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주간 북한 언론매체의 보도 내용을 뒤집어보는 '북한 언론의 겉과 속' 시간입니다.
- 요즘 북한 매체들이 지도자의 능력과 나이에 관한 이야기를 많이 하고 있습니다. 즉 고 김일성 주석과 고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10대, 20대의 나이에 혁명에 나섰다면서 "지도자의 영도력은 나이와 상관이 없다"는 점을 애써 강조하고 있습니다.
- 민족최대의 명절인 음력설을 맞아 북한에서도 새 지도자 김정은의 지시로 설명절을 즐겼다고 조총련 기관지 '조선신보'가 밝혔습니다. 한 지맥으로 이어진 남과 북의 설풍경을 비교해봅니다.
이상 북한 매체의 보도내용을 중심으로 알아보겠습니다.
첫 번째 주젭니다.
지난 20일 북한 웹사이트 우리민족끼리는 '조선의 태양은 영원하다'는 제목의 글에서 "보통 사람들 같으면 자신의 인생도 생각하기 어려운 10대 중반에 수령님께서는 벌써 장구한 혁명의 길에 올랐다"면서 해방 후 조국에 개선했을 때도 30대 초반이었다고 언급했습니다.
또, 고 김정일 위원장의 경우, "10대의 젊은 나이에 선군혁명의 길에 올랐다"며 김 씨 혈통의 선친들의 나이가 젊었다는 점을 상기시켰습니다.
이는 현재 20대의 나이에 최고 지도자에 오른 김정은의 나이가 결코 어리지 않다는 점을 합리화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되고 있습니다.
단순히 수령의 자식이기 때문에 최고 지도자의 자리에 올랐다는 내부 주민들의 불신도 해소시켜야 하는 마당에 북한 매체들은 이제 겨우 20대인 김정은에게 '어버이'라는 과분한 칭호까지 남발하고 있습니다.
이제 북한 지도부의 앞에는 김정은의 진짜 나이를 공개해야 할 일이 남았습니다. 그를 새로운 지도자로 우상화 하려면 우선 생일을 공개하고, 달력에도 빨간 색을 칠해야 하고, 그의 혁명력사도 연대별로 정리해 학생들에게 달달 외우게 해야 합니다.
그러자면, 김정은의 가장 미스터리인 나이가 문제될 것으로 점쳐지고 있습니다. 원래 김정은의 나이가 하도 오락가락해 북한 전문가들도 정확한 나이를 계산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에 관한 한국언론의 보도 내용을 잠시 들어보겠습니다.
(연합뉴스)
“당장 나이부터 오락가락합니다. 김 위원장과 고영희 사이에서 태어난 그는 1983년 1월8일에 태어난 것으로 알려져 왔습니다. 우리 당국은 1983년 외에도 1982년, 1984년에 태어났다는 설이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외국 고위 인사들과 접촉한 북한 당국자들은 김정은의 생일을 1982년이라고 주장하고 있는데, 일부러 조작한 것이라는 해석도 있습니다.”
북한이 이른바 강성대국 원년으로 삼은 2012년에 할아버지 김일성 주석의 탄생 100주년, 부친 김 위원장의 출생 70주년에 맞춰 김정은의 나이도 30세로 맞추기 위해 일부러 조작했다고 보는 것입니다.
하지만, 북한 내부에서는 김정은의 나이가 올해 33살이라는 주장도 나오고 있습니다. 북한내부 소식을 외부에 전하고 있는 인터넷 신문인 ‘데일리NK’는 최근 중국에 나온 중국 화교의 말을 인용해 “북한 주민들 속에서 김정은의 나이가 올해 33살이라는 소문이 돌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이 소식이 알려지자, “그럼 김정은이 한 해에 세 살씩 나이를 먹는가”는 우스개 소리도 나오고 있습니다.
김일성이 당시 항일투쟁을 한다고 다닐 때는 대부분이 10~20대의 청년들이어서 함께 어울리기에는 나이가 부담이 없었습니다. 김정일도 아버지가 옆에서 20년 이상 공동 통치해주었기 때문에 비록 20대, 30대에 권력 지반을 닦는 데는 나이가 문제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현재 김정은의 나이는 20대, 지난 당대표자회에서 김정은을 보좌하기 위해 권력핵심부에 진입한 간부들의 나이는 대부분 70~80대 노인들입니다.
먼저 당중앙위원회 정치국 상무위원들인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회 위원장은 올해 나이가 87세, 최영림 내각총리는 82세입니다. 군부를 이끄는 3인방인 이영호 총참모장은 70세, 김영춘 인민무력부장은 80세, 김정각 총정치국 제1부국장의 나이는 72세입니다. 나이로 볼 때는 모두 김정은의 할아버지 격입니다.
그 중에서 젊었다고 하는 최룡해 노동당 근로단체 비서도 환갑을 넘었고, 고모부인 장성택 국방위원회 부위원장도 올해 나이가 67세입니다. 과연 이런 노병들과 김정은이 의사가 통할지가 문제입니다.
이제 김정은의 앞에는 이처럼 나이 많은 원로 간부들을 어떻게 퇴진시키고, 자기와 같은 젊은 사람들로 어떻게 권력지반을 닦을지 많은 숙제가 남아 있습니다.
28살의 어린 나이에 북한의 최고 지위에 오른 김정은. 그가 아버지의 추도 기간 내내 눈물을 흘린 것도 후계수업을 제대로 못 받은 자기에게 지워진 짐이 너무 크기 때문일 거라고 한국 전문가들은 평가하고 있습니다.
판이한 남과 북의 음력설 풍경
다음 주제입니다. 지난 음력설을 맞아 북한이 설명절을 쇠도록 주민들에게 허락을 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북한의 입장을 대변하는 조총련 기관지 조선신보는 24일 “올해 음력설 민속놀이를 하지 않으려고 계획했지만, 김정은 최고사령관이 민속놀이를 성황리에 진행하라고 지시했다”고 음력설 행사가 진행된 사연을 전했습니다.
이에 따라 북한 주민들은 고 김정일 위원장의 초상화에 찾아가 추모하고, 아이들은 제기차기, 연놀이 등 민속놀이를 즐겼다고 조선신보는 전했습니다.
그러면 한 지맥으로 이어진 남녘의 설 풍경은 어땠을까요?
비록 지나간 명절이지만, 우선 한국에서는 음력설이 민족최대의 명절로 꼽힙니다. 북한에서 민족최대의 명절이 김일성, 김정일의 생일이라면 남한에선 구정이나 추석이 민족최대의 명절입니다.
한국에서 음력설 하면, 우선 고향으로 내려가는 차량들로 전국의 도로가 꽉 찹니다. 21일 음력설이 시작되면서 서울에서 지방으로 내려가는 고속도 도로마다 자동차가 넘쳤습니다.
이에 관한 한국 언론의 보도입니다.
(KBS)
“이른 아침부터 고향으로 향하는 차량이 늘면서 정체는 더욱 심해지고 있습니다. 먼저 서해안 고속도로 비봉 부근입니다. 21일 하루만 해도 39만대의 차량이 빠져나가면서 정체가 최고조에 이를 것으로 보입니다”
명절 때가 되면 가정마다 설음식을 차려놓고 조상에게 차례를 지냅니다. 그런데 음식이 너무 많이 남아 음식물 쓰레기 때문에 고민이 많습니다. 그래서 나라에서는 음식을 적게 하자고 아무리 광고해도 이를 지키기가 어렵습니다.
그래서 올해는 정부에서 음식 쓰레기를 줄이고 남은 음식으로 새로운 요리를 만들자는 행사까지 마련했다고 하는데요, 한국 언론에 소개된 내용을 들어보겠습니다.
(KBS)
“나물과 갈비찜, 잡채와 각종 전까지... 하나둘씩 차려지는 설음식은 20가지에 이릅니다. 명절 음식은 평소보다 훨씬 늘어나고, 남는 음식도 많게 됩니다. 이처럼 남는 음식을 활용해서 버리는 양을 줄이는 50가지의 새 요리법이 선을 보였습니다.”
한국에서는 음력설날에 민속놀이 풍경도 빼놓을 수 없는데요, 서울 도심 한 가운데서도 구성진 풍악소리가 들려오고, 서울광장에서는 팽이 치는 아이들과 윳놀이 하는 이웃들을 볼 수가 있습니다.
이번 음력설에는 중국인들까지 찾아와 분위기를 돋구웠습니다. 한국의 명소로 소문난 제주도에는 이번 설 연휴기간 1만 7천명의 중국인 관광객들이 몰려들었습니다. 이렇게 한국에는 국내 주민들은 물론, 외국에서 관광객들까지 찾아와 정말 명절다운 명절을 쇠었습니다.
북한에서도 이번 설 명절에 매 가정에 3~5일분 배급을 주었다는 이야기가 들려옵니다.
한 평양출신의 탈북자는 원래 북한에서 신년 명절을 쇠었지만, 2000년 중반에 김정일 위원장이 “우리 인민들은 원래 신정보다 구정(음력설)을 크게 쇠었다”면서 3일 동안 쉬게 했다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그 3일 중 음력설 당일에는 공장, 기업소에 반강제적으로 동원되어 윳놀이와 장기 등 민속놀이를 해야 했다고 이 탈북자는 말했습니다. 더구나 음력설날 먹을 것이 없어 주민들은 명절 그 자체가 고통이었다고 그는 걱정했다는 것입니다.
이번 설 명절에 개성공업지구에 나가있는 남측기업들이 북한 근로자들에게 설 상품을 주고 싶어도 주지 못해 아쉬웠다는 한국 언론의 보도도 있었습니다.
한국 제품을 선물로 주면 북한 장마당에 흘러나갈까 봐 북한당국이 찬성하지 않아 주지 못했다는 데요.
민속명절에도 이념문제가 발목을 잡고 있는 남과 북의 슬픈 현실이 아닐 수 없습니다.
하루 빨리 북한 근로자들도 남쪽 주민들과 함께 풍성한 설명절 음식을 함께 나누는 그런 날을 기대해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