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비행사에 선글라스 허용한 이유

북한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이 식수절(3월 2일)을 맞아 2일 공군부대를 방문해 직접 나무심기 '모범'을 보였다고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이 3일 밝혔다.
북한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이 식수절(3월 2일)을 맞아 2일 공군부대를 방문해 직접 나무심기 '모범'을 보였다고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이 3일 밝혔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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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민석: 북한에 계시는 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한 주간 북한 선전매체의 보도 내용을 다시 한번 뒤집어보는 '북한언론 뒤집어보기' 시간입니다. 이 시간 진행을 맡은 최민석입니다. 오늘도 정영기자와 함께 합니다. 정영기자, 오늘 나눌 주제는 무엇입니까?

정영: 노동신문 3일자는 김정은 노동당 제1비서가 비행부대를 찾아가 식수도 하고, 기념사진을 찍었습니다. 자신은 쓰지 않으면서도 이례적으로 비행사들에게 선글라스를 씌우는 파격적인 모습을 선보였습니다. 김씨 일가의 금기를 깨면서까지 공군 비행사들에게 선글라스를 씌운 김정은, 그 이유를 알아보겠습니다.

최민석: 재미있는 주제입니다. 김정은 주변의 비행사들이 전부 선글라스를 끼고 둘러섰군요. 과거에도 이런 일이 있었습니까?

정영: 이런 사진은 처음입니다. 아마 김일성, 김정일을 통틀어 처음일거라고 봅니다. 김일성과 김정일은 가끔 선글라스를 끼긴 했지만, 다른 수행원들은 절대로 끼지 못하게 했습니다. 북한에서는 선글라스의 의미가 한국이나 미국과는 좀 다른데요. 북한에서 선글라스는 자신을 위장하려는, 자기의 모습을 감추려는 사람들이 선글라스를 이용한다는 의미가 짙습니다. 때문에 높은 사람 앞에서는 함부로 끼지 못합니다. 만일 높은 사람 앞에서 선글라스를 끼면 교만하게 보인다고 해서 극히 조심해야 합니다.

그런데 김정은이 비행사들에게는 선글라스를 끼게 하고 자기는 끼지 않았다는 것은 주객이 전도되었다고 볼 수 있습니다. 김정일 국방위원장도 시력을 보호한다고 큰 선글라스를 끼고 다녔는데, 이는 자신의 신격화에 이용됐습니다. 하지만, 김정은은 이걸 비행사들에게 허용했습니다.

최민석: 그런데 사진에서 보면 선글라스가 다 똑같습니다. 제가 보기에는 김정은의 선물처럼 보이는데요,

정영: 뭐 단체로 내주었겠지요. 아마 이것도 김정은의 위대성을 선전하는 덕성실기에 나올 거 같습니다.

최민석: 다 새까만 안경을 썼는데, 김정은만 안 쓰니 지도자의 맨 얼굴이 유별나 보입니다. 이거 누가 이렇게 하라고 시켰을까요?

정영: 김정은의 작품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왜냐면 자신이 이렇게 비행사들과 허물이 없다는 것을 외부에 보여주기 위해서인데요, 김정은은 요즘 비행사들에게 무척 잘해주고 있습니다. 리병철 공군 사령관을 노동당 조직지도부 제1부부장으로 데려가는가 하면 여성 비행사들을 직접 사진까지 찍어주기도 했는데요, 그리고 얼마 전에는 노동당 중앙위원회 건물로 비행사들을 불러다가 사진도 찍었습니다. 여기는 누구나 함부로 들어가는 곳이 아닙니다.

최민석: 자기가 공군 조종사들과 상당히 가깝다는 것을 보여주려는 것이군요.

정영: 김정은이 특별히 공군을 사랑하는 것은 자기가 비행기 타기를 좋아하기 때문으로 보입니다. 평소 고소 공포증이 있어 비행기를 잘 타지 않던 아버지와 달리 전용기를 타고 다니는 모습이 나오는가 하면 미국산 경비행기를 타고 현지시찰을 다닌다는 소문도 나왔습니다.

최민석: 그러면 단지 비행기 타기를 즐긴다는 의미에서 저렇게 비행사들을 좋아한다는 것은 단순한 논리가 아닐까요?

정영: 좀 더 깊이 파보면 북한의 공군력이 너무 열세해서요. 비행사들을 자꾸 내세워서 이들이 육탄정신, 자폭정신으로 싸울 것을 독려하는 차원 같은데요.

지금 김정은이 공군부대를 찾아 다니면서 자신의 친위대, 육탄용사라는 말을 자주 하지 않습니까, 그 말은 무엇 인가면 일단 유사시 고물 같은 비행기를 타고 가다가 적진을 들이박으라는 것입니다.

최민석: 이래 저래 안되면 몸으로 때우라는 소리군요. 정영 기자 이 참에 남북한 공군력에 대해 비교해볼까요?

정영: 전번시간에도 우리 프로그램에서 북한의 공군력에 대해 다루었지요. 북한 공군에는 90년대부터 도입하기 시작한 미그 29가 약 40대 정도 있습니다. 그리고 1980년대 도입한 미그23기가 약 50여대 가량 있고요, 그리고 수호이-25가 약 30대 정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그 외에 미그 19, 미그 21 가 있는데, 이것들은 이미 50년 이상 됐기 때문에 이미 전에 폐기 되었어야 하는 전투기들입니다.

최민석: 그러니까, 공중에 떴다가 안되면 몸으로 때우라고 하는 게 바로 이런 비행기들이군요.

정영: 북한은 이런 비행기들에 여성들을 태우고 있습니다.

최민석: 여성분들은 좀 안태웠으면 좋겠는데요.

정영: 남한에서는 여성들이 꽃이고, 또 사회적 지위가 높지요. 한편 한국의 공군력을 보면 미그 29기와 다툴 수 있는 KF-16 전투기가160대 가량 있습니다. 그리고 F-15기가 80대 정도 있고요. 거기다 미군의 막강한 공군이 뒤를 버티고 있습니다. 만일 전쟁이 일어나면 북한의 미그 19, 미그 21은 떠보지도 못하고 추풍낙엽처럼 떨어지게 될 것이라고 군사평론가들은 말하고 있습니다.

최민석: 정영기자, 어제 노동신문을 보니까, 2009년에 북한 전투기 한대가 추락했다고 보도하지 않았습니까, 이거 좀 설명해주시죠.

정영: 노동신문은 3일 김정은 제1비서가 항공 및 반항공군 제447부대를 방문해 "광명성 2호기의 성과적 발사를 보장하기 위해 작전에 참가해 위훈을 떨친 14명 전투비행사들의 위훈비 앞에서 기념사진을 찍었다"고 밝혔습니다.

최민석: 14명의 위훈비라면 사상자가 14명이나 났다는 거 아닌가요?

정영: 그렇습니다. 한국정부 관계자의 말을 빌어 한국언론이 보도한 것인데요. 북한이 '광명성 2호' 장거리 탄도 미사일을 발사할 당시 미국과 일본 등의 요격에 대비해 전투기를 띄었는데, 그때 정찰비행에 나섰던 미그 23기 전투기가 함경북도 화대군 무수단리 로켓 발사장 근처 해상에 떨어져 조종사 1명이 숨진 것으로 추정된다고 보도됐습니다. 그러니까 14명이 다 숨진 것 같지는 않고요. 거기서 전투기 조종사 1명이 숨진 것으로 보입니다.

최민석: 그러니까 14명이 요격을 담당했던 부대원인데, 그 중 한 사람이 사망하자, 위훈비 같은 것을 세운거군요. 그런데 미그 23이 추락하는 수준이니 북한 공군 비행사들이 상당히 겁이 나겠네요. 그런데 6년이 지난 지금에야 북한이 이들을 기리는 이유는 어디 있을까요?

정영: 2009년이면 당시 김정은이 후계자로 내정됐던 시절입니다. 2009년에 광명성 2호를 쏴 올린 것도 결국 업적이 없는 김정은의 성과로 만들기 위해서였는데, 괜히 전투기가 추락됐다고 하면 오히려 더 흠이 될까 봐 공개하지 않은 것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지금은 시간도 지났고, 또 공군을 아끼고 사랑한다는 김정은의 업적으로 만들기 위해서 위훈비를 세워준 것 같습니다.

최민석: 그렇군요, 김정은이 치부가 드러날까 봐 숨겼다가 6년이 지난 지금에야 김정은이 군사들을 잘 돕고, 내세워준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 이런 행사를 펼치고 있군요.

정영: 김정은 제1비서가 공군조종사들을 찾아가 "비행사들은 당과 수령을 보위하는 육탄자폭영웅이 되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노후한 비행기를 타고 떴다가 적진을 향해 온몸이 폭탄이 되어 들이 박으라고 교양하고 있습니다.

최민석: 이것은 미국이나 한국과는 완전 틀리네요. 여기서는 조종사 한 명을 키우는데 엄청난 시간과 돈이 들지 않습니까, 그래서 미국 공군에는 지침이 나와있는데, 만약 비행기가 떴다가 기체에 문제가 생기면 조종사는 무조건 탈출하라고 합니다. 비행기는 또 만들면 되는 것이고, 사람의 목숨을 그렇게 귀하게 여기는 것입니다. 한국 공군에도 지침이 있는데, 조종사가 먼저입니다. 인간의 생명이 먼저입니다.

정영: 그런데 북한은 거꾸로 과거 2차 세계대전 시기 일본이 장려했던 '가미카제' 정신으로 교육하고 있습니다.

최민석: 여기서 벌써 인권이 없다는 게 묻어 나오는 군요. 정영기자, 가미카제 이야기를 했는데, 이는 일본군 비행사들이 2차 세계대전 시기 연합군에 대항해서 자행한 자폭행위를 말하는 것이지요?

정영: 가미는 신을 뜻하고, 카제는 바람이라는 소립니다. 즉 신의 바람이라는 소린데, 신의 바람처럼 강력하게 상대방을 타격한다는 것인데요.

최민석: 그리고 전장의 흐름을 바꾸는 효과를 노렸지요.

정영: 당시 일본군 비행사들은 비행기의 돌아올 기름을 넣지 않고 날았지요. 그래서 연합군의 함대를 향해 내리 꽂혀 자폭했지만, 결국 연합군에 패하지 않았습니까,

최민석: 김정은 지도자는 21세기 개명천지에도 수령을 위해 몸을 초개와 같이 바치라고 강요하고 있습니다. 북한의 공군 조종사들도 신을 위해서가 아니라, 자신의 지도자를 위해서가 아니라 소중한 가정을 위해서 또 자신을 위해서 나라를 지키는 날이 빨리 왔으면 좋겠습니다.

정영기자 수고했습니다. 청취자 여러분 다음 시간에 다시 뵙겠습니다. 안녕히 계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