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구차한 전력난 변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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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민석: 북한에 계시는 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한 주간 북한 선전매체의 보도 내용을 다시 한번 뒤집어보는 ‘북한언론 뒤집어보기’ 시간입니다. 이 시간 진행을 맡은 최민석입니다. 오늘도 정영기자와 함께 합니다. 정영기자, 오늘 나눌 주제는 무엇입니까?

정영: 최근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이 암흑에 잠긴 북한을 미화하는 정론을 실었습니다. 3일자 노동신문은 “눈앞에 있다”는 글에서 최근 인공위성에 찍힌 북한 야경 사진을 미화하면서, “위성사진이 어둡다고 속단하지 말라”고 강변했습니다. 비록 전깃불이 없어도 우습게 보지 말라는 뜻인데요, 그래서 오늘 시간에는 북한의 전력상황을 알아보는 시간을 가져보겠습니다.

최민석: 예, 북한도 자기네가 전깃불이 없다는 걸 인정한 모양새입니다. 정영기자, 노동신문에 어떤 글이 실렸습니까,

정영: 노동신문 3일자 정론을 한번 보시겠습니다. “적들은 불빛이 적은 우리의 도시들을 위성사진으로 언뜻 보고도 손뼉을 치며 떠들석 하지만, 사회의 본질은 현란한 불빛에 있는 것이 아니다”라고 강변했습니다.

외부 세계에 대고는 캄캄한 자기네 세계에도 뭔가 있다, 약동하는 기운이 있다고 강변하는 것 같고요, 그리고 전깃불을 보지 못하고 사는 주민들에게는 김정은만 따라가면 잘 살날이 온다고 달래는 것입니다.

노동신문 정론은 노동신문 글 가운데 제일 비중있는 글인데요, 보통 당정책을 설명하거나, 최고 지도자에 대한 우상화 글로 평가됩니다.

최민석: 지금 북한 전력사정은 어떻습니까,

정영: 현재 북한의 전력사정이 아주 심각합니다. 평양-혜산행, 평양 청진행 등 주요노선 열차들이 열흘에 한번씩 겨우 다닙니다. 평양-신의주행 열차는 5시간 거리인데도, 한 주일 이상 걸린다고 합니다. 다행히 외국인들을 태우고 다니는 국제열차인 평양-베이징행 열차는 내연기관차로 겨우 다니는 수준인데, 가격은 미화 30달러를 내야 합니다.

그리고 인공위성 사진에도 나타났지만, 평양에 불빛이 한 점 보이긴 하는데요, 여기가 바로 중구역 일대입니다. 김일성 동상이 있는 곳이지요. 그런데 중구역 일대를 제외하고 다른 지역은 닷새 동안 불을 주지 못하는 상황입니다. 그리고 평양시 전기공급이 안되어 무궤도전차도 다 멎었습니다. 아파트마다 전기가 없어 낙랑거리 일대 아파트는 40층까지 걸어 다니고, 식수가 나오지 않아 물을 팔러 다니는 자동차가 등장했습니다.

최민석: 북한도 지상낙원을 건설한다고 해놓고 어쩌다가 이런 지경까지 되었습니까,

정영: 원래 사회주의 혁명을 수행한 소련의 레닌이 했던 말이 있습니다. 소베트에 전기를 합하면 공산주의가 된다고 했습니다. 레닌이 말한 전기는 여기서 경제를 뜻하는데요, 소베트 정권, 즉 인민정권에 경제가 받침 되면 공산주의가 된다고 말한 거지요. 하지만, 북한은 지금 등잔불 시대로 되돌아갔습니다.

북한 노동신문은 “사회의 본질은 현란한 불빛에 있는 것이 아니다”고 강변하기도 했는데요, 이 말은 비록 지금 불을 환하게 보지 못하지만, 앞으로 미래가 있다는 억지 주장입니다.

그 실례로 김정은 시대 들어 지어진 건축물을 자랑하기도 했는데요, 평양육아원, 위성과학자 주택지구, 문수물놀이장 등 김정은 시대 들어 건설된 건축물들을 나열하면서 “조선은 확고부동하게 행복의 궤도에 들어섰다”고 주장했습니다.

최민석: 나라에 전기가 없는데 그 육아원이나 위성과학자 주택지구에 난방은 무엇으로 보장합니까,

정영: 평양 주민들에 따르면 평양시 다른 지역은 정전될지라도 김정은이 다녀간 건물이나 놀이시설에는 24시간 전기를 준다고 합니다. 북한이 주장하는 것은 현재 김정은이 젊으니까, 앞으로 좀 더 고생하면 잘 살 수 있다고 달래는 겁니다. 이런 수법은 김일성 김정일이 때부터 써오던 것인데요, “조금만 더 고생하면 사회주의 공산주의가 건설되어 잘살게 된다”고 주민들을 기만하면서 지금까지 왔습니다. 90년대 중반에 사망한 주민들은 열심히 공동노동을 하면 공산주의가 올 거라고 철석같이 믿었다가 굶어 죽은 것입니다.

대신 미국이나 한국에서는 거리에서 밤에 자동차 전조등을 켜지 않고 달릴 만큼 전기가 많습니다. 제가 미국에서 겪었던 일화가 하나 있습니다. 제가 미국에 온지 1년만에 경찰에 단속된 적이 있습니다. 제가 거리의 도로를 달리는 데 경찰이 따라와서 차를 세우라고 하는 겁니다. 그래서 세워보니 경찰이 “왜 불을 켜지 않았는가?”라고 물었습니다. 그때에야 저는 내가 전조등을 켜지 않고 1마일 정도를 달려온 걸 알았습니다. 저는 몰랐다고 하자, 경찰은 내 사정을 듣지 않고 딱지를 끊어주는 것이었습니다. 그 티켓이 60달러인가 그랬습니다.

최민석: 제일 적은 것을 끊으셨네요.

정영: 저는 억울해서 재판장까지 가서 그것을 해결했습니다. (어떻게 되었습니까) 판사에게 이야기 해서 다행히 벌금을 내지 않았는데, 경고는 받았습니다. 불을 무조건 켜고 달려야 한다고요.

최민석: 청취자 여러분들은 아마 무슨 말인지 잘 모를 것 같습니다.

정영: 미국 거리는 가로등이 너무 환해서 운전자들이 불을 켰는지 안 켰는지 착각하는 상황이라는 소립니다. 경찰 입장에서는 내가 전조등을 켜지 않고 달리면 차 사고가 날 것을 우려했겠지요. 그런데 북한에서 90년대 이후 태어난 세대는 전깃불을 잘 모릅니다.

최민석: 제가 많이 궁금해했습니다. 평양에도 전기가 들어오지 않는 지역이 나눠져 있지 않습니까, 그런데 거기서 태어난 아이들은 전기라는 것을 모르는 겁니까,

정영: 90년대 이후에 태어난 세대가 지금25살 정도 되는데요, 이 친구들은 천정에 매달린 전등을 보고 아마 이렇게 생각할겁니다. “저건 원래부터 불이 안 오는 장식등이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최민석: 그렇지요. 어려서부터 계속 봐왔지만, 불이 들어온 적은 없으니까요. 참, 시대의 유감입니다.

정영: 이렇게 20년이 넘도록 전기 문제를 풀지 못하고 암흑세상에서 살게 하면서도 북한은 그게 당연하다는 듯이 변명을 늘어놓고 있습니다.

최민석: 그러면 남과 북의 전력상황에 대한 이야기를 좀 해주시죠.

정영: 남한 통계청이 2014년 말에 발표한 ‘2014 북한의 주요통계지표’에 따르면 2013년 기준으로 북한의 발전설비 용량은 724만3000㎾로, 남한의 용량은 8천696만9천㎾이었습니다. 남한이 북한에 비해 12배나 큽니다.

게다가 북한에는 수력발전소 비중이 높아서요. 지난해처럼 가뭄이 들면 전력부족사태가 발생하는 것입니다. 또 북한에서 심각한 문제는 전력의 도중손실인데요. 생산된 전기가 목적지까지 운반되는 과정에 20~30%가 손실된다고 합니다.

최민석: 전력이 발전소에서 필요한 곳까지 가는 과정에 많이 유실되는 거군요.

정영: 청취자 분들도 보시겠지만, 송전탑, 절연 애자, 변압기 등에서 전기도중 손실이 많은데, 얼마 전에 북한은 러시아에 전력 송전망을 교체해달라고 요청했다고 합니다.

최민석: 이제는 중국에서 러시아로 완전히 바꿔 탔군요.

정영: 북한이 중국과의 관계가 냉랭해지니까 지금 러시아에 자꾸 손을 내밀지 않습니까, 그런데 러시아도 요즘 유가폭락으로 인해 죽을 지경입니다. 러시아도 우크라이나 문제로 인해 고립된 상태여서 같이 갈 수 있는 나라는 그래도 북한밖에 없다는 생각을 했다는 겁니다.

최민석: 러시아가 도와주니까, 그 대신 뭘 좀 내놓으라고 하는데, 뭘 도와달라고 했습니까,

정영: 러시아는 북한의 낡은 전력 송전망을 바꿔주는 대가로 희토류를 달라고 한다고 하는데, 북한도 이에 협의한 것으로 알려졌다고 한국 언론이 보도했습니다. 규모는 약 200억~300억달러로 추정된다고 하는 데요, 러시아는 극동 지역에 남는 전기를 북한에 보내는 방안도 협의 중인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최민석: 희토류가 어디에 쓰이는 흙인지 좀 알아보지요.

정영: 이거 반도체에 쓰이는 흙이라고 합니다. 컴퓨터에 들어가는 흙입니다. 200~300억달러 규모면 작은 것은 아닌데요. 그래도 북한은 기술이 없기 때문에 전력망을 고칠 능력이 없습니다.

최민석: 북한이 이렇게 귀한 지하자원을 러시아에 주고, 전기를 받겠다고 하는데 이런 식의 의존경제가 얼마나 갈 지 궁금합니다. 정영기자 오늘 수고했습니다. 청취자 여러분, 다음 시간에 또 뵙겠습니다. 안녕히 계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