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불호령에 떠는 노 장성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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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민석: 북한에 계시는 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한 주간 북한 선전매체의 보도 내용을 다시 한번 뒤집어보는 '북한언론 뒤집어보기' 시간입니다. 이 시간 진행을 맡은 최민석입니다. 오늘도 정영기자와 함께 합니다. 정영기자, 오늘 나눌 주제는 무엇입니까?

정영: 노동신문 27일자에 김정은 국방위원장 제1위원장의 참관 하에 진행된 북한군 동계도하공격훈련 사진이 대문짝만하게 났습니다. 이렇게 엄동설한에 김정은 제1위원장이 훈련장에 나온 것은 미국 대통령과 코미디 영화 '인터뷰' DVD를 북한에 살포하겠다는 탈북자 단체를 협박하려는 것으로 보이는데요, 60대의 노인 장군들인 황병서 총정치국장과 현영철 인민무력부장이 탱크에 올라 추위에 떨고 있습니다. 그래서 오늘 시간에는 북한이 이처럼 강경하게 나오는 지 속내를 한번 알아보겠습니다.

최민석: 예, 김정은 노동당 제1비서가 새해 벽두부터 비행기 훈련을 참관한다, 서부전선 부대의 강 도하 훈련까지 참관한다고 하는데 왜 이렇게 화가 난 겁니까?

정영: 노동신문의 보도내용을 보면 김정은의 이번 훈련 참관은 "미국과 삐라 살포"에 맞추어진 것으로 보입니다. 더 정확히 말하자면 오바마 미국대통령과 탈북자 단체인 북한자유연합의 삐라살포에 발끈한 것으로 보입니다. 북한 중앙텔레비전의 보도를 한번 들어보겠습니다.

"경애하는 최고 사령관 동지께서 겨울철 도하 공격연습을 조직 지도하시였습니다"

이번 훈련에는 황병서 군 총정치국장, 현영철 인민무력부장, 리영길 총참모장 등 군 수뇌부가 총출동했는데요, 황병서와 현영철은 자행포와 장갑차를 타고 있는데, 이 사람들은 올해 66세인데요, 보기에 좀 안쓰러웠습니다.

최민석: 아니 왜요? 군대라면 저렇게 장갑차를 타고 나가는 걸 보면 보기 좋지 않습니까,

정영: 자, 이사진을 보세요. 이 표정을 보면 현영철 부장의 모습인데, 억지로 끌려 나온 듯한 모습인데요, 나이 66세면 손자들을 거느리고 따뜻한 아랫목에 있어야 할 나이인데, 영하 10도가 넘는 엄동설한에 차디찬 철갑 위에 올라타고 간다는 게 어디 쉽습니까, 현영철 부장의 얼굴을 보면 찬 바람을 맞받아 나가느라고 그런지 얼굴이 일그러져 보입니다. 그리고 황병서 국장은 자행포 안장에 몸을 잔뜩 움츠리고 앉아있습니다. 표정도 별로 밝아 보이지 않습니다.

최민석: 자 이 분들 표정관리를 제대로 못했다고 또 김정은한테서 숙청 당하는 거 아닙니까,

정영: 이제 나이가 30대 초반인 김정은 앞에서 이렇게 과도한 충성을 부려야 하는 북한 노인장군들의 입장도 난처할 것 같은데요, 사실상 군사훈련은 젊은 사람들이 하고 노장들은 뒤에서 지도를 해야 하는데 김정은은 자기가 모독 당했다고 잔뜩 독이 올랐기 때문에 노인 장군들은 어떻게든 발을 맞춰야 하는 입장입니다. 그렇지 않으면 장성택이나 변인선처럼 숙청당할 수 있습니다.

최민석: 참 자기 아들뻘 되는 최고사령관을 모시기가 조련치 않을 것 같습니다. 그런데 왜 북한이 이처럼 새해 벽두부터 군사훈련을 벌이는 것입니까,

정영: 이번 군사훈련은 동계훈련의 일환인데요, 문제는 김정은이 직접 현장에 나가서 지도한다는 것입니다. 김정일 때는 이런 현상이 좀처럼 공개되지 않았는데요, 김정은은 나이가 젊어서 그런지 외부 반응에도 아주 민감하고, 또 총포탄이 터지는 현장을 자주 찾고 있습니다.

김정은이 이처럼 군사훈련장에 자주 나가는 것은 오바마 대통령과 미국 코미디 영화 '인터뷰'를 북한 내부로 날려보내겠다는 탈북자 단체 때문인데요.

노동신문은 27일 보도에서 "사회주의 제도를 붕괴시킬 야망을 노골적으로 씨벌인 불구대천의 원수 날강도 미제"와 "특대형 범죄행위를 또다시 감행한 인간추물들에 대한 분노가 치솟고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최민석: 그렇군요. 그러면 오바마 대통령이 어떻게 했길래 북한 김정은이 저렇게 흥분되었습니까,

정영: 오바마 대통령은 최근 세계적 동영상 웹사이트 '유트뷰' 제작진과 만나 북한이 곧 붕괴될 것이라는 독설을 제시했지요. 한국언론 보도를 한번 들어보겠습니다.

YTN 보도 녹취: 북한 문제에 대해 오바마 대통령은 북한이 지구상에서 가장 고립되고 가장 제재를 많이 받는 나라로 규정하면서 결국 붕괴될 것이라는 독설을 제기했습니다.

최민석: 그러면 오바마 대통령이 저렇게 화가 난 이유는 무엇인가요,

정영: 오바마 대통령이 북한을 나쁘게 보는 이유, 원래 북한과 관계개선을 하려고 했지요. 그런데 북한이 지금까지 비핵화 약속을 했다가도 깨고, 극단적인 정치범 수용소를 운영하는 인권탄압국이라는 배경도 있지만, 사실 최근 들어서는 영화 '인터뷰' 이후에 더 악화되었습니다.

미국에서는 영화가 문화의 한 부분이 아닙니까, 미국 정부가 영화 찍는 것을 통제하거나 말릴 상황은 아닌데도, 북한은 미국 정부를 걸고 들고 있습니다. 북한은 소니 픽처스 영화사를 해킹 공격해 사실상 미국이 외부로부터 사이버 테러를 당하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습니다.

그래서 오바마 대통령이 북한이 소행으로 발표하자, 북한은 오바마 대통령을 원숭이에 비하하면서 격렬한 인신공격을 했습니다.

이 내용도 한번 들어보겠습니다.

YTN보도 녹취: 북한은 거세게 반발했습니다. 최고권력기관인 국방위원회 담화를 통해 오바마 대통령을 열대 수림에서 서식하는 원숭이라고 지칭하는 등 원색적인 비난을 쏟아냈습니다.

최민석: 미국에서는 인종차별은 정말 허용이 안 되는 국가인데, 북한 권력 최고기관이 미국의 국가 원수를 원숭이에 비유했으니 미국인들이 그걸 받아들일 수 없는 거죠.

정영: 북한은 독재국가이기 때문에 국가의 모든 행정, 정치나, 경제나 문화나 다 대통령이 관할할 수 있다고 오인하는 데서부터 이런 착오가 자주 생기고 있습니다. 영화는 영화제작사가 만드는 것인데, 북한은 오바마 대통령을 걸고 들면서 인신공격했다는 거죠. 오죽했으면 오바마 대통령에게 두 딸이 있는데 그 딸들은 북한이 '원숭이'라고 했다는 뉴스를 듣고 울었다는 이야기도 있습니다.

최민석: 그렇지요. 오바마 대통령의 아버지는 아프리카 출신이지요. 출신 뿌리를 자꾸 들먹이면서 비난하는 것은 정상적인 국가가 할 일은 아니지요. 자, 그런데 저렇게 북한이 자꾸 전쟁연습에 매달리는데, 과연 전쟁을 수행할 능력은 있습니까,

정영: 지금 북한은 겉으로는 세보이지만, 내부는 아주 열악합니다. 몇 달째 전기가 오지 않아서 주민세대에 전력공급이 중단되고, 평양시도 며칠째 암흑세상입니다. 공장이 돌지 못하고 있습니다. 1열차 2열차 등 주요 열차들도 운행되지 못합니다. 북한군은 굶주림에 허덕이고, 연유창고 마다 물을 채워 넣어 기름이 얼마나 되는지 조차 모릅니다. 저렇게 60대의 노장군들을 탱크에 올려놓고 뛰게 하니까, 전투원들의 사기도 떨어졌습니다.

북한군은 현재 기름이 없어서 비행사들도 모형 비행기를 들고 가짜 모의 훈련을 하고 있는데요, 그러니 김정은의 군사훈련 지도는 '보여주기 위한 쇼'에 불과합니다.

최민석: 저도 북한군 비행사들이 장난감 모형비행기를 들고 모의 훈련한다고 뛰어다니는 모습을 봤는데 정말 한국의 70년대 수준입니다.

최민석: 김정은 제1위원장은 자기를 풍자하는 영화를 만들었다고 새해벽두부터 군대들을 동원시키고 있는데, 이는 지도자의 현명한 처사가 아니라고 봅니다. 북한 내부 살림살이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알고나 전쟁놀이를 하는 게 맞지 않나 싶습니다. 정영기자 수고했습니다. 여러분 다음 시간 다시 뵈겠습니다. 안녕히 계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