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대북제재 동참 중국에 ‘속 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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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민석: 북한에 계시는 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한 주간 북한 선전매체의 보도를 다시 한번 뒤집어보는 '북한언론의 겉과 속' 시간입니다. 오늘 진행을 맡은 최민석 입니다. 오늘도 정영기자와 함께 합니다. 정영기자, 오늘 우리가 나눌 주제는 무엇입니까?

정영: 최근 북한 노동신문이 유엔대북제재에 동참한 중국을 겨냥해 불만을 터놓았습니다. 2일자 노동신문은 중국의 실명을 거론하지 않고 "미국의 비렬한 강박과 요구에 굴종하고 지어 서푼짜리 친미창녀의 구린내나는 치마바람에 맞장단을 치고 있다"고 우회적으로 비난했습니다. 이건 누가 봐도 유엔제재에 동참한 중국을 빗댄 것이라고 볼 수 있는 데요. 그러면 북한이 왜 중국에 대고 속을 앓고 있는지 알아보겠습니다.

최민석: 지난 달 초 유엔대북제재 결의가 발표되고, 중국이 국제사회의 제재에 보조를 맞추고 있습니다. 거기에 북한이 아주 쓴 소리를 하고 있는데요, 먼저 북한 매체의 내용부터 전해주시죠.

정영: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2일자에 '조선국제정치문제 연구소' 논평원의 글을 실었습니다. 무려 7,529자에 달하는 장문의 글인데요, 여기서 중국을 겨냥해 노골적으로 불만을 드러냈습니다.

논평은 '불공정한 세계정치 질서를 변혁하기 위한 정의의 불길을 지펴 올리자'라는 호소의 제목을 달고, 현재 유엔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련의 북한 문제에 대해 조목조목 반박했습니다. 논평의 구절을 보면 미국과 공동으로 제재결의안 작성에 참가한 중국에 대한 불만이 묻어 있는데요. 우선 몇 단락 인용을 해보겠습니다.

논평은 "피로써 이루어 놓은 공동의 전취물(싸워서 얻은 물건)인 귀중한 우의관계도 서슴없이 줴버리고(저버리고) 이나라 저나라와 밀실야합하여 만들어낸 그 무슨 결과물로 정의와 진리를 짓눌러보려는 참담한 현실 앞에서……"라고 썼습니다.

이건 뻔하지요. 유엔안보리 결의안 작성에 참가한 중국을 겨냥한 것입니다. 그리고 "문제는 체면과 명분을 그리고 중시한다는 일부 대국들마저 미국의 비렬한 강박과 요구에 굴종하고 있다"고 비난했는데, 이는 중국이나 러시아 등을 빗댄 것으로 보여집니다.

최민석: 여기서 "일부 대국들마저"라고 쓴 건 중국의 이름을 거론하지 않은 것이라고 볼 수 있군요.

정영: 북한은 이렇게 중국을 아주 세게 비난했지만, 국명을 거론하지 않았습니다. 앞서 문장에서 보면 '피로써 이루어 놓은 공동의 전취물'이라는 것은 북한 김일성과 중국의 모택동 등의 관계를 말한 것 같은데요. 8.15 이전에는 일본과, 또 6.25때는 미국에 대항해 함께 싸운 혈맹관계였는데, 왜 지금은 변질됐냐는 겁니다.

최민석: 그러니까 북한은 중국더러 지금은 내편이 아니라 미국편이 되었다는 불만이군요. 그래도 중국의 이름은 직접 거론하지 않았네요.

정영: 북한이 앞으로 중국과의 전략적 관계를 봐서 파국적인 상황을 피하려는 것 같습니다. 아무래도 중국과 이웃하고 있지 않습니까, 1,400km의 국경을 마주하고 있는데, 정말 중국이 확 끊어버리면 북한은 견디기가 어렵게 되거든요. 그래서 그런 파국적인 상황을 피하기 위해서 실명을 거론하지 않는 것으로 보여집니다.

최민석: 아, 그럼 여기서 한가지 짚고 넘어가야 할 게 있는데요. 북한은 자기네는 진정한 사회주의 라고 말하고 있는데, 정확히 말하면 북한은 김씨 왕조체제이지요. 어디 사회주의 강령에 3대까지 대대손손 정권을 세습하라고 되어 있나요?

정영: 북한은 사회주의 이념을 저버렸다고 중국에 대고 비난하고 있는데요, 하지만, 북한도 따져놓고 보면 3대 세습을 한 봉건왕조라고 볼 수 있습니다. 북한은 사회주의라는 외피를 쓰고 그 제도를 핵으로 지켜보겠다고 수백만의 주민들이 아사해도 아랑곳하지 않고 핵을 개발하지 않았습니까, 그러니까 북한은 중국을 탓하기 전에 자기네를 먼저 탓해야 하는데, 그걸 숨기고 핵으로 자기 체제를 담보 받겠다, 그리고 노동당과 보위부 등 권력집단은 자기 이권을 챙기기 위해 서로 사회주의라는 것을 내걸고 있는 거죠.

그리고 북한에서는 누구나 평등하다고 하는데, 특권계층은 일반 주민들이 상상 못할 부를 누리고 있고, 주민들은 발언의 자유, 여행의 자유, 신앙의 자유를 모두 박탈당하고, 김씨 정권에 대해 말 한마디 잘못해도 공개처형하고 정치범 수용소로 끌려가고 있습니다. 그래서 인권탄압 정권이라고 국제사회는 지탄하고 있습니다.

최민석: 그렇습니다. 그리고 중국이 제일 우려하는 것은 북한이 핵 국가로 인정받는 거 아니겠습니까,

정영: 예, 그렇습니다. 중국이 북한과 사회주의다, 피로써 맺어진 친선이라고 따지기 전에 중국은 자기부터 살아야 되거든요. 북한이 만약 핵국가로 인정받는 날에는 중국은 핵국가로부터 포위당하게 됩니다.

제가 중국의 교수나 일반 중국인들을 만나서 이야기를 해본 적이 있습니다. 도대체 북한의 핵을 어떻게 생각하냐고요? 그랬더니 자기네는 북한이 백두산 옆에서 자꾸 핵실험하는 거 싫다. 왜냐면 백두산 화산이 폭발할 까봐 두려워하는 눈치인데요, 그리고 북한이 확 돌아서 중국을 향해 핵을 사용할 수도 있다는 우려를 하고 있었습니다. 중국의 입장에서는 분단된 한반도와 핵을 가지지 않은 북한을 더 원하는 것이지요.

최민석: 어떤 나라든 자기 주변국이 핵을 갖고 있는 것을 원하지 않습니다.

정영: 중국이 북한 핵을 용인하는 경우, 동북아에서는 핵도미노 현상이 일어나게 됩니다. 제일 먼저 한국과 일본이 개발하겠다고 하지요. 그리고 대만까지 핵을 가지면 중국은 완전히 핵국가들에 의해 포위되게 됩니다. 서쪽으로는 인도와 파키스탄, 동쪽으로는 일본과 대만, 한국에 의해 포위되기 때문에 중국은 어떻게 하나 북한 핵을 용인할 수 없다는 고민이 있습니다.

최민석: 중국 입장에서는 어떻게 하나 핵 도미노를 막아야 하겠지요. 그런데 북한은 핵이 없으면 체제가 무너진다고 생각하는데, 사실 핵이 없다고 해서 나라가 무너지는 것은 아니지요?

정영: 쿠바를 보면 알 수 있습니다. 쿠바에는 현재 핵이 없습니다. 하지만, 60년가까이 카스트로 체제가 사회주의를 표방하며 체제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베트남도 핵이 없지만, 경제개혁을 해서 지금 잘 살고 있습니다.

최민석: 쿠바는 핵이 없는데도 60년동안 미국 아래서 잘 지내고 있습니다.

정영: 얼마 전에는 미국 오바마 대통령이 쿠바를 방문하고 라울 카스트로 수상과 만났습니다. 오바마 대통령은 라울 카스트로와 함께 미국 쿠바간 야구경기도 구경했고, 쿠바 국영텔레비전에 나와 생방송 연설까지 했습니다. 그런 면에서는 오바마 대통령이 평양에 가서 조선중앙텔레비전에 출연해서 생방송 연설을 할 수 있다, 이게 어려운 일은 아닙니다.

최민석: 쿠바에서 했기 때문에 가능하다는 애깁니다. 북한도 미국과 정상적인 수교만 맺을 수 있다면 얼마든지 가능하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세계정치사에는 '영원한 적도 영원한 벗도 없다'는 말이 돌지 않겠습니까,

정영: 하지만, 북한만이 김씨 체제를 영원히 핵으로 담보하겠다고 고집스럽게 핵을 고집하면서 국제사회에서 따돌림을 당했고, 심지어 가장 가깝다는 중국으로부터 제재를 당하고 있습니다.

최민석: 중국까지 제재에 동참하고 있으니 북한은 완전 돌아버린 겁니다. 지금 머리에서 김이 확확 나고 있습니다. 이번에 중국정부가 후속 제재항목을 또 발표했지요?

정영: 중국 상무부는 5일 유엔안보리 대북제재 결의 후속조치로 북한으로부터 석탄, 철, 철광석을 사들이지 않겠다고 발표했고, 북한에다 팔지 않겠다고 한 것은 항공유, 로켓 원료 같은 것들입니다. 북한으로서는 아주 치명적인 것인데요, 왜냐면 북한이 지금까지 광물을 팔아서 번 돈이 미화 15억 달러 정도 되었는데요, 중국이 이걸 금지시키면 북한으로서는 더 배가 고파지는 거지요.

최민석: 목돈을 끌어올 데가 없는 거지요. 나머지는 해외 근로자들을 내보내서 돈을 벌어와야겠군요.

정영: 그것도 미국 오바마 대통령이 행정명령으로 해외근로자 파견을 중지하라고 조치하지 않았습니까,

최민석: 지금 조치하고 있지요. 북한 입장에서는 "중국만은 믿었는데, 너희만큼은 믿었는데, 우리한테 이럴 수는 없다" 그런 상상도 해봤습니다. 정영기자, 오늘 수고했습니다. 청취자 여러분 다음 시간에 다시 뵙겠습니다. 안녕히 계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