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민석: 북한에 계시는 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한 주간 북한 선전매체의 보도를 다시 한번 뒤집어보는 '북한언론의 겉과 속' 시간입니다. 오늘 진행을 맡은 최민석 입니다. 오늘도 정영기자와 함께 합니다. 정영기자, 오늘 우리가 나눌 주제는 무엇입니까?
정영: 지금까지 북한 대남웹사이트 '우리민족끼리'는 중국 절강성 녕파 즉, 저장성 닝보에 파견됐던 북한 식당종업원 12명이 한국 정보당국에 의해 강제 납치당했다고 줄곧 비난해왔습니다. 하지만, 며칠 전에 3명의 북한 식당종업원들이 또다시 탈북한 사건이 발생하면서, 북한의 납치 주장은 명분을 잃어가고 있습니다.
미국 언론에 대대적으로 공개하면서, 유엔 사무총장에게 중재까지 요청했던 북한의 여론전의 실태를 오늘 시간에 알아보겠습니다.
최민석: 12명 북한 식당 종업원들을 강제 납치했다고 주장하는 북한 매체 동향부터 먼저 전해주시죠?
정영: 노동당 통일전선부가 운영하는 우리민족끼리는 지난 4월 중순부터 이 사건과 관련한 기사들을 모아놓은 '특별코너'에 기사를 꼬박꼬박 게재했습니다.
그 동안 우리민족끼리는 남한의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이 12명 북한 식당 종업원들에 대한 접근을 시도하고 있다고 보도하고, 반기문 유엔사무총장이 이들 송환에 나서야 한다고 촉구하는 등 한국정부를 납치범으로 호도해왔습니다.
북한의 인터넷 선전매체인 '통일의 메아리'는 24일 '유엔 사무총장 반기문에 요구한다'는 글에서 "생이별을 당한 부모와 자식들이 하루빨리 만날 수 있게 해주는 것이 바로 보편적인 국제관례이며 인도주의"라며 "유엔 사무총장으로서 인권유린 행위를 문제시할 의무가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최민석: 북한당국도 납치로 인해서, 강제로 생이별한 사람들의 아픔을 안다는 소리네요. 그러면 북한당국이 먼저 납치한 사람들을 풀어주는 게 순서가 아닌가요?
정영: 그렇지요. 현재 북한에는 납치된 남한 목사들이 여러 명이 잡혀 있지요.
최민석: 남한뿐 아니라 세계 각국에서 납치된 사람들이 갇혀 있지요. 북한당국은 이 사람들을 먼저 풀어준 다음에 12명의 종업원들에 대해 가타부타 뭔가 요구해야 할 것 같습니다.
정영: 반기문 유엔사무총장은 25일부터 5박 6일 일정으로 한국을 방문하는데, 북한이 인권문제 해결에 명분이 있는 반 사무총장이 나서야 한다고 주장한 것이었습니다.
그런데 최근 남한의 한 대북매체는 중국에서 일하던 북한 식당 종업원 여러 명이 현재 한국으로 가기 위해 동남아에서 대기하고 있다고 보도했습니다. 이에 대해 한국 통일부와 외교부도 사실이라고 공식 확인했습니다. 이에 관한 내용을 잠시 듣고 넘어가시죠.
한국 연합뉴스 TV 녹취: 중국 소재 북한식당에서 근무하던 종업원들이 탈북했다는 보도와 관련해 통일부 당국자는 사실이라고 밝혔습니다. 앞서 대북 소식통은….
최민석: 그러면 13명의 북한 식당 종업원들이 집단 탈출한 다음 한달 만에 또 탈출한 거군요. 북한당국은 그야말로 닭 쫓던 뭐처럼 됐다고 황당했겠네요.
정영: 그렇습니다. 이번 탈북 사건은 노동당 7차 대회 이후에 벌어진 것이어서 주목되는데요, 김정은이 이번 당 제7차대회를 통해 체제를 공고히 했다고 선전했는데, 북한의 자화자찬이 무색하게 되었습니다. 특히 중국에 파견된 식당 종업원들은 평양에서도 소위 잘나간다는 핵심계층 자녀들이라는 점에서 "김정은 정권의 지지기반이 흔들리고 있다"는 평가가 나오기도 했습니다.
최민석: 이번 사건으로 북한 핵심층이 동요하고 있다고 봐도 되는가요?
정영: 대북 관측통들은 이런 연쇄 탈북사건을 두고 '충동탈북', '모방탈북'이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왜냐면 먼저 12명의 식당 종업원들이 뛰니까, 그 뒤에 있는 사람들은 "그러면 나도 뛰어도 되겠네"하는 충동을 느낀다는 겁니다. 그리고 북한당국이 12명의 식당종업원 가족들을 평양에서 추방시키지 않고 아직도 선전선동에 이용하고 있지 않습니까, 그래서 다른 식당 종업원들은 '내가 뛰어도 우리 가족들은 무사하겠구나'하는 안도감을 느끼고 있다는 겁니다.
최민석: 이렇게 되면 이번 사건에 책임 있는 부서들은 혼란스러울 거라고 보이는데요,
정영: 지금까지 12명 식당종업원 납치여론 전을 펴던 주무부서는 김영철이 이끄는 노동당 통일전선부입니다.
이들은 인터넷과 텔레비전을 통해 해외에 여론을 돌렸습니다. 또 남한에 있는 친북세력들을 동원해 남남갈등을 조장했습니다. 미국 CNN 언론과 접촉했고, 반기문 유엔사무총장에게 서한을 보내 한국정부 책임으로 몰아가고 있었습니다.
거기에 남한의 민변이라는 변호사 단체까지 가세해 국가정보원을 압박하기 때문에 북한 대남부서는 "이번에는 확실하게 승기를 잡았다"고 기뻐했을 지 모릅니다. 하지만 중국에서 식당 종업원들이 또 탈북하자, 아마 김이 푹 샜을 겁니다. 이들은 모름지기 "보위부가 또 일을 망쳤다"고 불만을 터놓을지 모르겠습니다.
최민석: 결국 김원홍이 책임자로 있는 보위부가 일을 그르친 걸 김영철의 대남부서가 한창 뒤치다꺼리를 하고 있었는데 (식당종업원들을)또 놓친 거예요. 황당할 만하겠네요.
정영: 중국에서 12명 식당종업원들이 탈북한 사건 때문에 국가안전보위부가 김정은으로부터 호된 추궁을 받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김원홍과 김정은 사이가 워낙 두터운지라 이번 노동당 7차 대회에서 김원홍은 처벌은 고사하고 오히려 건재함을 과시했습니다. 한편, 보위부는 추락한 위신을 세우기 위해 다시 재기를 노린 것으로 보입니다.
그 실례로 해외에 파견된 북한 근로자에 대한 통제와 감시를 강화됐다고 우리 방송에서도 보도했지요. 또 보위부가 중국 동북지방에 있는 남한 국민들에 대한 테러와 납치를 감행하고 있다는 정황이 곳곳에서 포착됐습니다.
최민석: 현재 이 사건과 관련이 있는 김원홍과 김영철은 둘 다 김정은의 최 측근으로 알려지지 않았습니까?
정영: 두 사람은 김정은의 최측근이라는 것이 이번 당 7차 대회에서 드러났습니다. 둘은 노동당 정치국 위원으로 출세했습니다. 김원홍은 2012년에 국가안전보위부장에 임명됐는데, 지난 4년동안 김정은의 권력장악에 주동적인 역할을 했습니다.
그는 장성택과 현영철 등 고위간부 약 100여명을 숙청하는 데 앞장섰습니다. 그 공을 인정받은 것인지 이번 행사장에 영웅메달을 두 개나 달고 나타났습니다.
한편, 김영철 노동당 대남비서는 김정은 후계자 시절 김일성 군사종합대학에서 군사학을 가르친 것으로 알려졌는데요. 그런 친분관계를 딛고 승승장구했습니다. 김영철은 김양건 사망한 다음 노동당 대남비서직을 넘겨 받았는데, 거기에 대남공작을 총괄하는 북한군 정찰총국장까지 겸임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최민석: 일반적으로 한 사람이 이렇게 거대한 조직을 겸한 경우가 있었습니까,
정영: 없지요. 노동당 통일 전선부는 남한과 대화를 하는 곳이지요. 하지만, 정찰총국은 요원 암살과 테러 등을 하는 공작부서입니다. 그러니까, 대화와 대결을 모두 주관하는 총책으로 있다는 건데요, 그런데 이번에 식당종업원 탈출사건으로 인해 김원홍과 김영철 사이에 알력관계도 배제하지 못할 것 같습니다.
최민석: 연쇄적으로 일어나고 있는 북한 해외 식당 종업원 탈출러시. '강제납치' 주장이라는 북한의 주장이 설득력을 잃고 있습니다. 김정은 정권의 외화벌이 압박에 견디지 못하고 탈북하는 핵심계층의 이탈이 계속 될지 주목되고 있습니다. 정영기자, 수고했습니다. 청취자 여러분, 다음 시간에 다시 뵙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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