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민석: 북한에 계시는 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한 주간 북한 선전매체의 보도 내용을 다시 한번 뒤집어 보는 '북한언론 뒤집어보기' 시간입니다. 오늘도 정영기자와 함께 합니다. 정영기자, 오늘 나눌 주제는 무엇입니까,
정영: 아시는 바와 같이 평양시 평천구역에서 시공중인 아파트가 붕괴되는 사고가 일어난 다음 북한 매체들은 김정은 국방위 제1위원장이 활짝 웃는 상반된 모습을 연이어 보도하고 있습니다. "이번 사고에 대한 보고를 받고 너무도 가슴이 아파 밤을 지새웠다"는 북한 간부들의 발언과는 사뭇 다른 모습인데요, 김정은 제1위원장 자신이 창조한 '마식령 속도' 바람에 일어난 대형사고이지만, 사고 책임을 아래 간부들에게 돌리고 '도마뱀 꼬리 자르듯' 책임을 면피하려는 그런 의도라는 비난을 받고 있습니다. 그래서 오늘 시간에는 북한매체의 보도 내용을 다시 한번 뒤집어 보겠습니다.
최민석: 참 비극적인 소식입니다. 평양에서 고층 아파트 붕괴사고가 발생했다는 것은 남과 북 그리고 모든 사람들에게 슬픈 비극이 아닐 수 없습니다. 그런데 이러한 사고 분위기와 달리 북한 매체는 김정은 제1위원장이 즐거워하는 모습만 비추고 있습니다. 어떤 내용인지 구체적으로 소개해주시죠.
정영: 북한 주민들도 노동신문을 봐서 알 것입니다. 지난 5월 18일 북한조선중앙통신은 "13일 평양시 평천구역의 건설 장에서는 주민들이 쓰고 살게 될 살림집시공을 되는대로 하고 그에 대한 감독통제를 바로 하지 않은 일군들의 무책임한 처사로 엄중한 사고가 발생하여 인명피해가 났다"고 보도했습니다.
그러니까 북한 매체의 보도를 보면, "살림집 시공을 되는대로 하고"이라는 부분은 아무래도 건설을 대강대강 했다는 지적이 될 거고요. 그리고 "일군들의 무책임한 처사 때문에 사고가 발생했다"고 아래 간부들에게 책임을 밀어버렸습니다.
북한도 지금까지 사건 사고 소식을 은폐시켜 왔는데, 이번에는 도무지 숨길 수 없는 큰 사고라서 공개한 것으로 보입니다. 그래서 인터넷 위성 지도인 구글어스로 사고현장을 보니까 빙상 관이 근처에서 보이고, 평양 역으로 가는 철도와 궤도전차가 지나는 곳이기 때문에 사람들의 왕래가 많은 곳이었습니다.
이곳은 중구 역과 보통강 구역과 더불어 평양의 부촌에 속하기 때문에 돈이 많고, 당과 국가의 간부들이 모여 사는 특권층이 사는 지역이었습니다.
최민석: 혹시 그래서 이렇게 사과가 빨리 이뤄진 것 아니겠습니까,
정영: 사고현장을 한달 전에 찍은 위성사진으로 보니까, 당시에는 23층 건물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북한 중앙통신이 보도한 사진을 보니까, 23층 건물이 없어지고, 사고를 당한 어떤 잔해 같은 것도 전혀 파악되지 않고 있습니다.
최민석: 불과 사고 발생 5일만에 23층 잔해를 말끔히 치웠다, 이런 소리군요. 정말 중장비도 제대로 없는 북한에서 맨손으로 속전속결로 치웠다는 소리가 되겠는데요, 정말 놀랍습니다.
정영: 아파트 한 10층짜리가 붕괴되어도 잔해 수습에 시간이 걸리지 않습니까, 그리고 아파트 잔해에 깔린 시신 처리 때문에 시간이 많이 걸릴 텐데요. 그런데 북한은 사고 발생 5일만에 다 치웠다는 소립니다. 그런데 이 사고에 대한 책임 문제가 불거지고 있는데, 과연 그때 김정은 제1비서는 무엇을 했을까 하는 궁금증이 나오고 있습니다. 그런데 그것을 북한 매체가 여실히 증명해주고 있는데요, 지난 16일자 노동신문은 김정은 제1위원장이 "만경봉팀과 소백수팀사이의 남자축구경기를 보았다"고 보도했습니다.
최민석: 그러니까, 사건 당일 날 김정은 위원장은 축구경기를 관람했다는 소리지요?
정영: 북한 노동신문이 김정은 동정보도를 보통 하루 이틀 후에 보도하는 관행으로 볼 때 14일에 이루어졌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한국 언론도 경기장 전광판에 나타난 시간을 확정해본 결과 2014년 5월 14일로 되어 있었다고 전했습니다.
최민석: 그러니까, 경기장 전광판에 나온 날짜를 보니까, 5월 14일로 되어 있었다는 소리네요. 그러면 김정은이 경기를 관람한 날짜는 14일입니다. 그러면 23층 아파트가 무너진 다음날인데, 아무리 빨리 현장 복구를 한다고 해도 중장비가 거의 없는 북한에서는 매우 어려웠을 텐데요. 그럼 사고가 한창 복구되는 와중에도 김정은은 경기를 관람했다는 소리군요.
정영: 그렇습니다.
최민석: 이거 정말 상식적으로 이해가 되지 않습니다. 그러니까, 사고가 났는데, 자기네만을 위해 이루어진 경기일정을 취소하지 않고, 축구경기를 보았다. 정말 심각합니다.
정영: 북한에서 아무리 많은 노력이 동원됐다고 해도 23층 아파트 잔해를 하루 저녁에 와닥닥 치운다는 것은 말도 되지 않습니다. 그런데 이상한 것은 평양시 아파트 붕괴현장에 출현한 평양시당 김수길 책임비서는 김정은이 "이번 사고에 대한 보고를 받고 너무도 가슴이 아프시어 밤을 지새웠다"고 발언했습니다.
최민석: 그러니까, 평양시당 책임비서에게는 밤을 새운다고 말해놓고 뒤에서는 축구경기를 관람했다, 이런 말이 되는 건가요? 아파트가 무너지든 큰 사고가 나든 자기가 즐긴 것은 다 즐긴다는 소리군요. 이건 정말 말이 안됩니다. 남한과 비교해보죠. 한국에서는 세월호가 침몰한 다음에 전국적으로 한달 째 침울한 분위기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또 대통령이 사망한 분들에게 애도를 표시하고, 실종자 가족들에게 사과하지 않았습니까, 이거 북한과 너무 차이가 나고 있습니다.
정영: 이번 세월호 참사가 발생한 다음에 한국 사람들은 얼마나 엄숙하게 보냈습니까, 온 나라에 추모분위기가 감돌고, 각 국의 대사관에는 조문객을 위한 분향소도 설치했습니다. 북한의 아파트 붕괴현장도 세월호만큼 큰 참사가 벌어졌을 텐데요.
최민석: 그 23층 아파트가 붕괴되었다면 규모도 굉장히 컸을 텐데요. 온 가족이 없어질 수도 있습니다. 온 가족이 실종되고, 사망할 수 도 있는 상황입니다. 굉장히 심각한 상태라는 거죠.
정영: 한국 정부도 이미 이 사실을 파악하고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는데요, 한국 정부 관계자는 18일 "지난 13일 오후 평양시 평천구역 안산1동의 23층 아파트가 붕괴됐다"면서 "이 아파트에 92세대가 살고 있었을 것으로 추정된다"고 확인했습니다. 그런데 한국정부가 밝힌 대로 92세대가 입주해 있었다고 해도 한 가구당 3~4명 정도 산다고 봐도 수백 명 이상이 인명피해가 발생한 것으로 보입니다.
최민석: 아무리 적게 잡아 3백명 만 따져도 그렇게 피해숫자가 나온다는 말이지요. 만약 박근혜 대통령이 세월호가 침몰한 다음에 축구 경기를 관람했다고 하면 어떻게 되었겠습니까,
정영: 아마 온 나라가 난리가 났을 겁니다.
최민석: 그렇겠지요, 그런데 김정은 제1위원장은 아파트 붕괴현장에 나가서 유족들을 달래주지 못할 망정 축구경기를 관람했습니다. 이게 말이 됩니까,
정영: 남과 북이 너무 차이가 납니다.
최민석: 유가족들은 얼마나 분통이 터지겠습니까, 그리고 한국에서 이런 일이 있었습니다. 김대중 대통령 시절에 제2차 연평해전이 터졌습니다. 그때 김대중 대통령이 월드컵 축구경기를 관람했습니다.
정영: 그때 제2차 연평해전 때 6명인가 사상자가 났지요.
최민석: 그때 온 국민들이 김대중 대통령을 외면했습니다. 김대중 대통령 소개를 할 때 국민들이 박수를 안쳤어요. 엄청난 거지요. 지금 이 상태와 비슷한데, 반응은 완전히 틀립니다. 한국 국민은 국가가 국민을 보호하지 못하면 외면합니다. 무시하고요. 그게 가능합니다. 국가는 국민을 위해서 존재하기 때문이지요. 사건 사고라는 것은 제도의 차이를 초월해서 서로에게 비극입니다. 남한에서도 세월호 때문에 침통한 나날을 보내고 있는데, 북한은 거기다 대고 반정부 투쟁을 하라고 주민들을 부추기는 보도를 하지 않습니까,
정영: 사건 사고를 대하는 남과 북 언론의 차이인데요, 지금 남한에서는 세월호 때문에 상당히 침통한 분위기인데요, 그런데 북한은 세월호의 참사가 남한정부에 책임이 있다고 맹비난하고 있습니다. 노동신문은 16일자 논평에서 "세월호 참사를 통하여 남조선인민들은 괴뢰집권세력에게 더 이상 기대를 걸 필요가 없다는 것을 뼈저리게 깨닫고 있다"면서 "반역 정권 퇴진은 남조선민심의 한결같은 요구"라고 비난했습니다.
최민석: 그러면 평양 사고 소식을 접한 남한의 분위기는 어떻습니까,
정영: 일단 평양의 23층 아파트 붕괴 소식을 접한 남한의 네티즌들은 "북한 평양 23층 아파트 붕괴되어 참 안타깝다", "그리고 빨리 구조되길 바란다"는 희망을 적고 있습니다. 한국 정부도 대한적십자사를 통해서 조전을 보냈지요.
이렇게 북한 매체들은 세월호 침몰을 계기로 남한 정부를 흔들기를 하는 반면에 남한에서는 같은 동포가 사고를 당했다고 지원을 해야 한다는 동정의 의사를 밝히고 있습니다.
최민석: 그게 인간이 가져야 할 보편적이고 상식적인 것이지요. 그렇습니다. 평양에서 벌어진 아파트 붕괴야말로 김정은 위원장의 '마식령 속도', '빨리빨리' 바람에 벌어진 인재입니다. 김정은 위원장은 자기는 사고현장에는 가보지도 않고 '도마뱀 꼬리 자르듯' 몇몇 간부들을 내보내고 자기는 축구경기나 한가하게 관람하면서 즐겼습니다.
북한 매체도 "똥 묻은 개가 게 묻은 개 흉본다"고 남의 일 걱정이나 하지 말고 아파트 희생자와 피해자들을 먼저 구조하는 게 좋을 듯 합니다. 정영기자, 오늘 수고했습니다. 청취자 여러분 다음 시간에 또 뵙겠습니다. 안녕히 계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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