.

외화를 보면 고위 장성들이 특별히 좋아하지요. 장성택 노동당 행정부장이 소유하고 있던 승리무역 회사라는 것이 원래 북한군 매봉회사 산하였습니다. 리영호 총참모장이 숙청될 때 장 부장이 리영호로부터 빼앗은 수산기지거든요. 그런데 또 이번에는 그걸 군부가 빼앗느라고 장성택을 쳤고요. 마찬가지로 군부가 좀 하다가 보면 군부장성들이 외화를 가지고 또 농간을 하는 것을 누가 보고 또 찌르면 군부 장성이 숙청될 거구요. 이렇게 악순환이 이어지는 것입니다.

최민석: 현대 사회에서 보기 힘든 먹이사슬 관계거군요. 먹고 먹히는 관계, 이번에 내가 먹으면 다음에는 내가 누구에게 먹힐지 모르는, 그러니까, 장성택 사건도 결국 군부가 장성택에게 뺏겼던 수산기지를 다시 찾아오는 '복수극'이라고 볼 수 있겠군요.

정영: 당시 김정은 제1비서가 군대의 영양실조가 심하니까, 좀 넘겨주라고 지시했는데, 장 부장이 외화벌이 이권을 가져온 지 얼마 안 되는데, 또 넘겨주면 말도 안되니까, 좀 유보했겠지요. 그러다 보니까, 150여명의 방어대원들이 무장을 들고 장성택 수산기지를 들이쳤고요. 거기에 장성택 수산기지 사람들은 "이거 안 된다"고 방어하다가 싸움이 붙은 거라고 봅니다.

그러니까, 군부가 화가 나서 최룡해 총정치국장에게 보고했고, 최룡해는 그걸 김정은 제1비서에게 보고했고, 그래서 '인민군대가 맞았다', '김정은 최고사령관의 군대가 맞았다'고 하니까, 김정은이 노동당 중앙위원회 부부장 두 명이 처형하고, 고모부 장성택까지 처형하는 유례없는 사건을 벌인 것입니다.

최민석: 그러니까, 쉽게 보면 권력과 이권다툼이었군요. 120만 명 군대의 영양실조 문제를 물고기만 가지고 풀 수 없지요. 자원은 제한되어 있는 북한에서 당과 군부가 이권을 가지고 다툼을 벌이고 있습니다. 김정은 제1비서는 오늘은 아랫돌 뽑아 웃돌 고이고, 내일은 웃돌 뽑아 아랫돌 고이는 식으로 일하고 있습니다.

정영기자 수고했습니다. 청취자 여러분 다음 시간에 뵙겠습니다. 안녕히 계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