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민석: 북한에 계시는 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한 주간 북한 선전매체의 보도 내용을 다시 한번 뒤집어보는 '북한언론의 겉과 속' 시간입니다. 오늘 진행을 맡은 최민석입니다. 오늘도 정영기자와 함께 합니다. 정영기자, 오늘 우리는 어떤 주제로 이야기를 나눠볼까요?
정영: 연말 연시를 맞아 북한 중앙 텔레비전이 북한군의 '속도전' 실태를 담은 영상을 공개했습니다. 이 영상에는 수십 명의 병사들이 개울물에 들어가 '인간다리'를 놓고, 그 위로 흙을 나르는 장면을 공개했는데요, 과거 노예사회를 방불케 해 보는 사람들의 마음을 아프게 했습니다.
북한군이 김정은 노동당 제1비서의 명령을 절대복종하고 있다는 걸 보여주는 영상인데요, 이제 30대의 김정은의 현실성 없는 지시에 120만명의 군인들의 인권이 유린되고 있습니다. 오늘은 이에 관해 이야기 해보겠습니다.
최민석: 정영기자, 저도 물에 빠져 인간다리를 만들고 있는 북한군을 보는 순간 마음이 먹먹하더라고요. 그 관련 영상을 다시 한번 소개시켜 주시죠.
정영: 북한 텔레비전이 연말연시를 맞아 김정은 명령에 절대 복종한다는 북한군인들의 영상을 공개했습니다. 직접 보시겠습니다.
한국 KBS녹취: 그런데 개울에 놓인 다리를 자세히 보니, 군인들이 물속에 들어가 만든 '인간다리'입니다. (북한중앙TV) 천만 장병들이 한 목소리로 외치는 심장의 구호, 조국과 인민을 위하여 복무함…
한 10명 남짓한 군인들이 깊이가 1m가량 되는 개울에 뛰어들어 양 옆에 서서 나무 상판을 어깨에 메고 다리를 형성합니다. 그러자, 그 위로 맞들이(들것)에 흙을 가득 담아 든 군인들이 뛰어서 건너 가는데요, 소위 '인간다리'입니다.
그런데 물에서 나무상판을 떠메고 있는 인민군 병사들의 인상을 보니 안쓰럽습니다. 어떤 군인은 몸이 아픈지 얼굴을 잔뜩 찡그리고 있고, 또 어떤 군인은 우는 듯한 모습도 비쳤습니다.
또 다른 장면에서는 군인들이 영하 20도가 넘는 강추위에도 불구하고, 곡괭이로 언 땅을 까내는데요, 혹한에 언 땅을 까봐야 얼마나 까겠냐 만은 북한 군인들은 속도전, 단숨에 공격정신을 외치고 있습니다.
최민석: 북한에서 지난해 건설되었다는 백두산 발전소나, 나선시 홍수피해복구 전투가 다 이런식으로 진행됐겠지요?
정영: 여성들도 맨손으로 바위 돌을 굴리고, 인민군 병사들이 홍수 속으로 뛰어들고 있는데요, 한국이나 미국에서는 여성들이 중노동에 종사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습니까,
최민석: 이런 경우가 드물지요. 여성들이 참가한다고 해도 중장비가 일하지, 사람들이 막 저렇게 일하지 않지요.
정영: 그런데 인민군 군인들이 사품치는 물속으로 뛰어드는 데 아마 인명피해가 적지 않게 발생할 것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북한매체는 사건사고 소식을 보도하지 않기 때문에 우리가 이렇게 간접적으로나마 인민군의 인권실태를 보도해 드리는 겁니다.
최민석: 군대니까, 어렵고 힘든 분야에 투입되는 것은 이해되는데, 북한군인들은 13년 군복무기간 저렇게 죽도록 일만 하는 거군요.
정영: 요즘 30대의 나이에 120만 군대를 거느린 김정은이 신바람이 났습니다. 할아버지, 아버지뻘 되는 군장성들도 말을 안 들으면 하루 아침에 날려보내고, 뭐든 생각나 시키면 인민군대가 다 하니까요,
예를 들어 스위스 유학시절 보았던 젓소 떼 생각이 나서 방목지를 조성하라고 하면, 수만 명의 군대들이 세포등판으로 달려가서 방목지를 만듭니다.
그리고 스위스에서 탔던 스키장이 생각나서 건설하라고 하면 10만명이 동원되어 마식령스키장을 만듭니다.
또 나선 지방에 홍수가 쏟아져 민심이 좀 나빠질 것 같으면 살림집을 지우라고 시키는데, 그러면 10만명이 동원되어 날림식으로 집을 짓습니다.
최민석: 저는 궁금해요. 건설현장이나 피해복구 현장에 투입되는 군인들이 얼마나 많은 피해를 당하는지, 이게 전혀 보도가 전혀 되지 않지요.
정영: 한 개 소대, 한 개 중대가 통째로 사망해도 어디서 보도를 해주지 않기 때문에 묻혀버리고 맙니다. 그리고 북한 군인들 속에서도 반항이나 항거의 표시가 없다는 거죠.
최민석: 그렇군요. 30대의 젊은 나이에 엄청난 권력을 움켜쥔 것이군요.
정영: 김정은은 집권 4년동안 130여명의 당과 군대 내각의 고위 간부들을 숙청했습니다. 남한 통일부가 지난 해 말에 발표한 북한간부 인명사전에 따르면 70%이상 고위층 간부들이 교체되었습니다.
최민석: 대단합니다. 70% 북한 고위급 간부면 차관급 간부 70%가 숙청됐다는 건데 대단합니다. 그러니까, 김정일을 따르던 간부들은 다 없어졌다고 봐도 되겠군요.
정영: 인민군대 장성들도 숙청될 까봐 쩔쩔맵니다. 얼마 전에 김정은과 군 장성들간의 관계를 적나라하게 보여준 북한 텔레비전 영상이 공개되었는데요,
작년 11월에 진행된 군사교육일꾼 대회가 열릴 때였습니다. 주석단에 먼저 앉은 김정은이 옆에 서있는 박영식 인민무력부장에게 앉으라고 손짓합니다. 그러자, 박영식은 선뜻 앉지 못하고 앞에 서 있는 황병서 총정치국장의 얼굴을 쳐다봅니다. 그러자, 김정은이 다시 황병서에게 앉으라고 손짓하자, 황병서는 어색하게 거수경레를 하고 자리에 앉습니다. 그제서야 박영식도 자리를 앉게 되는데요, 북한권부의 실태를 압축적으로 보여준 사진이라고 평가됐습니다.
최민석: 저런 권위주의적인 독재 권력은 미국이나 남한에서는 꿈도 꾸지 못하지요.
정영: 인민군 군인들이 저렇게 노역장에서 혹사 당하는 것은 인민군 장성들이 맹목적으로 충성하는 것, 이게 진짜 충성이 아니거든요. 겉으로 사탕발림이고 눈속임이거든요. 김정은은 노동당 7차대회를 맞아 자기 치적을 선전하기 위해 또 대대적인 공사를 펼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최민석: 북한에서는 노동력이 공짜나 다름없기 때문이지요. 하지만, 언제까지나 저렇게 노예처럼 살겠습니까,
정영: 현재 김정은에게 뭐라고 바른말을 할 사람도 없습니다. 감시조직이 촘촘하게 주시하고 있기 때문에 잘못 행동하면 김정은에 대한 '불경죄'로 걸려 처형되기 때문에 북한 간부들은 무조건 복종하고, 눈치보기로 일관하고 있습니다.
최민석: 그런데 문제는 이렇게 절대 복종하다 보면 독재자의 기고만장이 나옵니다. 무엇이나 다 제 마음대로 하겠다는 욕망이 나오는 거죠.
정영: 그렇지 않아도 김 제1비서는 현실성이 떨어지는 지시를 반복하고 있다고 하는데요, 김정은 제1비서는 공포통치를 강화하면서 당 간부들에게 "내가 벽을 문이라고 하면 열고 들어가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황당한 지시를 하고 있다고 하는데요, 이러한 발언은 북한 텔레비전에서도 그대로 드러났습니다. 한번 들어보겠습니다.
북한중앙TV: 건설에서 '조선속도'를 창조해야 합니다. 인민군대는 최고사령관이 바다를 메우라고 하면 바다를 메우고, 산을 떠 옮기라고 하면 산을 떠 옮겨야 합니다.
최민석: 그러면 바다를 막으라면 그냥 막지요?
정영: 김씨 일가는 "이 세상에 우리 인민처럼 좋은 인민은 없다"고 입버릇처럼 말했습니다.
최민석: 반항을 안 하니까요……
정영: 인민들이 진짜, 반항할 줄 모르고 일하고도 보수를 달라고 말 한마디 못하니 김씨 일가의 입장에서는 얼마나 좋겠습니까, 하지만, 이제는 외부 사회 소식이 점차 들어가면서 북한 주민들도 일한 것만큼 받겠다는 노동의 대가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고 합니다.
최민석: 바로 김정은 제1비서가 무조건 복종을 강요하고, 현실성이 없는 황당한 지시를 내리면서 수많은 인민군대가 노역을 하고 있습니다. 인민군대 장병들도 자신의 인권이 얼마나 소중한지를 돌이켜 보는 새해가 되었으면 합니다. 정영기자, 오늘 수고했습니다. 청취자 여러분 다음 시간에 다시 뵙겠습니다. 안녕히 계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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