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민석: 북한에 계시는 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한 주간 북한 선전매체의 보도 내용을 다시 한번 뒤집어 보는 '북한언론 뒤집어보기' 시간입니다. 이 시간 진행에 최민석입니다. 오늘도 정영기자와 함께 합니다. 정영기자, 오늘 나눌 주제는 무엇입니까?
정영: 북한 중앙텔레비전이 얼마 전 세계금연의 날을 맞아 평양에서 행사를 진행한 소식을 전했습니다. 북한이 담배의 해독성을 알리고 흡연율을 낮추고 있다고 국제적 차원에서 선전하려는 의도로 보이는데요, 그런데 김정은 노동당 제1비서가 계속 관영매체에 담배를 피우는 모습을 노출하면서 모순된 행보를 보이고 있습니다.
그래서 오늘 시간에는 한쪽에서는 금연을 강조하고, 다른 한쪽에서는 흡연자들을 위안하는 그런 북한 매체의 2중적인 태도를 알아보겠습니다.
최민석: 오늘은 그토록 금연을 장려하고 있는 북한에서 김정은 노동당 제1비서는 오히려 흡연을 장려하는 듯한 행동을 하고 있다는 이야기를 해보겠습니다. 정영기자, 북한 매체가 올해에도 금연을 강조하면서 획기적인 시도들을 하고 있다지요?
정영: 북한 당국이 주민들의 높은 흡연율을 낮추기 위해 여러 가지 캠페인을 벌이고 있는데요, 대표적으로 지난 1일자 보도된 북한 중앙텔레비전을 보고 넘어가시죠.
북한 중앙 TV 녹취: 세계 금연의 날에 즈음한 행사가 29일 인민대학습당에서 있었습니다. 행사에서 연설자들은 담배 해독성과 관련한 사회적 인식을 높이고, 금연활동을 더욱 강화할 목적으로, 세계 보건기구가 담배 세금문제를 올해 주제로 설정한 데 대해서 언급했습니다.
최민석: 북한 매체가 금연을 위해서 담배 가격을 높인다, 그리고 금연 선전화 등을 만들어서 공개하고 있군요.
정영: 북한은 흡연자 비율을 낮추기 위해 담배가격을 대폭 올린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북한 중앙통신이 31일 보도한 내용에 따르면 북한 보건성 검열원은 "최근 우리나라에서는 담배 가격을 마음대로 낮춰 파는 현상에 대한 감독이 심화되고, 국가적 조치에 따라 담배 갑당 가격이 현저히 높아지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니까, 담배를 시장에 내다 파는 행위도 통제하고, 담배의 국정가격도 높이겠다는 애기입니다.
최민석: 사람들이 장마당 담배가격을 자기 마음대로 조정하니까, 나라에서 가격을 책정하겠다는 소리네요.
정영: 아마 장마당 통제도 상당히 심해진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최민석: 북한에 국산 담배가 있습니까,
정영: 북한에 국산담배도 있는데요, 새봄, 영광, 평양 등 담배 상표만 해도 수십 가지나 됩니다. 그런데 웬만큼 돈이 있는 사람들은 국산담배는 심심해서 피우지 못한다면서 외국산을 더 선호하고 있는데요, 평양의 간부들은 영국담배나 일본 담배를 좋아합니다. 현재 북한에는 중국산 담배가 엄청 많이 퍼져있는데요, 북한이 외국산 담배 가격을 올리면 결국 중국산 담배 가격도 덩달아서 올라가게 되는 데요, 이게 애연가들에게는 상당히 불쾌한 소식이지요. 이렇게 북한이 외국산 담배 가격을 올려놓으면 장마당에서 파는 잎담배 가격도 올라가게 되는 거지요. 잎담배 가격이 올라가면 노동자, 농민들에게도 타격이 되는 겁니다.
최민석: 북한 주민들이 담배를 많이 피우는 편이지요?
정영: 그렇습니다. 북한 주민들의 흡연율이 아주 높습니다. 지난 1월 미국 워싱턴 대학과 호주 멜버른 대학 공동 연구팀 조사에 따르면 2012년 기준 15세 이상 북한 남성 흡연율은 45.8%였다고 합니다.
최민석: 그러면 북한 주민의 성인 남성의 절반 이상이 담배를 피운다는 소리네요.
정영: 지금 세계적으로 평균 흡연율인 31.1%인데 북한은 그 기준보다 20%정도 더 높은 수준입니다.
최민석: 북한이 전국적으로 이렇게 금연 운동을 벌이는 게 올해가 처음 아닙니까,
정영: 아닙니다. 북한은 2005년 담배통제법을 만들었어요.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담배는 심장을 겨눈 총과 같다"는 발언을 하면서 담배통제법을 만들고 금연 운동을 벌인다고 했지만, 김정일이 담배를 다시 피우기 시작하면서 흐지부지됐습니다.
최민석: 결국은 그렇게 되었네요.
정영: 지금은 김정은 정권이 들어선 다음 자주 담배를 둔 모습을 언론에 노출하면서 흡연율이 다시 올라가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최민석: 그런데 북한에서 이처럼 금연을 위해서 담뱃값을 올린다, 안간힘을 쓰고 있는데, 왜 흡연자가 줄어들 지 않습니까,
정영: 북한 사람들이 어려서부터 흡연을 하는 것도 원인이 있겠지만, 사회적으로 금연을 하기 위한 문화정서적인 공간이 부족한 것도 예로 되거든요. 예를 들어 사회적으로 취미생활, 여가생활 등이 많아야 할 텐데, 오락시스템이 부족하고요. 그리고 대중노력동원이 많지 않습니까, 육체 노동을 많이 하기 때문에 의외로 담배를 많이 피웁니다.
최민석: 충분히 이해는 됩니다. 스트레스를 많이 받으면 피로도가 높은데 피로를 해소할 수 있을만한 것들이 없어요. 담배 대신 정영기자가 말한 대로 놀러 가든가, 피크닉을 가든가, 여행을 가든가 하는 식으로 풀어야 하는데, 담배밖에 없다는 거죠. 자기를 위로할 수 있는 게…
정영: 간부들은 뇌물로 담배를 받게 되니까, 또 자연스럽게 담배에 손이 가게 되는 것이고요.
최민석: 그렇지요. 쌓였으니까, 피워야지요.
정영: 지금 북한뿐 아니라 세계적으로 금연하는 게 추세지 않습니까, 금연은 그 사회의 문화정서적인 수준에도 많이 관계가 되는데요, 예를 들어 자신이 담배를 피우면 남에게 피해를 줄 수 있다 그런, 도덕적 인식, 또 예의 같은 것이 제고되면 담배를 끊는 단계로 가고 있는데요. 요즘 한국에서는 길거리에서 담배를 피우면 벌금 5만원(50달러) 정도 물린다고 했나요, 이런 것도 금연을 줄이자는 사회적인 분위기라고 볼 수 있습니다.
최민석: 바깥이라도 공공장소에서 담배를 피우면 안된다고 하더라고요. 아주 엄격해졌다고 합니다.
정영: 미국의 경우에도 건물에서 담배를 피우지 못하게 되었지요?
최민석: 건물 안 뿐만 아니라 건물 입구에서 어느 정도 떨어져 있어야 합니다. 시애틀 워싱턴 주와 같은 곳에서는 10미터 정도 떨어져서 피워야 합니다.
정영: 그런데 북한 주민들의 경우에는 방안에서 담배 피우고, 사무실에서도 담배를 피우기 때문에 사실 금연을 하기가 어렵지 않는가 생각됩니다. 또 김정은 제1위원장이 담배를 들고 자주 관영매체에 노출되면서 흡연자들이 환영한다고 합니다. 지난 노동신문 6월 2일자에 보니까, 김정은 제1위원장 관련 3장이 공개되었는데요, 그 중 2장이 담배를 쥐고 있는 사진이었습니다.
최민석: 김정은 제1비서가 담배를 쥐고 있는 모습은 과거 상당히 많지 않았습니까,
정영: 김정은 노동당 제1비서는 부인 리설주가 임신한 상태인데도 옆에서 담배를 피워 한국 사람들 속에서 안 좋은 인상을 남겼는데요, 그리고 병원을 찾아가 병원 침실에서 담배를 피웠고, 또 어린이들을 방문하는 자리에서도 담배를 피웠습니다.
최민석: 김정은이 담배를 애호한다는 사실은 알겠는데, 이렇게 공개석상에 담배를 들고 나서는 이유는 무엇인가요?
정영: 김정은 제1위원장이 70~80세가 넘은 노 간부들 앞에서 피우는 모습도 나왔는데요, 이것은 아무래도 북한 사회에 김정은의 나이가 어리다는 부정적인 이미지가 깔렸기 때문에 리설주를 등장시킨 것도 "나는 결혼도 했고, 또 담배도 피우는 어른"이라는 걸 보여주기 위해서 그런 언론 노출을 계속하고 있다는 겁니다.
최민석: 아무래도 그 부분이 설득력이 있을 것 같습니다. 자신은 경험 없고 어린 지도자가 아니라 성인 지도자라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 담배를 들고 노출하는데, 그런 부정적인 이미지를 희석시키기 위해서 담배를 둔 모습을 의도적으로 흘리는 것 같습니다.
정영: 김정은 제1위원장이 방문한 장소를 보면 항상 담배 재떨이가 있어요, 특히 극장에 가서 예술공연을 관람할 때도 탁자 위에 담배 재떨이가 있었습니다. 심지어 얼마 전에 공개된 전용기 그러니까, 비행기 안에도 담배 재떨이가 있었습니다.
최민석: 마치 70년대를 보던 보는 것 같습니다.
정영: 김정은의 이러한 특권적인 모습들이 북한 매체에 공개되면서 흡연자들은 이렇게 생각하는 거죠. "아하, 김정은도 극장에서 담배를 피우는데, 우리라고 피우지 말라는 법은 없지 않는가?"고 생각하면서 흡연충동을 유발한다는 겁니다.
최민석: 북한은 전체주의 사회기 때문에 지도자가 하는 대로 그대로 따라 하는 분위기입니다. 그러니 북한 매체가 아무리 담뱃값을 올린다, 담배 피우면 안 된다고 금연 광고를 해도 먹혀 들지 않지요. 북한도 금연을 하려면 지도자가 솔선수범에서 담배를 든 모습을 보이지 말아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정영기자 오늘 수고했습니다. 청취자 여러분 다음시간에 다시 뵙겠습니다. 안녕히 계십시오.
0:00 / 0:00