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개성공단 노동자 ‘입막음’ 어떻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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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민석: 북한에 계시는 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한 주간 북한 선전매체의 보도 내용을 다시 한번 뒤집어보는 '북한언론의 겉과 속' 시간입니다. 오늘 진행을 맡은 최민석 입니다. 오늘도 정영기자와 함께 합니다. 정영기자, 오늘 우리가 나눌 주제는 무엇입니까,

정영: 북한 매체가 개성공단중단 책임을 남한 정부에 전가하면서 "가장 비참한 대가를 치르게 될 것"이라고 위협했습니다. 그리고 북한은 개성공단으로부터 벌어들이는 연간 1억달러 이상의 외화를 푼돈에 비유하면서 "제 손으로 제 발등을 찍는 자살행위"라고 주장했습니다.

하지만, 개성공단이 중단되면서 북한은 그곳에서 일하던 5만 4천명의 북한 근로자들의 생계문제를 책임져야 할 처지에 빠졌습니다. 그래서 오늘 시간에는 개성공단 중단에 빠진 북한의 딜레마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최민석: 북한이 개성공단중단 책임을 남한에 전가하면서 신경전을 벌이고 있는데요, 거기서 일하던 개성공단 근로자들의 앞으로 생활도 궁금해지고 있습니다. 북한이 어떻게 조치했습니까?

정영: 북한은 남한 정부가 10일 개성공단 중단을 발표한 다음날인 11일 단 30분의 시간을 주면서 개성공단에 들어와 있던 남측 기업가들 더러 모두 나가라고 강제추방령을 내렸습니다. 이에 관한 보도를 한번 직접 들어보고 이야기를 나눠보겠습니다.

북한 조국평화통일위원회 성명: 2. 개성공업지구에 들어와 있던 모든 남측 인원들을 2016년 2월 11일 오후 17시까지 전원 추방한다.

이어 북한은 개성공단에 투자한 남측 기업의 설비, 물자, 제품 등 모든 자산을 전면 동결했습니다. 심지어 남한 사람들이 나갈 때 사품 외에 다른 물건들은 일체 가지고 나갈 수 없다고 못박았습니다.

최민석: 결국 예상했던 대로, 남한 기업이 투자했던 공장설비와 생산제품을 모두 빼앗겠다는 소리군요.

정영: 이것은 북한의 상투적인 공산당 식 재산압수, 몰수 행태라고 볼 수 있습니다. 8.15해방 이후 자산계급의 재산을 몽땅 몰수했듯이 남한 기업의 재산을 모두 몰수한 것입니다. 북한의 추방령에 따라 남한 기업들은 설비, 완제품, 원자재, 심지어 생필품까지 다 버리고 피난하다시피 내려왔습니다.

어떤 남한 기업은 완제품을 하나라도 더 싣고 나오기 위해 차에 가득 싣고도 모자라, 자동차 위에 비닐 테프로 칭칭 붙여가지고 나오는 모습이 공개됐는데요, 저는 그걸 보면서 참 안쓰럽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최민석: 그걸 보면서 세계는 "아, 북한에 투자하면 저렇게 되는구나"하는 인상을 강하게 받았습니다. 자, 그러면 북한의 근로자들의 반응은 어떠했습니까,

정영: 개성공단 중단소식을 전해들은 북한 측 노동자들도 망연자실했던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한국 언론 보도에 따르면 "개성공단 북한 노동자들은 갑작스런 중단 소식에 모두 멍한 표정으로 말을 하지 못했다"고 현지 분위기를 전했습니다. 당장 생계가 문제지요. 북한이 2월 11일 밤 11시부터 이 지역을 "군사통제구역으로 선포한다"고 발표했기 때문에 아마 공단 내에는 인민군이 주둔했을 것으로 보입니다.

최민석: 그런데 북한이 공단을 빼앗아서 운영할 능력이 있습니까,

정영: 북한은 개성공단을 통째로 줘도 운영하지 못할 것으로 보입니다. 왜냐면 한국이 철수를 완료하면서 전기공급을 중단했습니다. 전기가 중단되면 수도도 끊어지게 됩니다. 게다가 북한이 현재 극심한 전력난을 겪고 있기 때문에 공단에 전기를 댈 형편도 못됩니다. 또 원자재도 없기 때문에 공단을 운영할 수 없을 것입니다.

최민석: 그러면 외국기업을 찾기도 어려울 것 같군요.

정영: 중국기업을 끌어들이려고 하겠지만, 중국 사람들도 북한에 투자했다가 망한 사례가 빈번하기 때문에 안 할 것으로 보입니다. 그리고 남한 기업들처럼 쫓겨날 우려가 있기 때문에 중국기업들도 들어가지 않을 것으로 한국의 북한 전문가들은 보고 있습니다. 그리고 미국도 "세컨더리 보이콧"이라고 하는, 북한과 거래하는 제3의 기업들까지 제재한다는 초강력 제재법을 발효했기 때문에 중국 기업이 투자를 하지 않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최민석: 그러면 북한 노동자들의 생계가 막막하겠군요.

정영: 북한은 당장 개성공단에서 일하던 근로자 처리 문제가 더 시급할 것으로 보입니다. 왜냐면 개성에는 큰 공장이 없기 때문에 당장 5만 4천명을 배치할 곳이 없어요. 그들에게 직장을 주어야 하는데요, 그러면 개성을 벗어나 다른 지방에서 직장을 찾아야 할 형편입니다. 요즘 쌀과 돈을 주는 직장이 거의 없기 때문에 근로자들은 장마당으로 뛰어들어야 할 판입니다.

최민석: 그러면 북한은 그 노동자들의 입을 통제하기도 어렵게 되겠군요.

정영: 북한은 이제 5만 4천명의 노동자들과 그의 가족 약 20만명으로 추산되는 사람들의 입을 통제해야 하는 게 큰 골치거리가 될 것입니다.

이들이 시장이나 다른 지방으로 가서 "남한 기업이 멋지다, 남조선 제품이 좋다"고 말하게 될 것입니다. 지금까지는 개성공단에 꼭 잡혀있었기 때문에 다른 지방에 있는 친척들과 하고 싶은 말도 못했지만, 공단이 해체되는 순간 외부에 나가 전파시킬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들은 개성공단에서 비록 달러로 월급을 받지 못했지만, 남한 기업이 제공하는 식용기름, 비누, 화장품 등 제품을 써봤을 것입니다. 그리고 청결한 직장 환경, 질 좋은 남한 제품 등을 10년 가까이 보면서 "정말 한국이 잘살고, 발전했다"는 것을 느꼈을 겁니다.

최민석: 과거엔 이 노동자들을 개성공단에서만 딱 관리하면 됐었는데, 이제는 전국각지로 뿔뿔이 흩어지게 되었으니 또 다른 문제가 생기게 되는 거죠. 그리고 개성공단에 있는 그 남한 재산을 어떻게 처리할까요?

정영: 북한은 이번 개성공단이 중단되면서 크게 손해 본 것은 없습니다. 그냥 토지를 내주고, 노동자들만 투입했기 때문에 재산상 피해는 없고요. 다만 매년 꼬박꼬박 들어가던 1억 달러의 돈줄이 끊기게 된 겁니다.

대신 남한 기업의 손실이 큰데요, 현재 개성공단에는 남한이 제공한 버스 290대가 있습니다. 그리고 공장설비들, 완제품과 원자재, 전동기 등이 있는데요. 북한은 그걸 뜯어다 돌릴 가능성도 있습니다.

최민석: 그런데 북한이 개성공단 내 남한 설비를 쓰고 싶어도 못쓰지요. 왜냐면 호환이 안되고 전기도 없기 때문에요. 그냥 눈독만 들이고 있는 겁니다. 아깝다고요. 북한 노동자들은 이렇게 개성공단이 중단된 사실을 알고 있을까요?

정영: 노동자들은 당국이 남한 정부 탓이라고 하기 때문에 잘 모르겠지만, 북한 간부들은 왜 중단됐는지를 잘 압니다. 그 때문에 개성공단 중단 책임이 남한 정부에 있다고 노동자들에게 사상교양사업을 할 것입니다. 그리고 절대 밖에 나가서 개성공단 안에서 본 내용들을 말하지 말라고 서약을 받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과거에도 그러했습니다.

최민석: 하지만, 탈북자들은 개성공단이 중단되면 그곳에서 노예 노동하던 북한 근로자들이 해방된다고 하는 데 어떻습니까?

정영: 그동안 남측은 북한 근로자의 임금으로 매달 봉급과 수당 등으로 160달러 가량을 지불했습니다. 하지만, 노동자들은 월급을 달러로 받지 못하고 북한 돈으로 받고, 대신 배급을 받았다고 합니다.

그래서 탈북자들은 개성근로자들이 인권침해를 당했다고 하는데, 이제 공단이 폐쇄되었으니, 사람들이 자유롭게 나올 수 있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북한이 개성공단에서 버는 외화는 김정은 통치자금으로 흘러 들어가게 되고, 핵과 미사일 개발, 그리고 치적 쌓기 건설에 소비되었다고 한국 정부는 보고 있습니다. 한국 국민들의 생명을 위협하는 무기 생산에 드는 자금을 한국이 제공하는 것은 도저히 있을 수 없다는 판단아래 개성공단을 중단시켰다고 박근혜 대통령은 16일 국회연설에서 밝혔습니다.

최민석: 북한은 수령유일 지배 체제이기 때문에 개성공단에 조달된 달러가 핵개발과 미사일 개발에 전용되었다고 볼 수 밖에 없겠군요. 북한 주민들도 개성공단 중단원인을 제대로 알았으면 좋겠습니다. 정영기자, 수고했습니다. 청취자 여러분 다음시간에 다시 뵙겠습니다. 안녕히 계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