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매체 자랑하는 핵, 주민에겐 재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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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에 계시는 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북한 매체의 보도내용을 다시 뒤집어 보는 '북한 언론 뒤집어보기' 최민석입니다. 오늘도 정영기자와 함께 합니다.

정영기자, 오늘은 다룰 주제는 무엇입니까,

- 노동신문, 핵무기 종류 자세히 해설
- 북 매체, 핵무기 보유 주민 호도
- 김정일은 비밀리에 핵개발, 김정은 공개적으로 선전
- 핵 때문에 북한 외교적 고립, 지원중단 자초
- 중국, 대북 압박 현실 가동, 경제지원 중단
- 북한 핵 주민에게 가난의 원인

북한 노동신문 5월 21일자가 "핵무기의 소형화, 경량화, 다종화, 정밀화"라는 제목의 글에서 현재의 핵무기의 종류와 형태에 대해 자세히 설명했습니다. 북한이 당보에서 이렇게 핵을 자세하게 소개하기는 처음인 것 같은데요, 한반도 비핵화가 목적이라면서 몰래 뒤에서 핵을 생산하던 북한이 이제는 대놓고 핵보유국임을 자임하고 나오고 있습니다. 그런데 그 핵이 과연 주민들에게 도움이 되는지 알아보는 시간으로 마련했습니다.

최민석: 핵무기 보유를 강하게 고집하는 북한, 과연 그 핵이 북한 주민들에게 어떤 도움이 되고 있는지 알아보겠습니다. 정영기자, 노동신문의 주장을 보니까, 북한이 핵에 대해 구체적으로 설명한 처럼 보이는데요, 어떻습니까,

정영: 노동신문은 노동당의 정책을 주민들에게 설명하는 신문인데요, 북한이 당보에 핵을 설명하는 정도면 이젠 북한의 국가정책이 곧 핵건설이라는 것을 말해줍니다. 최근에 북한이 핵무력건설과 경제건설 병진 노선을 내놓지 않았습니까,

그러니까, 북한이 주장한 핵무력건설에 대해 주민들에게 이해시키려는 의도로 보입니다. 그러니까 핵이 우리를 지켜주고, 핵만 가지고 있으면 잘 살 수 있다는 등등의 선전차원인 것 같습니다.

최민석: 그러니까 '핵 만능론'에 빠졌군요. 북한이 이젠 핵을 포기할 생각은 전혀 없고 앞으로 핵무기를 계속 늘여나가겠다고 국제사회에 공공연히 도전하는 셈이군요. 그러면 핵무기에 대한 북한 주민들의 생각은 어떻습니까,

정영: 북한 주민들 속에서는 핵에 대한 찬반 논란이 갈리고 있습니다. 어떤 사람들은 지금처럼 못사는 게 핵 때문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는가 하면, 또 어떤 주민들은 "핵이 간부들한테나 필요하지 사실 백성들에게야 무슨 필요냐?"하고 말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습니다.

그런데 한편, 간부들은 핵을 정말 좋아합니다. 간부들은 입만 터지면 "핵은 우리의 보검이다, 이제 우리가 핵만 가지고 있으면 미국이나 외국이 지원해주게 된다. 그래서 조금만 더 참으면 잘살게 된다"고 선전하고 있습니다.

최민석: 김정일 위원장이 살아있을 때부터 북한이 핵을 건설해왔는데, 북한 주민들에게 어떤 영향을 미쳤습니까, 분명히 있었을 것 같은데요.

정영: 북한이 핵개발은 1990년대부터 모습을 드러냈는데요, 북한이 핵을 개발할 때부터 주민들의 고생이 시작됐다고 볼 수 있습니다. 북한 청취자들도 고난의 행군을 기억할 것입니다. 북한에서 배급이 끊긴 것은 1990년대 초인데, 그때가 바로 북한이 핵무기를 본격적으로 생산하기 시작하던 때입니다.

북한 주민들은 그 '고난의 행군' 이 미국의 경제 봉쇄 때문이라고 생각하고 있는데, 사실 고난의 행군 때 미국은 유엔을 통해 식량을 수십만 톤씩이나 지원해주었습니다.

최민석: 그렇지요, 당시 한국과 미국이 매해 수십만 톤씩 식량을 지원해주었지요.

정영: 미국이 그만큼 지원해줄 때도 수백만 명이 아사했는데, 이제는 공공연히 핵무기를 가지고 있다고 하니 얼마나 더 아사자가 생길지 상상이 안 갑니다. 우선 국제적으로 압력과 제재를 받아야 하고, 외교적인 고립, 국제사회의 지원 중단 등으로 일반 주민들은 배고픔과 인권유린에 빠지게 될 것입니다. 주민들은 지금처럼 가난해진 게 그 잘난 핵 때문이라는 것을 곰곰이 상기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최민석: 사망한 김정일 위원장은 그래도 비밀리에 핵무기를 만드느라 요리조리 국제사회와 숨바꼭질을 하지 않았습니까, 그런데 김정은 체제는 좀 다른 것 같습니다. 아주 자신 있게 나가고 있는데요. 이게 좀 이상하지 않나요?

정영: 김정일 위원장은 1991년 한국과 비핵화 선언을 해놓고도, 뒤에서 비밀리에 핵무기를 만들었고 또 1994년 제네바 합의를 통해 핵물질을 만들지 않겠다고 약속해놓고도 미국을 속였습니다. 2005년 9.19공동성명에서는 모든 핵무기를 파기하고, 핵확산금지조약, 국제원자력기구에 복귀한다는 약속을 했지만, 이것도 또 어겼습니다. 이렇게 강온 전략을 쓰면서 외교적 실리와 지원을 챙겼는데요,

김정은 체제 들어서는 공공연히 핵보유국임을 자처하고 있기 때문에 중국마저 등을 돌리고 있어 야단입니다.

최민석: 올해 들어서만 북한이 장거리 미사일 발사와 핵실험 등으로 두 차례나 유엔 대북제재결의가 나왔는데요, 특히 여기에 중국이 동참하면서 북중 관계가 나빠지지 않았습니까,

정영: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있을 때는 그래도 중국의 눈치를 보느라, 숨어서 핵을 개발했는데, 김정은 정권은 핵무기를 내놓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중국 지도부도 더 이상 북한을 감싸줄 수 없게 되었습니다.

지금 중국의 4대 은행이 북한 조선무역은행과 거래를 중단했다는 보도가 나오고, 중국이 북한으로 나가는 물량에 대한 검사를 강화했다는 보도도 나오고 있습니다. 사실 북한의 3차 핵실험 이후에 중국 국민들이 북한을 바라보는 시각이 상당히 삐딱해졌고, 앞으로 북한 핵이 중국을 겨냥할 수 있다고 민심이 이반되면서 이제는 북한을 버려야 한다는 여론이 형성됐습니다.

최민석: 중국에서는 시진핑 체제가 공식 출범했고, 북한에도 김정은 체제가 들어선지 1년이 지났는데도 북중 관계는 썩 좋아 보이지 않지요?

정영: 김정은 정권은 정치적인 미숙함인지는 몰라도 너무 공개적으로 치고 나가기 때문에 중국 지도부도 어린 지도자가 너무 설친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는 분석입니다.

원래 중국은 북한이 장거리 미사일을 발사할 때만해도 중국을 겨냥했다고 보지 않았는데, 북한이 3차 핵실험까지 하자, 완전히 불신하게 되었습니다. 김정일 위원장은 사망하기 전에 김정은이 마음이 안 놓이니까, 어리니까, 중국에 잘 돌봐달라고 중국 지도부에 여러 번 찾아가서 "선대들이 이루어놓은 조중친선의 바통을 대를 이어가야 한다"고 당부했는데, 김정은 시대에는 정말 좋지 않습니다.

최민석: 북한이 핵을 보유하고, 공개하자, 중국 내 민심은 어떻습니까,

정영: 그 중국 내 민심이 상당히 안 좋아졌는데요, 중국의 지식층에서는 "북한이 불리하면 중국을 버릴 수 있다"는 의심이 확산되기 시작했어요.

최민석: 아, 그러니까, 중국이 북한을 버리는 게 아니라, 북한이 중국을 버릴 수 있다고요?

정영: 현재 한국을 방문중인 중국 공산당 중앙당교 기관지 학습시보 전 부편집위원인 덩위원은 서울에서 열린 한 학술회의에서 북한을 바라보는 중국 민심을 전했습니다.

덩 위원은 북한이 3차 핵실험을 진행한 이후에 "중국은 북한을 버려야 한다"는 글을 써서 화제가 된 인물인데요, 그는 "중국은 국제사회에 편입되어 있지만, 북한은 세습정치에 매어있다"고 하면서 "북한이 세습정권의 생존을 위해 중국을 배신하고 미국을 택할 수도 있다"고 자기 견해를 밝혔습니다.

최민석: 북한이 정권유지를 위해서는, 자기 이익을 위해서 중국을 버리고 미국에 붙을 수도 있다는 소리군요.

정영: 북한도 중국이 위급할 때 자기를 버릴 수 있다고 의심하기 시작하면서 중국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고 정권을 유지하기 위해 핵무기에 집착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중국의 민심은 만약 북한의 도발로 전쟁이 일어난다 해도 50년대 전쟁만큼 북한을 물심양면으로 돕지 않을 것이라는 기류가 돌고 있습니다.

최민석: 그 '혈맹 관계'에 금이 갔다는 것이겠군요. 북한을 지금까지 돕던 중국이 지금 핵 때문에 이만큼 돌아섰으면 북한이 혼자서 살아가기가 굉장히 어려울 텐데요. 북한이 스스로 살아간다는 자력갱생, 이게 중국의 기생경제가 아닙니까,

정영: 지금 북한의 장마당을 보면 80~90%가 중국 상품입니다. 신발에서 가전제품, 바늘에 이르기까지 모두 중국에서 나오는 것인데, 중국의 도움 없이 과연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

김정은 정권은 자력갱생한다고 지금 농민들에게 땅을 빌려주고, 할일 없는 공장, 기업소 노동자들에게 토지를 임대해주어 자체로 벌어먹게 한다고 하는데요, 지금 북한 중앙텔레비전에 나오는 벼모를 보면 너무 영양상태가 좋지 않아 과연 가을에 결실을 맺을지 걱정입니다. 북한이 앞으로 그 핵을 그러안고 어떻게 살아갈 지 우려가 많습니다.

최민석: 결국 북한이 핵보유를 하면 할수록 중국도 등을 돌리고 있는데, 북한이 어떻게 그 핵을 가지고 어떻게 지금과 같은 경제난을 헤쳐가겠는지, 참 우려스럽습니다. 그 통에 인민들만 죽도록 고생하는데, 인민들한테야 무슨 죄가 있습니까, 북한 주민들도 그 핵이 결국 인민을 고생시키는 물건이라는 것을 빨리 깨달았으면 합니다.

정영기자, 오늘 소식 잘 들었습니다. 청취자 여러분, 오늘 순서는 여기까지입니다. 안녕히 계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