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이 북한에 보내는 충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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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민석: 북한에 계시는 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한 주간 북한 선전매체의 보도를 다시 한번 뒤집어보는 '북한언론의 겉과 속' 시간입니다. 오늘 진행을 맡은 최민석 입니다. 오늘도 정영기자와 함께 합니다. 정영기자, 오늘 우리가 나눌 주제는 무엇입니까?

정영: 박근혜 대통령이 5월 1일부터 3일까지 이란을 방문했습니다. 하산 로하니 이란 대통령은 박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서 북핵 불용 원칙을 밝혔습니다. 북한 관영매체들이 박 대통령을 입에 담지 못할 비난을 퍼부었습니다. 전통적인 우방인 이란으로부터 핵포기 충고를 들어야 하는 북한, 점점 더 고립과 압박의 수렁으로 빠져들고 있습니다. 북한매체가 한국으로 집단 귀순한 12명 식당종업원 가족들을 인터뷰한 영상을 공개하면서 고도의 심리전을 펴고 있습니다.

오늘 이 두 가지 주제를 가지고 이야기를 나눠보겠습니다.

최민석: 한국의 박근혜 대통령이 북한의 전통적인 우방인 이란을 방문했습니다. 거기서 이란은 북한에 대고 핵개발을 하지 말라는 충고를 했습니다. 정영기자, 먼저 이에 관한 북한 매체의 동향부터 전해주시죠.

정영: 북한 대남 웹사이트 '우리민족끼리'는 5월 3일자 '더 큰 화를 부르는 해외에서의 나발질'이라는 기사에서 박대통령의 이란 방문을 싸잡아 비난했습니다.

박 대통령이 이란 국영방송과의 인터뷰에서 '북한 핵이 한반도 평화와 안정을 위협하고 있다, 북한 주민들이 핵개발의 희생양이 되지 않도록 막아야 한다'는 취지의 말을 했습니다. 그러자 북한 매체가 발끈하고 나섰는데요,

우리민족끼리는 박대통령을 향해 "현실과 동떨어진 정신병자의 개소리"라고 입에 담지 못할 막말을 했습니다.

최민석: 북한 김정은 정권이 핵포기를 할 생각이 고물만큼도 없다고 다시 확인했는데요, 그러나 이란은 핵포기를 했습니다. 하지만 정권이 붕괴되거나 군사적으로 위협당하지 않습니다.

정영: 이란이 핵포기를 한다고 해서 안보에 위협이 된다는 징후는 없습니다. 이란 대통령은 핵을 포기하지 않는 북한에 대고 자기네와 같이 해보자고 권고를 한 겁니다. 하지만 핵을 고집하는 북한에게는 상당히 거슬리겠지요.

박 대통령은 이번에 수교한지 54년만에 이란을 방문했습니다. 북한과 이란은 수교한지 43년이 되었지요. 박 대통령은 하메네이 이란 최고 지도자와 하산 로하니 이란 대통령과 접견하고 양국관계를 돈독히 하고, 한반도 핵문제에 대해 폭넓은 대화를 나눈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로하니 대통령은 "우리는 한반도에서 평화를 원한다. 세계 안보를 위협하는 어떤 핵 개발도 반대한다"면서 "중동지역은 물론 한반도에서 핵을 없애는 것이 기본 원칙"이라고 말했습니다. 이에 대해 북한의 대남웹사이트 '우리민족끼리'는 1일 "조선은 이란과 다르다"고 변명을 했습니다.

최민석: 그러면 이번에 박 대통령이 이란방문에서 거둔 성과에 대해 알아볼까요?

정영: 박 대통령의 이란 방문은 거대한 이란 시장 선점. 그리고 북핵 압박이라는 두마리 토끼를 잡은 것으로 평가되고 있습니다. 이를 두고 '쌍끌이 외교'에서 성공했다고 언론은 보도했습니다.

우선 이란이 핵포기를 하자, 세계 각국에서 '러브콜'이 이어지는 가운데 박 대통령은 230명이 넘는 경제사절단을 인솔하고 이란을 방문했습니다. 한국 정부 발표에 따르면 박 대통령은 이번에 약 456억 달러 규모의 건설과 에너지 분야에 대한 투자를 약속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최민석: 북한의 일년 예산이 얼마나 되지요?

정영: 김정은 정권이 생존하자면 약 10억 달러가 필요합니다. 아직 전부 결정되었다고 보기 어렵지만, 456억 달러 투자를 통해 한국은 대규모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길을 열었다는 겁니다. 또 이란 사람들이 한국의 드라마, 노래, 뮤직 댄스를 굉장히 좋아했습니다.

최민석: 이런 식으로 한국 문화를 알리게 되고요.

정영: 이게 또 경제적인 투자나 유치로 연결이 되는 겁니다. 또 이란의 입장을 확인해 북한을 압박할 수 있는 담보를 마련했다는 겁니다.

최민석: 이란은 북한의 전통적인 우방이 아닙니까,

정영: 북한이 이란과 외교관계를 맺은 것은 1973년인데요, 북한은 이란-이라크 전쟁시기 이란에 무기를 대주었습니다. 그러면서 이란과 관계를 돈독히 했습니다. 그 후 북한은 이란에 핵과 미사일 기술을 넘겨주면서 국제사회의 비핵화 정책을 분산시키는 전술을 구사했습니다. 하지만, 덜컥 이란이 핵포기를 선언했지요. 그리고 국제사회 일원으로 복귀하면서 북한과 다른 길을 가고 있습니다. 이번에 북한은 이란이라는 우군을 하나 또 잃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습니다.

최민석: 박근혜 대통령의 이란 방문 계기로 앞으로 북한이 더 고립될 것으로 보이는 군요.

최민석: 다음 주제입니다. 북한이 중국에서 집단 귀순한 12명 식당종업원들의 가족들을 텔레비전에 출연시키고 있습니다. 정영기자, 이 목적이 어디 있습니까?

정영: 북한이 탈북한 식당 종업원들의 부모들을 동영상에 출연시키고 있습니다. 현재 남한에 있는 딸들에게 눈물로 이야기를 하는 모습을 공개하면서 고도의 고도의 심리전을 쓰고 있습니다. 현재까지 식당 지배인을 뺀 12명 가운데 2명의 가족 영상이 공개됐습니다. 영상을 잠시 듣고 계속하겠습니다.

북한동영상 녹취: (김설경 부모) 우리 조국의 자랑하는 딸이 되도록 마지막까지, 마지막까지 이겨내서 정말 승리하는 날…

북한은 12명 식당 종업원들을 송환하라고 남한 정부에 위협하는 한편, 가족들을 시켜 유엔에 제소하게 하는 등 국제여론을 조성하는 데 안간힘을 쏟고 있습니다. 하지만, 북한당국은 남한에 간 이들이 돌아오지 않을 것이 뻔하기 때문에 가족들을 출연시켜 일종의 심리전을 펴고 있다는 겁니다.

이 말은 뭐냐 면, 12명 식당 종업원들이 한국에 정착하더라도, 반북활동에 나서지 못하게 단단히 오금을 박고, 이들의 심경변화를 유도해서 남한 사회에서 남남갈등을 조장시키는 겁니다.

최민석: 아, 훗날 이 여성들이 하나원을 거쳐 한국 사회에 진출하게 되면 북한에 대고 나쁜 말을 하지 못하게 경고 하는군요.

정영: 이미 한국에는 근3만명의 탈북자들이 나오지 않았습니까, 이 12명 식당종업원들도 그 3만명 가운데 일부입니다. 이들은 중국에서 이미 한국의 실상을 다 알고 남한으로 갔기 때문에 끌려갔다는 북한의 주장은 설득력이 떨어집니다. 왜냐면 종업원들이 끌려갔다면 중국 상해 공항이나 말레이시아 공항에서 공안한테 뛰쳐나가면 되거든요,

최민석: 공안들에게 나 안 가겠다고 하면 끝이 거든요. 여권을 세관원에게 주고 떳떳하게 나온 겁니다. 그거 억지로 하기 쉽지 않습니다. 사실 북한당국이 이들에게 월급도 제대로 주고, 일 시켰으면 왜 탈북했겠습니까, 그런데 충성자금이라고 해서 다 뺏어가고 제대로 안주니까 탈북한 것 아닙니까,

정영: 현재 북한은 근 5만~10만명이 넘는 근로자들을 외국에 내보내지 않았습니다. 이들은 12시간 이상 일하고도 받는 돈이 한 달에 고작 100달러 수준이라고 합니다.

최민석: 미국에서는 12시간 일할 경우 120달러 정도는 벌지요.

정영: 또 어떤 식당에서는 대학 재학생들을 뽑아다 3년 동안 실습기간이라고 하면서 공짜로 일 시키고 있다고 합니다. 이들도 인간인데, 자신들이 뻔히 임금착취를 당한다는 것을 아는 데 불만이 생기지 않겠습니까, 북한에 있는 한 주민은 "제발 일한 것만큼 대가를 받는 그런 세상에서 살았으면 좋겠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지금의 북한 주민들도 이전에 김정일 시대의 사람들이 아니라는 겁니다.

최민석: 그렇습니다. 북한이 해외 노동자들을 돈을 버는 노예처럼 취급하기 때문에 생긴 탈북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북한 당국도 탈북 종업원 가족들을 내세워 벌이는 심리전을 당장 그만 두어야 합니다. 정영기자 수고했습니다. 다음 시간에 다시 뵙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