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언론의 진상을 파헤쳐보는 '북한 언론의 겉과 속' 최민석입니다.
먼저 오늘의 간추린 내용입니다.
- 이명박 대통령이 내년 3월 서울에서 열리는 핵안보정상회의에 김정일 국방위원장을 초청하겠다고 제안했습니다. 이에 북한 대외매체인 조선신보가 "불순한 기도가 엿보인다"고 반응해 사실상 북한이 거부한 걸로 알려졌습니다.
- 다음 주젭니다. 그동안 침묵으로 일관해오던 북한매체가 미국의 오사마 빈 라덴의 사살에 대해 '제국주의의 오만성'이라고 비난했습니다. 국제테러범에 대한 북한의 알량한 동정을 알아봅니다.
- 한국 민간 금융기관인 '농협' 전산망에 대한 사상 초유의 해킹 공격을 감행한 북한이 이번에도 '도마뱀꼬리 자르듯' 자신의 소행이 아니라고 발뺌하고 있습니다.
이상의 내용을 가지고 살펴보겠습니다.
첫 번째 주제입니다. 이명박 대통령이 독일을 방문하고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와 정상회담을 가진 뒤, 내년도 3월 서울에서 열리는 제2차 핵안보정상회담에 김 위원장을 초대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이명박 대통령의 연설입니다.
이명박 대통령
: 내년도 3월 26~27일 제2차 핵안보정상회담에 김정일 국방위원장을 초대하겠다는 제안을 제가 드리고 싶습니다.
이 대통령은 북한이 핵안보정상회담에 참석하게 되면 국제사회로부터 체제 안전보장과 경제지원 등 밝은 미래를 보장받게 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러면 김정일 위원장이 핵안보 정상회담에 나올 가능성은 얼마나 될까?
이 대통령의 이러한 제안은 얼마 전 방북했던 지미 카터 전 미국 대통령이 “김정일도 남북정상회담을 원하고 있다”는 메시지를 전해와 그 가능성에 무게가 실리고 있습니다.
이에 관한 한국 언론의 보도입니다.
(연합뉴스)
북한을 2박 3일 방문한 지미 카터 전 미국 대통령 일행이 서울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방북결과를 설명했습니다. 김정일 위원장과 직접 면담을 갖지는 못했지만 마지막 날 김 위원장의 친서를 받았습니다.
카터 전 미 대통령
: 이명박 대통령과 언제든지 만나 모든 주제에 대해 논의할 준비가 돼 있다고 했습니다.
결국 김정일도 남북정상회담을 할 준비가 되어있다고 주장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이 대통령의 제안은 쉽게 말해 김정일이 먼저 ‘정상회담’이라는 공을 남쪽에 던졌으니, 이명박 대통령이 “그럼 단둘이 만나지 말고 핵안전을 논하는 국제회의에서 만나자”고 화답한 셈입니다.
하지만, 조총련 기관지 조선신보는 10일 “이명박이 ‘서울 초대’라는 제안을 했는데 서로 차원이 다른 문제를 억지로 결부시키는 논법에는 불순한 기도가 엿보인다”고 주장했습니다.
‘불순한 기도’란 이 대통령이 북한에 제시한 핵안보정상회담 참가 조건입니다.
(KBS)
이 대통령은 ‘핵 포기 문제에 대해 북한이 진정하게, 그리고 확고하게 하겠다는 의견을 국제사회와 합의하고, 진정성을 보여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북한도 그동안 “한반도 비핵화는 수령님 유훈이고, 우리는 핵을 가질 이유가 없다”고 주장해왔습니다. 이번에 조선신보 10일자도 “2012년에 강성대국의 대문을 열어젖히겠다고 공언하는 조선은 지금 김일성 주석님의 유훈관철을 위해 매진하고 있다. 조선반도의 비핵화도 유훈의 하나다”고 기존 입장을 되풀이 했습니다.
하지만, 북한은 앞에선 비핵화라고 말을 해놓고도 근 20년 동안 비밀리에 핵을 개발해왔습니다. 지금은 미국에 대고 핵보유국으로 인정해달라고 떼를 쓰고 있습니다.
또, 이 대통령이 천안함 폭침이나 연평도 포격에 대한 사과가 김정일 초청의 전제조건임을 분명히 했습니다.
그러면 ‘통 큰 대화’를 주장하는 김정일이 과연 서울에 나올까요.
한국 언론들은 이명박 대통령의 이 제안에 김정일이 응할 가능성을 낮게 점치고 있습니다. 우선 김정일이 핵을 체제생존의 명줄로 쥐고 폐기를 끈질기게 회피하는데다, 10년이 넘게 서울을 방문하겠다던 약속도 지키지 않기 때문입니다.
김정일은 지난 2000년 남북정상회담과 2007년 2차 정상회담 이후 서울을 답방하겠다던 약속을 아직까지 지키지 않고 있습니다. 그리고 천안함 폭침도 절대 하지 않았다고 우기기 때문에 김정일이 서울에 나올지는 불확실합니다.
김정일 위원장의 건강도 문제입니다. 최근 건강이 좋지 않아 미국, 중국 등 여러 국가수반들이 모임에 장시간 참가할 수 있을지 세계는 김정일의 통 큰 결단을 지켜보고 있습니다.
북, 국제테러범에 ‘알량한 동정’
다음 주제입니다. 9.11테러의 주모자 오사마 빈 라덴이 미군 특수부대의 총에 맞아 사살된 지 1주일 만에 북한이 미국을 “오만한 제국주의”라고 비난했습니다. 그것도 관영매체가 아닌 해외 매체를 통해 밝혔는데요.
조선신보는 9일 ‘국가테로의 원흉’이란 논평에서 “오바마가 회견에서 비밀작전을 직접 명령했고 ‘정의는 이뤄졌다’고 자랑스럽게 말하는 그 모습은 전인류 위에 군림하듯 행세하는 오만무례한 제국주의의 그것”이라고 비난했습니다.
조선신보가 말하는 ‘오만한 제국주의’란 무엇을 의미할까요.
미국은 이번 빈 라덴 사살을 계기로 무고한 민간인을 해친 테러 분자에게는 공소시효가 없음을 분명히 보여줬습니다.
알려진바 와 같이 빈 라덴의 소행으로 저질러진 9.11테러로 항공기 4대에 타고 있던 승객 수백 명과 세계무역센터에 있던 민간인 수천 명이 숨졌습니다. 미국은 9.11테러로 막대한 인명손실과 재산 피해를 입었습니다.
오사마 빈 라덴이 저지른 테러를 열거하면 대략 이렇습니다. 1998년 8월 케냐. 탄자니아 주재 미국대사관 폭탄 테러로 224명 사망, 2000년 10월 예멘 아덴항에서 미국 해군전함에 폭탄 테러를 가해 17명 살상, 2001년 9월 11일 사상 처음으로 미국 뉴욕 세계무역센터와 워싱턴 국방부 건물을 4대 항공기로 공격해 3044명을 사망시켰습니다.
테러와의 전쟁이 시작된 다음에도 빈 라덴 조직은 2002년 10월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차량 폭탄 테러를 감행해 202명을 사망시켰고, 2004년 3월에는 스페인 마드리드 열차선로에 폭탄테러를 가해 191명을 죽였습니다.
빈 라덴의 테러조직은 비단 인명피해만 준 게 아닙니다. 미국 CNN방송은 빈 라덴이 미국에 끼친 경제적 손실을 돈으로 계산하면 2조 5천억 달러에 달한다고 보도했습니다.
9.11테러 분자들은 미국뿐 아니라 전 인류의 미움을 샀습니다. 9.11 테러 이후 테러 분자들을 적발하기 위해 각국의 공항 보안검색이 강화되어 여행객들은 출입국 하는데 굉장한 불편을 느낍니다. 지금도 미국의 공항이나, 공공건물에 들어가자면 보안검색대에서 폭발물 검사를 받느라 사람들은 신발을 벗고 줄을 서서 기다려야 합니다.
미국은 추가 테러를 막기 위해 수조달러를 국토안보에 쏟아 부었고, 아프가니스탄, 이라크 전쟁 등으로 막대한 비용을 썼습니다. 그래서 세상 사람들은 죽은 빈 라덴의 얼굴을 보며 망자에 대한 일말의 동정도 느끼지 않습니다.
미국의 외교 정책에 종종 제동을 거는 중국도 빈 라덴 사살에 대해서는 “테러리즘은 국제사회의 공적”이라며 공감했고, 러시아도 반 테러전에 동참할 것이라고 표명했습니다. 하지만, 북한은 극악한 ‘테러분자’의 죽음에 알량한 동정을 보이고 있습니다.
북, ‘도마뱀꼬리 자르기’식 회피
다음 주제입니다. 북한이 얼마 전 한국의 민간금융기관인 농협 전산망을 마비시키고도 ‘저들의 소행이 아니다’고 발뺌하고 있습니다.
북한 웹사이트 ‘우리민족끼리’는 9일 북한 인민무력부 대변인 담화를 발표하고, “사이버 테러를 북의 소행으로 돌리는 것은 반민족적모략극, 천안함 침몰과 같은 날조극”이라고 변명했습니다.
(북한중앙TV 아나운서)
참으로 황당무계하기 그지없는 근거와 그에 바탕을 둔 주장이 아닐 수 없다.
하지만, 북한이 아무리 ‘도마뱀 꼬리 자르듯’ 흔적을 남기지 않으려고 했지만 과학기술이 발전된 요즘 사이버 테러도 흔적을 지울 수 없었습니다.
이와 관련한 한국 언론의 보도입니다.
(YTN)
검찰은 이번 농협 전산망 마비 사태의 배후로 북한을 지목했습니다. 서버 유지보수를 맡은 외주업체 직원이 지난해 9월 노트북을 반출해 인터넷을 하다가 북한 정찰총국이 심은 악성코드에 감염된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찰은 북한 측이 이 악성코드를 이용해 해당 노트북을 좀비 PC로 만들었다고 밝혔습니다.
북한 정찰총국은 이렇게 악성코드에 감염된 여러 대의 컴퓨터를 원격조종해 농협 전산망을 공격한 결과 30분 만에 전체 전산망 절반이 파괴됐다고 검찰은 밝혔습니다.
하지만 아무리 보이지 않는 사이버 테러라 해도 흔적은 완전히 지울 수 없습니다. 검찰이 농협 전산망 공격 배후로 북한을 지목한 이유는 공격에 쓰인 IP 주소 가운데 하나가 북한 정찰총국이 2009년 청와대와 국방부 등 정부기관을 디도스 공격(DDoS 분산서비스 거부)할 때 사용했던 IP와 동일했기 때문입니다.
한때는 바다 밑으로 들어와 천안함을 폭침시키더니, 민간인의 머리위에 포사격도 해보고, 지금은 민간 금융기관에 사이버 테러를 감행하는 북한을 누가 동족이라고 하고, 그런 사람들이 굶는다고 누가 지원해주겠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